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어디 썼는지 증빙도 없이 '펑펑'… 언론재단, 확인도 안 해② 심사 점수 결정됐는데, 다시 조정해서 특정 단체에 '보조금'③ A 주제로 보조금 받아 B에 사용… 언론재단 알지도 못해
  • ▲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비영리민간단체 지원사업 자체 조사를 벌이고 부정 사례를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뉴시스
    ▲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비영리민간단체 지원사업 자체 조사를 벌이고 부정 사례를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뉴시스
    한국언론진흥재단(언론재단)이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사업을 대상으로 자체조사를 벌여 부적절한 사업과 관련해서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재단의 지원을 받은 일부 단체의 경우 돈을 받고 보조금 사용과 관련한 증빙서류를 남기지 않는가 하면, 언론재단 심사위원들은 임의로 심사 점수를 조정해 특정 단체가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1일 뉴데일리가 입수한 '한국언론진흥재단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사업 자체조사 결과 보고'에 따르면, 언론재단은 지난 6월부터 7월26일까지 최근 5년(2018~22)간 언론진흥기금 및 법인회계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사업을 대상으로 자체조사를 벌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언론재단의 '미디어교육 시설단체 지원 교육사업'을 통해 보조금을 수령하고 증빙서류를 내지 않는 '증빙 누락'은 언론재단 자체 업무 시스템을 통해 운영을 시작하면서 50배가량 증가했다. 

    보조금관리시스템(e-나라도움)을 통해 운영되던 2018~19년 해당 사업의 증빙 누락은 2건(589만4000원)에 불과했는데. 2020~21년에는 28개 사업(2억7501만9000원)에서 증빙 누락이 발견됐다. 

    지원받은 단체들이 이체확인증과 세금계산서·강의확인서 등 증빙서류를 전혀 제출하지 않았고, 언론재단은 보조금을 수령한 단체가 정상적으로 사업을 집행하고 있는지 확인하지 않았던 셈이다.

    언론재단 공모사업심사위원회가 심사 점수를 임의로 조정해 특정 단체에 지원금을 몰아준 정황도 발견됐다. 

    5인으로 구성된 공모사업심사위원회 운영지침은 위원회가 필요시 심사회의를 열어 사업계획서상의 목표와 내용·기간·사업비 등과 관련한 검토의견을 제시할 수 있지만, 심사 점수 등은 논의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심사위원 간 점수를 직접적으로 논의하는 것을 배제해 오해를 불식하고 공정한 심사를 진행하겠다는 취지다.

    그런데 언론재단은 2021년 단체 지원 1·2차 공모심사회의록에는 이미 개별적으로 심사 점수가 결정된 상황에서 다시 임의로 점수를 조정해 특정 단체가 보조금을 수령하도록 결과를 뒤바꾼 정황을 발견했다.

    1차 회의록에서는 한 위원의 "선정 결과를 바꾸자는 제안이 나오면 그대로 진행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간사는 "위원님들께서 합의하셔서 심사 점수를 조정하시면 된다"고 답했다. 

    2차 회의록에는 간사가 "a사업과 b사업의 점수 조정을 원하시는 위원님께서는 저에게 1 대 1 채팅창을 통해 최종 점수를 개별적으로 알려주시기 바란다"고 기록됐다. 

    또 한 위원이 "B 위원님 말씀처럼 '다' 단체에서 신청한 c사업의 취지도 좋고 기획도 충실했는데 순위권 밖이라 아쉽다"고 하자 간사는 "심사위원분들이 모두 동의하신다면 c사업을 선정 대상으로 포함하는 것으로 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심사위원 전원이 동의하자 간사는 "위원님들께서 전원 동의하신 사안이므로 평가 점수와 예산을 조정하겠습니다. 점수 조정을 원하시는 위원님께서는 저에게 1 대 1 채팅창을 통해 최종 점수를 개별적으로 알려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보조금을 받은 단체가 공모사업심사위원회의 승인 없이 사업 주제를 임의로 변경하는 일도 3건 발견됐다. 'a'라는 주제로 사업을 신청해 보조금을 수령한 단체가 사업 주제를 'b'로 바꾸려면 공모심사위원회 심사위원 2인 이상의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 같은 절차를 밟지 않은 것이다.

    언론재단은 이 같은 사례를 확인하기 위해 사업별 지원 단체 현황과 사업 주제를 들여다보고, 공모사업심사위원회가 의결했던 사업과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조사 결과 사업 3건이 주제를 자의적으로 변경해 시행했다. 

    최근 조사를 마친 언론재단은 지난 7월31일 보조금 부정사용과 심사부정 등을 발견해 서울지방경찰청에 수사의뢰했다. 

    언론재단 관계자는 "부정사례 등에 대한 정확한 단체 등의 파악이 자체조사로는 한계가 있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설명했다. 

    언론재단을 감독하는 문화체육관광부도 언론재단 보조금 부정사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언론재단의 경영부실을 이유로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1일 문체부 서울사무소로 표완수 언론재단 이사장을 불러 긴급 면담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해나가야 할 경영진이 수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작금의 사태는 리더십 와해 상황"이라며 "언론재단 감독기관인 문체부 장관으로서 특단의 대책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표 이사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돼 오는 10월 임기가 종료된다. 표 이사장은 2021년 정부광고지표 열독률 지표를 바꿔 광고 단가 순위를 바꿨다는 의혹을 받아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