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원장 가결·선포행위 5대 4 '권한침해 인정'국회의장 가결·선포행위는 4대 5 의견으로 '기각'무효확인청구 4대 5 기각… "검수완박 무효 아니다"한동훈 "위헌인데 유효?… 실질적 판단 없이 각하, 유감"
  •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등 재판관들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선고에 입장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등 재판관들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선고에 입장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헌법재판소가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과정에서 국민의힘 의원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했지만 법안 통과 자체는 유효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헌재는 23일 대심판정에서 국민의힘 유상범, 전주혜 의원이 국회의장과 국회 법사위원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 심판 선고에서 법사위원장의 가결선포행위에 대해 5대 4 의견으로 권한침해를 인정했다.

    헌재는 "법사위원장은 회의 주재자의 중립적인 지위에서 벗어나 조정위원회에 관해 미리 가결의 조건을 만들어 실질적인 조정심사 없이 조정안이 의결되도록 했다"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도 토론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이미선 재판관은 민형배 무소속 의원의 '꼼수 탈당'을 언급하며 "법사위원장이 민 의원의 탈당을 알았음에도 그를 비교섭단체 위원으로 선임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이석태·김기영·문형배 재판관은 반대로 기각 의견을 냈다.

    이들은 "민 의원이 조정위원으로 선임될 때 그는 이미 탈당한 상태의 무소속이었다"며 "정치적 판단에 따른 자유로운 결정이 법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나아가 "조정위원장과 법사위원장이 당시 소란스러운 장내상황 등을 고려해 표결 절차에 이른 것"이라며 "헌법재판소가 이같은 판단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 ▲ 박병석 국회의장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022년 9월22일 오후 국회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관련 국회의장 중재안에 합의한 후 합의문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사진=공동취재단)
    ▲ 박병석 국회의장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022년 9월22일 오후 국회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관련 국회의장 중재안에 합의한 후 합의문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사진=공동취재단)
    "본회의 통과는 적법… 검수완박 유효"

    헌재는 국회의장의 가결선포행위에 대해선 4대 5 의견으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 각 행위에 대한 무효확인청구도 4대 5 로 모두 기각했다.

    기각 의견을 낸 유남석·이석태·김기영·문형배 재판관은 "헌법과 국회법에 회기의 하한에 관한 규정이 없으므로 짧은 회기라 할지라도 위법한 회기로 볼 수 없다"며 "적법하게 결정된 회기가 종료된 후 무제한 토론이 종결된 것이므로 토론권도 침해됐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앞서 민형배 의원의 '꼼수 탈당'을 지적한 이미선 재판관도 국회의장의 가결선포행위에 대해선 기각 의견을 냈다. 그는 "법사위에서 청구인들이 법률안 심의 표결권을 침해받았다고 하더라도 본회의에서 적법하게 의사절차가 진행된 이상, 절차상 하자만으로 본회의에서도 권한을 침해받았다고 보기에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했다.

    이들 재판관 5인은 무효확인청구에 대해서도 기각 의견을 냈다. 유남석·이석태·김기영·문형배 재판관은 가결선포행위에 법적 하자가 없다고 했고, 이미선 재판관은 본회의가 적법하게 진행됐다는 이유로 검수완박법이 무효가 아니라고 했다.
  •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022년 9월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도착해 차량에서 내리고 있다. ⓒ뉴데일리DB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022년 9월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도착해 차량에서 내리고 있다. ⓒ뉴데일리DB
    헌재 "한동훈, 청구 자격 없어"… 韓 "결정 존중하지만 공감 어렵다"

    이날 한동훈 법무부장관과 검사 6명이 국회를 상대로 낸 권한쟁의 심판은 5대 4 의견으로 각하 결정이 났다.

    헌재는 "이 사건 법률개정행위는 검사의 권한을 일부 제한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며 "수사권과 소추권을 직접적으로 행사하지 않는 법무부장관은 청구인적격이 없다"고 판단했다. 검사들의 청구에 대해선 "국회가 입법사항인 수사권 및 소추권의 일부를 행정부에 속한 국가기관 사이에서 조정하도록 법률을 개정한 것"이라며 "검사들의 헌법상 권한침해의 가능성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선고 이후 한동훈 장관은 경기 과천 법무부를 나서며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위헌이지만 유효하다는 결론엔 공감하기 어렵다"고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한 장관은 "(헌법재판관 다수 의견인) 다섯 분의 취지가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회기 쪼개기, 위장탈당 입법을 해도 괜찮은 것처럼 들린다"고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한동훈 장관은 "검수완박법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판단을 안 하고 각하하는 등 국민 삶에 큰 영향을 미친 헌법적 질문에 대해 실질적 답을 듣지 못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 ▲ 왼쪽부터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이석태·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 ⓒ헌법재판소
    ▲ 왼쪽부터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이석태·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 ⓒ헌법재판소
    헌법재판관 성향 따라 갈린 '검수완박' 권한쟁의심판

    검수완박법 권한쟁의 심판 청구에 대해 기각의견을 낸 유남석·이석태·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문재인 정부 당시 임명된 좌파 성향의 재판관으로 분류된다.

    헌재 대심판정에 모습을 드러낸 전주혜 의원은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회의장 손을 들어준 5명은 우리법연구회·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국제인권법연구회 등 편파적인 인사들"이라며 "자신들의 편향적인 시각에 따라 결정했기 때문에 결국 의회 독재에 손을 들어준 결정이 나온 것으로, 앞으로 이뤄지는 헌재 재판관 구성은 중립적으로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우리법연구회는 좌파 성향 법관 모임으로, 유남석·문형배 재판관이 이곳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다. 이석태 재판관 역시 좌파 성향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이다.

    김기영 재판관은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원이었다. 국제인권법연구회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회장을 지낸 학술 단체다. 이미선 재판관도 이곳 회원이었다.

    권한쟁의심판은 국가기관 간,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간, 지방자치단체 간 권한 범위에 관한 다툼이 생길 경우 헌법재판소가 헌법 해석을 통해 유권적으로 그 분쟁을 해결하는 심판이다. 헌법소원과 달리 곧바로 9명의 전원재판부가 심리하며, 과반수인 5명 이상의 동의로 인용·기각·각하 결정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