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위원장 불참 사유' 소명 안 하면 다른 교섭단체 간사가 직무 대행… 개정안제안이유에서 과방위 사례 언급… '과방위원장 장제원' 이례적으로 실명 명시모든 상임위에서 민주당이 과반… '방송·통신·인터넷' 화약고 과방위 노림수
  • ▲ 장제원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7월26일 국회에서 열린 과방위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가운데 야당 의원들의 좌석이 비어 있다.ⓒ이종현 기자
    ▲ 장제원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7월26일 국회에서 열린 과방위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가운데 야당 의원들의 좌석이 비어 있다.ⓒ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상임위원장이 상임위원회 불참 전후로 정당한 사유를 설명하지 않으면 위원장이 속하지 않은 다른 교섭단체 간사가 직무를 대행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것으로 3일 확인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국민의힘 소속 위원장이 상임위를 진행하지 않아도 민주당 소속 위원이 위원장직을 대신해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게 된다.

    민주당, '상임위원장 직무 수행 어려운 사유 소명' 개정안 착수

    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의 공동발의 서명을 받는 중이다.

    개정안은 위원장에게 사고(事故)가 있을 때 위원장이 지정하는 간사가 직무를 대리한다는 국회법 제50조 3항에 '위원장은 직무를 수행하기 어려운 사유를 소명해야 한다'는 문구를 추가했다.

    핵심은 상임위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할 때 위원장이 소속되지 않은 교섭단체 간사 중에서 의원 수가 많은 당의 간사 순으로 위원장 직무를 대행한다는 국회법 제50조 5항에 사유를 추가하는 것이다.

    현행법에는 사유로 '위원장이 상임위 개회 또는 의사 진행을 거부·기피' '직무 대리자를 지정하지 않아 위원회가 활동하기 어려운 때'라는 조항만 있는데, 개정안은 여기에 '위원장이 정당한 이유 없이 위에서 언급한 국회법 제50조 3항에 따른 사유를 소명하지 않을 경우'라는 문구를 더했다.

    위원장이 회의에 불참하면서 정당한 사유를 밝히지 않을 경우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 위원장인 상임위도 야당 간사인 민주당 소속 의원이 회의 주재 등 직무를 대신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다만 정당한 사유인지 여부의 기준과 판단 주체를 명시하지 않아 거대야당 주장에 따라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

    반대의 상황도 가정할 수 있지만, 민주당이 모든 상임위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국민의힘이 회의 주도권을 쥐어도 좀처럼 입법 드라이브를 걸기 어려운 상황이다.

    제안이유에서 과방위 사례 언급하며 '장제원 과방위원장' 명시

    이번 법안은 제안이유에서 여야 대치 당시 국민의힘 소속 장제원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의 상임위 불참 사례를 언급했다는 점도 특이점으로 꼽힌다. 법안 발의 이유에 의원의 실명을 명시한 것은 이례적이다. 민주당이 장 위원장의 일방적 회의 진행을 주장하며 화약고로 불리는 과방위 등의 주도권을 쥐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른바 민주당의 꼼수탈당 등 사례를 명시한 경우는 봤지만, 동료 의원의 실명을 언급한 경우는 이례적"이라고 언급했다.

    민 의원은 제안이유에서 "최근 장제원 과방위원장은 회의를 거부했다. 제407회 국회(임시회) 상임위에 2차례 불참했다. 청가서마저 제출하지 않았다"며 "야당 의원의 소집 요구로 열린 상임위에 대한 의도적 참여 거부다. 고의적으로 다른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방해한 것으로 의심된다. 직무 수행 기피행위에 합당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6월22일과 26일 민주당 요구로 과방위 전체회의가 열렸으나, 여야 간 합의하지 않은 의사일정이라는 이유로 장 위원장과 국민의힘 과방위원들이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고, 여당 간사인 박성중 의원이 직무를 대리했다.

    당시에는 KBS 수신료 분리징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등의 현안질의를 비롯해 윤석열 대통령이 이동관 방통위원장후보자를 지명하기 전부터 민주당이 지명 철회를 요구하며 과방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던 때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 위원장인 상임위는 운영위·법제사법위·기획재정위·과방위·외교통일위·국방위·정보위 등이다. 

    법안이 통과된 후를 가정해 지난 6월 과방위 상황을 대입해보면 민주당이 장 위원장의 의사 진행 거부와 상임위 불참 사유를 소명하지 않은 점을 들어 과방위 간사인 조승래 민주당 의원이 위원장 직무를 대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상임위원장 의사 진행 거부 시 윤리위 징계토록

    아울러 이번 개정안은 명확한 기준 없이 위원장을 국회 윤리위 심사를 거쳐 징계할 수 있도록 했다. 구체적으로 △위원장이 상임위 개회 또는 의사 진행을 거부·기피하는 때 △직무 대리자를 지정하지 않아 위원회가 활동하기 어려울 때 △정당한 이유 없이 사고의 사유를 소명하지 않은 경우를 징계 사유로 명시했다.

    이번 개정안은 민주당이 여야가 첨예하게 다투며 화약고로 불리는 과방위 주도권을 쥐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민 의원은 "정당한 사유 없이 그 의무를 위반하거나 회의를 거부·기피한 경우 위원장을 윤리위에 제소할 수 있도록 한다"며 "대의기관인 국회의 민주적이고 효율적인 운영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