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8월30일 이어 9월4일 소환 조사 불응… '시간 끌기' 지적도검찰 "이재명 대표의 단식으로 피의자 조사에 지장이 초래되고 있다"3회 조사 불응 시 체포영장 사유… 검찰, 또 불출석 시 영장 검토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31일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31일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쌍방울 그룹의 대북송금 의혹에 관한 검찰 조사에 4일 출석하지 않았다. 이에 일각에선 이 대표가 단식 투쟁을 빌미로 시간 끌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표는 단식 투쟁 돌입 당시, 단식이 검찰 수사에 지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다. 

    이날 오전 검찰은 이 대표의 소환 조사가 무산되자 유감을 표명하고 이 대표에게 조속히 소환에 응할 것을 요청했다.

    검찰 관계자는 "국회 일정이 없는 날짜를 택해 사전에 충분한 시간을 두고 출석을 요청했으나, 끝내 2회 연속 불출석한 결과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의 단식으로 피의자 조사에 지장이 초래되고 있다"며 "현재 진행되는 수사와 재판 및 국회 일정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향후 형사사법 절차를 진행할 것이며, 일반적인 피의자 출석과 조사에 관한 절차에 응해줄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소환 일정을 둘러싼 양측의 기 싸움으로 조사가 연이어 연기되고 있는 가운데, 단식 투쟁에 들어간 이 대표의 건강 상태에 따라 향후 조사 일정이 더 늦춰질 수 있다는 상황을 우려한 것이다.

    특히 이미 네 차례 검찰 조사를 받은 이 대표가 유독 쌍방울 사건을 두고 시간 끌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진술이 바뀌면서 수사가 급진전됐기 때문에 이 대표 측에서 상황을 좀 더 파악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검찰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세 번째 조사에도 불응할 경우, 관련 조사 없이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조사를 끝마친 백현동 개발 비리와 병합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소환 불응 정황을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에 적시하는 방안이다.

    일반적으로 세 번째 소환 통보에 불응하면 체포영장 청구의 사유가 된다. 다만 검찰 관계자는 "세 번째 불응을 염두에 두고 수사 계획을 세우고 있지 않다"며 "아직 영장 청구에 관해선 구체적으로 검토된 사안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8월31일 당 대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열고 "무능 폭력 정권을 향해 국민 항쟁을 시작하겠다"며 무기한 단식에 돌입한 상태다.

    앞서 수원지검 형사6부(김영남 부장판사)는 지난달 23일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해 제3자뇌물 혐의로 이 대표에게 8월30일 출석해 조사받을 것을 통보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내일(24일) 오전 바로 조사를 받으러 가겠다"고 하면서 검찰과 소환 일정을 두고 이견을 보였고, 결국 8월30일 소환조사는 무산됐다.

    이후 검찰은 재차 이 대표 측에 9월4일 소환조사에 응할 것을 요청했으나, 이 대표 측이 검찰에 "4일에는 출석이 불가능하고 이달 11~15일 중에 출석하겠다"고 하면서 두 번째 소환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1일엔 이 대표가 돌연 "4일 오전에만 조사받겠다"고 했으나, 검찰은 "오전 2시간 만에 조사를 중단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며 양측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한편,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은 이 대표가 경기지사 당시였던 2019년에 불거진 일이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요청으로 경기도가 추진한 '경기도 스마트팜 조성 사업비' 500만 달러와 '이 대표 방북 비용' 300만 달러를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북한 측에 대납했다는 내용이다.

    검찰은 쌍방울과 경기도 사이에서 대북사업 등에 대한 특혜 거래가 있던 것으로 보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나아가 당시 최종 결재권자이자 경기지사인 이 대표가 이 거래에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대표 취임 후 이 대표는 네 번 검찰 출석을 했다. 이 대표는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으로 1번, 위례·대장동 개발 의혹으로 2번, 백현동 특혜 의혹으로 1번 검찰 조사를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