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어재단, '한국의 G7+ 가입 전망과 과제' 포럼 "유엔·WTO, 기능 못해…G7이 유일한 플랫폼""만장일치 필요…인도·브라질·터키 등 경쟁""韓에 소극적인 G7 회원국들과 양자협력 강화""日, 文 정부 친북·친중성향 지적"
  • ▲ 2023년 5월 20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히로시마 그랜드프린스호텔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G7 회원국 및 초청국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마친 뒤 박수치고 있다. ⓒ뉴시스
    ▲ 2023년 5월 20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히로시마 그랜드프린스호텔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G7 회원국 및 초청국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마친 뒤 박수치고 있다. ⓒ뉴시스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됐다. 미국과 서방 국가들에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G7은 유일한 대체 수단이자 선택지로 부각되고 있다."

    니어재단이 28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한국의 G7+ 가입 전망과 과제'를 주제로 개최한 '니어워치 포럼'에서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한국의 G7 가입을 위해 내놓은 제언이다.

    ◆"유엔·WTO, 제대로 기능 못해 … G7이 유일하게 실행 가능한 플랫폼"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를 맡고 있는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유엔과 세계무기구(WTO)는 그동안 세계 평화와 질서 유지를 위한 다자간 협력을 촉진하는 국제기구였지만, 점점 더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며 "G7은 규칙 기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유일하게 실행 가능한 플랫폼으로 그 중요성이 커졌고, 다른 기존 국제기구나 다자협의체보다 '안전한' 협의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중국은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 경제 5개국) 정상회의를 통해 G7에 대항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를 위해 중국은 오랫동안 국경 분쟁을 벌였던 인도와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G7 가입, 만장일치 승인 필요 … 인도·브라질·터키·사우디 등과 경쟁"

    한국이 G7+ 정회원이 되려면 현 G7 회원국 모두의 만장 일치 승인이 필요하며, 인도, 브라질, 튀르키예, 사우디아라비아 등 강력한 경쟁국들과 G7 경쟁을 해야 한다.

    이 교수는 "소수 정예의 특권을 포기하고 한국을 포함했을 때 기존 회원국이 얻을 수 있는 인센티브가 불확실하고, 각국의 국익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모든 회원국의 동의를 얻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유럽연합(EU)·벨기에 대사를 역임한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은 "추가 회원국으로 한국만이 단일 후보로 거론될 가능성은 매우 적다"며 "지역적 대표성과 국력 수준, 가치의 유사성 등을 고려할 때 한국 외 호주, 인도, 브라질 등이 후보로서 고려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미국 정부와 정책 싱크탱크들 사이에서는 한국과 호주를 추가해 G7을 G9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논의가 표면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경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호주는 한국과 함께 G7+ 확대 논의에 나서면 좋을 파트너 국가이지만, G7 참여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파이브아이즈(미국·영국·호주·캐나다·뉴질랜드의 정보 동맹체), 오커스(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를 비롯해 미국의 안보 사안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도 중국과의 마찰을 줄이려는 속내도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 2023년 11월 8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에서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 공식환영식에서 마타렐라 대통령과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2023년 11월 8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에서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 공식환영식에서 마타렐라 대통령과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탈리아, 韓 G7+ 가입으로 G7 내 자국 위상 하락 우려"

    한국이 앞서 4차례에 걸쳐 G7 정상회의에 초청국 자격으로 참여했지만, 유럽 회원국인 독일과 이탈리아가 의장국을 각각 맡은 2022년과 2024년에 초청받지 못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니어재단 부이사장이자 이날 포럼에서 좌장을 맡은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이탈리아는 자국이 G7 내에서 위상이 떨어질 가능성을 우려한다"며 "지난 2월 미국의 싱크탱크가 한국의 G7 가입에 대한 의견을 물었더니 주워싱턴 이탈리아 대사가 '한국이 들어오면 G7 내 이탈리아의 존재감이 더 떨어지므로 반대한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하 부연구위원은 "이탈리아는 한국과의 글로벌 수준의 경쟁 구도가 형성되는 것에 대해 곤란해 한다"며 "겉으로 내색하진 않으나 G7 개혁 논의에 한국이 포함되지 않도록 견제하는 입장이다. 이탈리아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한국이 기여하고 도움을 주는 방향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韓 초청에 소극적인 G7 유럽 회원국들과 양자협력 강화해야"

