민주당, TF 꾸려 '방송3법 개정' 재추진국힘 "방송 영구장악 음모, 나치 전략 모방"
  • ▲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사진 중앙)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미디어특위 성명서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사진 중앙)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미디어특위 성명서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폭주'가 재현될 조짐이다. 이훈기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 74명이 21대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을 재발의한 것. 특히 22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언론탄압 저지 野 7당 공동대책위원회' 결성을 주도한 민주당은 192석에 달하는 '야당'의 힘을 모아, 지난 회기에서 좌절됐던 해당 법안을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각오다.

    지난해 민주당이 추진했던 이 법안은 공영방송(KBS·MBC·EBS) 이사 추천권을 기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직능단체 등으로 확대해 '정치적 후견주의'를 배제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개정안대로 이사회가 재편될 경우 이른바 '친야(親野) 세력'이 경영권을 틀어쥘 공산이 커져 사실상 '민주당이 방송을 영구 장악하기 위한 개악(改惡)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현재는 방송통신위원회 추천으로 구성된 9~11명의 이사가 공영방송 3사를 이끌고 있으나, 이 의원 등이 발의한 개정안에 따르면 방통위뿐 아니라 학계·직능단체·시청자위원회 등에서도 이사를 추천해 방송사별로 21명의 이사를 두게 된다.

    문제는 언론노조원들이 다수 가입한 직능단체에서 6명을 추천하고, 언론노조가 위원 선정에 관여하는 시청자위원회와 방송·미디어 관련 학회에서도 4~6명을 추천하는 등 전통적으로 야권에 후호적인 단체들의 추천권이 강화돼, 좌경화된 방송계의 '정치적 편향성'이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 것이다.

    ◆"'편향 단체' 중심으로 이사회 재구성 우려"


    지난해 11월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방송3법' 재의요구안(거부권)을 의결한 한덕수 총리는 "특정 이해, 편향 단체 중심으로 이사회가 구성돼 공정성과 공익성이 훼손될 수 있어 숙고가 필요하다"며 "개정안은 공영방송의 미래지향적 역할 정립보다는 지배구조 변경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특히 한 총리는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개정의 목적이라 하지만 내용을 보면 오히려 이와 반대의 경우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며 "견제와 감독을 받는 이해당사자에게 이사 추천권을 부여해 이사회의 기능이 형해화될 위험도 높다"고 민주당의 노림수를 정확히 짚어 냈다.

    이러한 '내막'이 공론화되면서 21대 국회에서 폐기된 '방송3법'이 민주당의 총선 압승으로 재점화됐다. 민주당은 방통위 상임위원 출신인 김현 의원과 고민정 최고위원, 최민희 의원 등 언론계 출신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배치해 해당 법안을 다시 밀어붙일 계획이다. 한준호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언론개혁태스크포스(TF)'도 이 법안을 당론으로 추진하기 위해 닻을 올렸다. 이훈기 의원 외에도 지난 국회에서 과방위원장을 맡아 '방송3법' 처리를 주도했던 정청래 최고위원도 동일한 내용의 법안을 재발의해 대여 압박 수위를 높이는 모양새다.

    민주당이 재추진하는 '방송3법 개정안'은 공영방송 추천권을 외부로 확대하고 이사 수를 21명으로 늘리는 골자를 유지하고 있으나, 여기에 법 공포와 동시에 이사진이 재구성될 수 있도록 '법 시행시기'를 앞당긴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민주당이 들고 나온 새 개정안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와 KBS의 이사진 임기가 오는 8월 종료되는 점을 고려해 법 공포일부터 즉시 효력이 발생하도록 했다.

    지난해 발의한 '방송3법'은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되도록 했으나, 새 개정안은 '공포한 날'부터 즉시 시행된다는 차이가 있다. 기존 이사진의 임기는 법 시행과 동시에 종료되고, 개정된 법대로 새로운 이사진이 바로 들어설 수 있게 된다는 것이 '방송3법 2.0'의 골자다.

    ◆"특정 카르텔에 공영방송 복속시키려 해"

    이 같은 민주당의 방송3법 개정 움직임에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결탁한 특정 정파의 카르텔 수중에 공영방송을 영구적으로 복속시키기 위한 '개악'"이라고 규탄했다.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위원장 이상휘)는 지난 3일 배포한 성명에서 "21명으로 확대되는 공영방송 이사회에는 방송통신위원회 추천 이사를 제외한 나머지가 사실상 야당의 대리인으로 채워질 것이 분명하다"며 "국민의 선택과 민심을 초월해, 영원히 공영방송을 쥐락펴락하겠다는 의도가 탄생시킨 악법 중의 악법"이라고 비난했다.

    게다가 이번에 발의된 '방송장악 3법'은 '독소조항'까지 포함하고 있다고 지적한 미디어특위는 "3법 개정안 시행 시기를 '공포한 날로부터'로 못 박아 버린 건, 한마디로 '속전속결'로 공영방송을 점거하겠다는 것"이라며 "아울러 방송편성규약 위반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처벌 조항까지 신설한 것은 편파성 시비와 가짜·허위보도 논란에 휩싸인 프로그램에 방송 경영진이 '합당한 조치'를 취하지도 못하도록 '방패막이'를 대신 해주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개정안은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공영방송 경영진의 권한과 자율성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법안이라고 비판한 미디어특위는 "야당의 '방송장악 3법 드라이브'는 예고된 참사이긴 하나, 이토록 무차별적으로 공영방송 사유화 야욕을 드러내는 야당에 매우 깊은 유감과 우려를 표한다"며 "당연히 '방송장악 3법'은 절대 통과돼선 안 될, '방송 후퇴법'이자 '민의 왜곡법'이며 '여론 선동법'"이라고 성토했다.

    이상휘 미디어특위 위원장은 이튿날에도 비판의 소리를 높였다. 지난 4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연 이 위원장은 "좌파 일색으로 이뤄진 추천단체에서 이사를 추천하면 공영방송 이사회가 좌파 18명, 우파 3명으로 구성돼 사실상 좌파 정당이 공영방송 사장을 영구적으로 임명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며 "이는 헌법이 보장한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나치식의 선전·선동 가짜뉴스를 보장하고 나아가 민심과 여론 조작을 가능하게 하는 반헌법적·반민주적인 행태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언론계 중진 인사는 "이훈기·정청래 의원 등이 발의한 민주당의 법안은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좌경화'하는 이사진 재구성안 외에도, 사실과 다른 보도로 논란이 일어날 시 언론사가 피해액의 3배까지 물어내도록 하는 독소조항을 담고 있다"며 "특히 불법·탈법·폭력 의혹에 휘말린 몇몇 민주당 의원들이 개정안 공동 발의에 참여했다는 건, 이들이 언론의 비판 기능을 위축시켜 자신들을 보호하고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꼼수가 법안에 숨어 있다는 방증"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