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의대상 변호‥ 이해충돌논란에도 버티기 일관""야권 위원들, 보이콧 중단하고 전체회의 나와야"
  • ▲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정민영 위원의 '이해충돌' 위반 의혹으로 일대 혼란에 빠졌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 뉴시스 제공
    ▲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정민영 위원의 '이해충돌' 위반 의혹으로 일대 혼란에 빠졌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 뉴시스 제공
    현직 변호사 신분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비상임 심의위원으로 활동 중인 정민영 위원이 심의대상인 MBC의 소송을 대리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방심위의 기능 정상화를 위해 정 위원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6일 방심위 여권 위원들이 "이번 논란으로 방심위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며 정 위원의 조속한 사퇴를 촉구하는 입장문을 발표한 데 이어, 류희림 방심위 상임위원을 배출한 언론비평시민단체 '미디어연대(상임대표 황우섭)'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로 각계로부터 사퇴 압력에 직면한 정 위원은 강제 해촉 전에 지금이라도 당장 자진사퇴하는 게 마땅하다"고 밝혔다.

    미디어연대는 "정민영 위원이 관련 혐의가 제기된 지 열흘가량 지나도록 버티기로 일관해 여론의 지탄을 받고 있다"며 "방심위와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지금까지 확인된 정 위원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사례는 60여 건에 이른다고 한다"고 짚었다.

    미디어연대 등에 따르면 정 위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관련 소송에서 MBC를 변호했고,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신라젠에 투자했다는 MBC의 허위보도와 관련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도 MBC의 소송대리인으로 참여했다.

    또 정 위원은 손석희 전 JTBC 대표이사의 동승자 의혹을 보도한 MBC의 대법원 소송에서도 MBC의 변호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미디어연대는 "이해충돌방지법은 공직자가 임용 및 채용되기 2년 이내에 대리하거나 고문 및 자문 등을 제공하는 개인, 법인, 단체에 대해 이해충돌 방지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정 위원은 2021년 7월 23일 방심위원 취임을 전후해 최 전 부총리 관련 소송에서 수차례 MBC 측 대리인으로 재판에 참석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그런 정 위원은 그간 방심위의 MBC 및 관계사 관련 60여 건의 방송 심의에도 참여해 이 중 '회피' 입장을 밝힌 1건 외에는 모두 '권고'와 '문제없음' 등 솜방망이 처분을 내렸다고 한다"고 밝힌 미디어연대는 "그의 이런 이중적 행동을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형사재판에서 판사가 피고인의 변호인도 함께 맡은 격'이라 할 수 있다"고 비꼬았다.

    미디어연대는 "굳이 법 위반 여부를 따지지 않더라고 상식과 윤리, 도덕에도 크게 반하는 일"이라며 "공정성과 독립성을 생명처럼 여겨야 할 방심위원으로서는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이해충돌 행위"라고 꾸짖었다.

    그러면서 미디어연대는 "정 위원의 부적절한 행위는 지난해 5월 19일 이해충돌방지법 시행 이전에는 방심위 내부의 임직원 행동강령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고, 이후에는 변호사인 정 위원이 수임 사건을 방심위에 서면 신고하게 돼 있는 해당 법을 위반한 것임이 틀림없다"고 단정했다.

    "그런데 정 위원은 MBC 심의 1건에 대해서만 '회피'했을 뿐 나머지 모든 심의에는 모두 참석해 의견을 냈다고 한다"며 "이는 정 위원이 자신과 이해관계가 있는 심의의 회피를 소홀히 했거나, 정연주 당시 방심위원장이 정 위원의 심의 참여를 비호 또는 방조했다고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지적한 미디어연대는 "경우에 따라서는 정 전 위원장에 대한 법적 책임 추궁도 나올 수 있다"고 추정했다.

    미디어연대는 "지난달 17일 심의업무 지연과 업무추진비 과다 지출 등을 이유로 해촉된 정연주 전 방심위원장과 이광복 전 부위원장의 해촉 처분 집행정지 신청과 해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정 위원이 법률대리인을 맡은 것도 부적절할 뿐 아니라 우연찮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문재인 정권 당시 임명된 일부 방심위원들 사이에는 서로 챙겨주고 도와주는 그들만의 '이익 카르텔'이 존재했음을 의심케 한다"고 비판한 미디어연대는 "정 위원의 이해충돌 회피 위반 혐의는 최근 여권 추천 방심위원들과 한 언론 시민단체에 의해 국민권익위원회에 고발돼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국민권익위 등 관련 당국은 이 사안을 철저히 조사해 결과를 신속히 내놓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미디어연대는 "법조계에서는 지금까지 드러난 혐의만으로도 정 위원의 해촉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걸로 볼 때 그의 위원직은 '풍전등화'처럼 위태로워 보인다"며 "지난달 말 혐의가 불거지면서 각계로부터 사퇴 압력에 직면한 정 위원은 강제 해촉 전에 지금이라도 당장 자진사퇴하는 게 마땅하다. 그게 본인은 물론 방심위의 명예를 위해서도 올바른 선택"이라고 충고했다.

    "현재 방심위는 정 위원을 포함한 4명의 야권 추천 위원들의 반복되는 호선(互選) 거부로 후임 위원장을 뽑지 못해 기관 운영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고 현 상황을 짚은 미디어연대는 "방심위는 ▲방송 프로그램 ▲인터넷 불법 정보 ▲ 방송 광고 프로그램을 심의 및 제재하고 선거방송심의위원회 구성도 하는 등 중요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 하루라도 쉬면 안 되는 중요한 기관"이라며 "야권 추천 방심위원들이 하루속히 위원장 호선을 위한 전체회의에 동참해 새 위원장을 뽑고, 방심위 기능을 정상화하는 것이 위원으로서의 마땅한 책임임을 명심할 것을 촉구한다"고 성명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