    김 상근부회장은 "내달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 초청과 관련해서도 미국과 캐나다 정부는 한국을 초청국 자격으로 초대할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의장국인 이탈리아와 여타 회원국들은 한국 초청에 대해 적극적이지 않았다"며 "기존 G7 회원국들의 이해와 지지를 확보하려면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회원국들과의 전략 대화와 실질 협력 관계 강화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김 상근부회장은 이들 국가가 G7 정상회의에서 아프리카 지역과의 협력 문제를 지속적으로 중점 과제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G7 회원국들과 대(對)아프리카 협력에 대한 별도 정책 협의 채널 강화와 올해 6월 처음으로 개최되는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의 내실화·정례화를 제언했다.
  • ▲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경기 파주시 판문점 도보다리 위에서 대화 하고 있다. ⓒ뉴시스
    ▲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경기 파주시 판문점 도보다리 위에서 대화 하고 있다. ⓒ뉴시스
    ◆"日, 文 정부 시절 친북·친중 성향 지적 … 국제 무대서 반일 역사 문제 제기 우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해 5월 15일 자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한국의 G7 가입에) 미국이 찬성이고 일본은 반대라는 구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했지만, 일본은 G7 확대에는 회의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일본은 문재인 정부의 남북 화해·친중국 성향과 외교 정책이 G7과 다르다고 문제 삼았고, 한국이 국제 무대에서 역사 문제를 제기할 것을 경계한다"며 "한국이 G7에 가입해 G8로 확대되면 '일본은 아시아에서 유일한 G8 회원국'이라는 의의와 상징성이 옅어진다고 우려하는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다양한 분야의 G7 각료급 회의에 꾸준히 건설적으로 기여해야"

    김 상근부회장은 "G7+가입을 추진하고자 한다면 G7 각료회의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의제 논의에 건설적으로 기여해야 한다"며 "G7은 매년 열리는 정상회의 외에도, 외교, 재무, 교육, 과학기술, 통상, 보건, 산업, 디지털, 경제, 교통, 기후, 에너지 및 환경, 법무, 고용노동, 문화, 농업, 내무, 양성평등과 여성 권익, 포용과 장애 해소, 국방, 개발 협력, 지속가능발전, 관광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연중 각료급 회의를 개최하고 있다"고 말했다.
  • ▲ 니어재단(이사장 정덕구)이 28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한국의 G7+(G7플러스) 가입 전망과 과제'를 주제로 '니어워치 포럼'을 개최했다. (왼쪽부터) 하경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연구위원, 신각수 전 주일대사,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창범 전 주 유럽연합(EU)·벨기에 대사. ⓒ조문정 기자
    ▲ 니어재단(이사장 정덕구)이 28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한국의 G7+(G7플러스) 가입 전망과 과제'를 주제로 '니어워치 포럼'을 개최했다. (왼쪽부터) 하경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연구위원, 신각수 전 주일대사,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창범 전 주 유럽연합(EU)·벨기에 대사. ⓒ조문정 기자
    ◆"G7은 '서구 운영위원회'격, 韓 가입 여건 조성해야"

    신 전 대사는 "저는 개인적으로 G7을 '서구 운영위원회'(Steering committee on the West)라고 생각한다. 국제 정치, 경제에서 서방이 관심을 두는 모든 주제는 G7 프로세스에서 논의되고 걸러져 약속으로 만들어진다. 이후 각국의 정책에 반영이 돼서 서방의 이익을 확보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며 "우리가 G7 가입을 추진함에 있어서도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 우리가 적응해 가는 오리엔테이션을 꾸준히 계속하는 것이 가입 여건을 조성하는 데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도 '최소한 3년 내 G7에 가입하겠다'는 등의 내부 계획조차 마련하지 않았고, 야당은 G7+가입에 관심이 없다. 윤석열 정부 3년 임기 내에 가입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며 "우리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가입할 때처럼 (G7+가입을) 국가 전략 목표로 설정하지 않는다면 (G7에 걸맞은) 내부 역량을 갖추고 여론을 G7 가입 쪽으로 끌고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G7 확대와 한국의 가입 문제는 한국이 '선진 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가는 일련의 과정 속에 하나의 커다란 지표가 돼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가 G7으로서 인정받을 정도의 소프트파워와 하드파워를 가진 국가가 되면 선진국을 달성하게 된다"며 "G7 확대와 가입 문제를 좀 더 체계적이고 진지하게 검토하지 않고 일련의 과정에 참여하는 것 만으로는 참여의 효율성도 그렇게 높지 않고, 집약된 국가 목표 의지로서 발현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