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노조 등 언론시민단체, '한상혁 발언 검증' 촉구"TV조선 '재승인 점수 변경'‥ 사전에 보고받았을 것"
  • 지난 29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법에 출석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2020년 종합편성채널 TV조선 재승인 심사 당시 점수 조작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민도현 기자
    ▲ 지난 29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법에 출석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2020년 종합편성채널 TV조선 재승인 심사 당시 점수 조작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민도현 기자
    2020년 TV조선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점수 조작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이를 실무자들에게 알리지 않은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이 제시한 혐의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글을 올린 것을 두고 "사실상 한 위원장이 점수 조작 사실을 알고 있었고, '미운털'인 TV조선의 심사 점수를 낮춘 것을 정당한 것으로 인지했음을 자인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종편 심사 점수, 실무자들이 멋대로 조작 못 해"


    공영언론미래비전100년위원회·KBS노동조합(1노조)·미디어미미래비전포럼·미디어연대·새미래포럼·자유언론국민연합 등 보수·우파를 지향하는 언론·시민사회단체들(이하 '언론시민연석회의')은 30일 배포한 성명을 통해 "한상혁 위원장이 지난 29일 오후 법원에 출석하면서 기자들에게 말한 대목이 의미심장하다"며 이날 한 위원장이 'TV조선 재승인 점수 수정 지시 의혹'은 공소장에 없다고 반박한 것을 문제삼았다.

    앞서 한 위원장을 상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검찰은 ▲한 위원장이 TV조선 재승인 심사 직전, 자신의 측근인 이OO 씨가 특정 인물을 심사위원으로 위촉하는 과정에 관여하고 ▲당시 방통위 방송정책부서 국·과장에게 TV조선의 최종 평가점수를 감점하라고 지시하거나 ▲TV조선에 대한 점수 조작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이를 방통위 상임위원들에게 알리지 않은 것으로 본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한 위원장은 지난 29일 취재진에게 "점수 수정 지시 혐의는 영장에 포함돼 있지 않다"며 "단지 수정된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다는 취지인데, 이 부분 역시 부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언론시민연석회의는 "TV조선의 '존폐'를 좌우할 수 있는 '심사 점수'는 방통위 실무책임자들이 멋대로 조작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며 "한 위원장의 지시대로 일하는 방통위 국장과 과장 등 '종범'들이 구속된 상황에 주범 격인 한 위원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런 차원에서 "한 위원장의 주장처럼 '점수 수정 지시 의혹'이 실제로 검찰이 제시한 혐의 내용에 포함되지 않았는지 의문"이라며 "이에 대한 사실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언론시민연석회의는 제언했다.

    "'적극적 조작 사실' 보고 못 받아"‥ 석연찮은 해명

    언론시민연석회의는 한 위원장이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혐의를 적극 부인한 내용에 대해서도 실체적 진실이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위원장은 지난 24일 오후 자신을 겨냥한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드디어 구속영장이 청구됐다"며 "개인적으로는 말할 수 없이 억울하고, 법률가의 입장에서는 어쩌면 황당하기까지 한 상황"이라는 장문의 해명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 글에서 한 위원장은 "심사 점수가 조작된 사실을 보고받아 알면서도 이를 방통위 상임위원들에게 알리지 않아 TV조선 재승인 심의·의결에 관한 상임위원들의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으나, 위와 같은 적극적 조작 사실은 결코 보고받은 바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설사 일부 점수 변경 사실을 알았다 하더라도, 이는 심사위원회 운영 중 심사위원이 자신이 부여한 점수를 심사위원회 종료 이전에 정당하게 변경한 것으로 인지했으므로, 이를 알리지 않은 것을 방통위 상임위원들의 업무 집행을 방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이에 대해 언론시민연석회의 측은 "문제는 한 위원장이 심사 점수가 변경된 사실을 알았더라도 정당하게 변경된 것으로 인지했다고 밝혔다는 점"이라며 "결과적으로 한 위원장이 TV조선에 대한 점수 조작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묵인했다는 것을 자인한 셈"이라고 해석했다.

    또 한 위원장이 "적극적 조작 사실은 결코 보고받은 바 없다"고 해명한 사실도 거론한 언론시민연석회의 측은 "'적극적인 조작 사실은 보고받은 적이 없다'는 발언을 달리 해석하면, 소극적인 조작 사실은 보고받았다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며 "이에 대한 진위 여부도 검찰 수사를 통해 가려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위원장 임기 지키겠다'는 한상혁, 증거인멸 가능성 농후"

    언론시민연석회의는 전날 법원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한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했다.

    언론시민연석회의는 "진실을 밝힘에 있어 피의자의 방어권 못지않게 증거인멸 방지가 중요하다"며 "한 위원장은 '위법하거나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고, 위원장직 임기를 지키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본인의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어 증거인멸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에 장악된 대한민국의 공영방송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한 위원장에 대한 구속수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한 언론시민연석회의는 "방송사의 존폐를 결정하는 막강한 권한을 지닌 방통위가 재승인 심사 점수를 조작하는 헌정 사상 초유의 언론탄압이 자행된 만큼 검찰은 한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고, 대통령은 당장 한 위원장을 해임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