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이탈주민 64% 수도권 거주, "경제적 어려움 겪어"서울특별시, 탈북민 인권개선 방안 모색 세미나 개최
  • ▲ 지방자치단체의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세미나ⓒ곽수연 기자
    ▲ 지방자치단체의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세미나ⓒ곽수연 기자
    북한 정찰총국 출신 탈북민 김국성 씨는 북한 인권 문제는 김정은이 가장 싫어하는 아킬레스건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에서는 김정은 가치에 절대적 종속되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살 수가 없다"고 말했다. 다수의 북한 인권 전문가들도 "김 씨 세습체제는 인권탄압 없이 생존할 수 없다"고 한 목소리 낸다.

    따라서 김정은의 아킬레스건인 인권을 가지고, 국제사회가 함께 북한을 압박하고, 북한 주민들에게 '인권'이라는 개념을 교육한다면, 북한 자체 붕괴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이 같은 목적으로, 통일부는 지난달 30일 탈북한 508명의 증언을 바탕으로 작성된 '2023년 북한 인권보고서'를 공개했다. 책자에는 북한의 심각한 인권유린 상황이 고스란히 담겼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구금시설의 남성 계호원들은 소지품을 검사한다며, 여성 수감자의 질 내부를 직접 확인하고, 자궁 검사를 실행했다. 

    또 장애인의 경우 '난쟁이 마을'을 만들어 다른 주민들과 격리하는 등 차별이 심하다. 게다가 정신질환자나 지적장애인을 대상으로 생체실험을 실시한다는 내용이 보고서에 실렸다.

    현재 북한은 인권보고서 공개에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윤석열 역도는 모략과 날조로 일관된 북인권보고서라는 것을 떠벌리면서, 이를 계기로 '북 인권 실상을 널리 알리고 가르쳐야 한다','북 인권법이 실질적으로 이행되어야 한다' 등 개나발을 불어댔다. 실로 황당무계한 악담질"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나 북한은 인권탄압을 규탄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를 의식하는 듯한 반응도 동시에 보였다. 지난 4일 조선중앙통신은 조선 장애어린이회복원 개학식을 보도하며, 북한은 자국에서 장애를 지닌 이들도 차별 없이 교육받고 재능을 펼칠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보도를 했다.

    이처럼 북한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과 관련, 이종배 서울시 의원은 "북한 인권 보고서의 위력이다. 그 원동력에는 북한 이탈주민들의 생생한 증언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북한 이탈 주민들이 대한민국에 잘 적응하고, 살아가는 데 어려움이 없어야 더 많은 증언을 하고, 새로운 증언을 할 것이다. 증언의 울림이 끔찍한 인권유린을 당하고 있는 북한주민을 구할 수 있다"며 <지방자치단체의 북한 인권 개선 방안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한 이유를 설명했다. 세미나는 지난 5일 이종배 의원실과 사단법인 북한민주화위원회 주관 아래 개최됐다.

    이날 격려사에 나선 제임스 히난 서울유엔인권사무소장은  서울특별시 의회가 북한 이탈주민 권리보호와 증진을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제안했다. 

    그는 "북한 이탈주민 3만 3000명 중 약 64%가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다. 현재 중앙정부가 이탈자들의 정착과 통합을 지원하고 있지만, 이들은 여전히 대한민국 사회에서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방자치단체는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불평등과 차별에 대응하고, 이탈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소외되지 않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제임스 히난은 청년들이 북한 인권에 대한 큰 관심을 두지 않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지방자치단체가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이목을 집중시킬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김석우 전 통일부 차관도 "탈북자 입장에서 중앙정부의 북한 인권 정책 방향과 조치가 중요하다. 그러나 막상 하나원을 나와서 생활 근거지를 마련하면,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더 필요하다. 이러한 지원이 없다면 정착이 늦어지게 되고 때로는 고통스러워질 수도 있다.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서도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힘을 모아야 시너지 효과가 일어난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어 북한 인권 상황을 증언하기 위해 채신아 우리원 대표가 나왔다. 그는 "북한에서 배급제가 끊기자 사람들이 나무껍질을 벗겨 먹고, 쥐를 잡아먹었다. 경제활동을 위해 중국에 갔다가 공안에 잡혔다. 구금시설은 3평인데 15명이 같이 생활했다. 여름에 붙잡혀 들어온 사람들은 추운 겨울에도 여름옷을 입고 있다. 똑같은 자세로 14시간 앉아 있어야 한다. 밥을 먹거나 변소를 갈 때만 자세를 바꿀 수 있다. 소변을 볼 때, 민망한 부위까지 간수한테 노출된다. 생리대가 없어 청바지 조각을 대신 사용했다. 밥 먹을 때, 중국에서 사료로 쓰는 옥수수 가루를 물에 타 먹었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탈북민 3만 명 이상을 기폭제로, 북한인권개선과 자유통일에 활용하는 담대함과 현명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온 김광진 북한 인권연구센터장은 "핵 문제, 남북경협이 모두 실패했다. 재일 동포들이 북한에 투자한 것, 모두 빈털털이됐다. 실패한 원인은 북한인권 문제를 뒷전으로 밀어놓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인권을 중시해야 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북한 인권재단이 조속히 출범되어야 한다. 최근 국제형사재판소(ICC)가 푸틴 체포 영장을 발부했듯, 김정은 체포영장을 발부해야 한다. 책임 추궁과 북한 인권 단체에 대한 재정지원은 필수다. 탈북민 구출도 중요하다. 탈북민 10만 명만 구출해도, 북한 정권 붕괴된다"고 말했다.

    두 번째 발제자인 이종배 시의원은 "헌법과 국적법에 따라 북한에서 출생한 주민들도 엄연히 대한민국 국민이다. 이들에게 가해진 인권침해는 우리 국민에 대한 침해다. 따라서 정부와 지지차에서 북한인권 보호하기 위해서 다각적인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북한 인권 참상을 알리는데 결정적 증언을 하려면, 북한 이탈 주민들이 대한민국에 잘 적응해야 한다. 이들에 대한 주거, 고용지원을 확대하자"고 주장했다.

    마지막 발제자로 나선 하무진 통일부 북한인권과 과장은 이날 "북한 인권 실태를 알리는 공간이나 시설물이 부족하다. 독일 베를린에는 나치의 참상을 볼 수 있는 시설물이 많다. 우리도 북한 인권 실태를 알리기 위해, 각 지역구에서 노력해야 한다. 주민들이 즐겨 찾는 곳에, 북한 인권 참상을 알리는 사업을 많이 진행하자"고 역설했다.
    이어 "지방자치단체 남북협력기금의 최종 수요자는 북한 주민들이다. 지방자치단체 남북협력기금 사업 타당성에 의구심을 갖지 말고, 적극 추진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