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상에 설 떡값으로 1000만원 건네… 명절 때마다 상납"
  • ▲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과거 정진상과 김용의 밀린 술값을 계산하기 위해 고(故) 유한기 씨에게 현금 1억원을 빌렸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유 전 본부장은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조병구) 심리로 열린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뇌물수수 등 혐의 9차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같이 밝혔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 2013년 1~2월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로부터 현금 2000만원을 상납 받아 절반인 1000만원을 그해 설 무렵 설 무렵 정 전 실장에게 '명절 떡값' 명목으로 건넸다고 말했다. 일종의 재상납인 셈이다.

    유 전 본부장은 명절 때마다 돈을 빌려서라도 정 전 실장에게 금품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재판부가 "남욱 외에 다른 민간업자로부터 상납을 받은 적은 없냐"고 물었고, 유 전 본부장은 "빌린 적은 있다. 빌려서 나중에 다 갚았다"고 답변했다.

    이어 유 전 본부장은 "유한기한테 1억원을 빌린 적이 있다"며 "다른 사람에게 빌린 돈을 유한기한테 빌린 1억원으로 갚고, 정진상과 김용의 밀린 술값도 충당했다"고 고백했다.

    정 전 실장 측 변호인은 유 전 본부장의 증언에 "의미 있는 새로운 진술"이라며 "돈을 빌린 계기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유 전 본부장은 "당시 철거 업무를 했던 친구가 있었다. 정진상도 아는 사람"이라며 "그에게 (정진상과 김용의) 밀린 술값을 얘기하니 대신 변제해줬다"고 대답했다.

    이어 그는 "(변제) 대가로 성남시의 철거 사업 하나를 달라고 요청했고, 정진상도 약속을 해줬는데 나중에 어겼다"면서 "그랬더니 그 친구가 9000만원을 요구해서 유한기한테 1억원을 빌려 변제했다"고 설명했다.

    대장동 의혹 윗선과의 연결 고리로 꼽히던 유 씨는 민간업자들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2021년 12월10일 돌연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