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통령 제안에도 불구...여당도 반대 목소리지역주의 타파 가능한데도 민주당은 부정적
  • ▲ 장기표 원장ⓒ곽수연 기자
    ▲ 장기표 원장ⓒ곽수연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일 '중대선거구제'를 언급하며 선거제도 개편을 위한 칼을 뽑았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소선거구제는 하나의 선거구에서 1명의 당선자를 선출하는 제도다. 하나의 선거구에서 1명의 당선자를 뽑기 때문에 투표절차가 간단하고, 선거관리 비용이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다. 또 유권자가 후보자를 쉽게 인식할 수 있고, 선거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도가 높아 투표율도 높다. 아울러 군소 정당의 난립을 방지할 수 있다.

    소선거구제의 '승자독식' 구조가 가져온 폐해

    그러나 소선거구제는 1등이 아니면 모두 낙선하는 '승자독식' 구조로, 2등 이하 후보자를 택한 유권자 표는 모두 사표(죽은 표)가 된다. 또 승자독식 구조에선 소수 정당 의회 진출이 불리하다. 양대 정당 소속 의원만 살아남아 지금처럼 '국민의힘'과 '민주당' 양당체제가 강화된다.

    아울러 양당제는 국민들을 두 갈래로 분열시키고 극한 이념 대결로 몰아간다. 이 과정에서 남녀 또는 세대갈등도 유발한다. 국민의힘은 영남, 더불어민주당은 호남이라는 지역주의도 양당제의 폐해다. 여기에 기승 부리는 강성 팬덤정치 현상은 또 다른 사회 골칫거리다.  

    그렇다면 한 선거구에서 2명 이상을 선출하는 '중대선거구제'는 '소선거구제'의 문제점을 해소할까.

    이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은 지난 4일 사회 각계각층 인사를 초대해 <중대선거구제 논의와 그 필요성>을 주제로 토론시간을 가졌다 . 

    이 자리에는 교수, 시민단체 활동가, 변호사, 퇴역군인, 사업가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현재 시행되고 있는 소선거구제는 ▲사표 ▲양당제 강화 ▲지역주의 ▲국민분열 등을 조장시키기 때문에 선거제도 개편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황도수 건국대 법대 교수는 "각 정당의 대표가 지역구 공천권을 갖고 있고, 비례대표제 명부의 순위를 결정한다. 국회의원들은 정당 대표의 환심을 사기 위해 국민보다 '당대표'를 대표하는 정치, 이른바 '계파정치', '골목정치'라는 부작용을 낳는다"라며 소선거구제를 개편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중대선거구제, 파벌정치 부작용 나타날 수도 

    그러나 중대선거구제에도 파벌정치나 계파정치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선거구 안에서 한 정당의 복수공천이 이뤄지는 만큼 같은 정당 후보자들 사이에서 경쟁이 과열돼 파벌이나 계파가 생겨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후보자 난립으로 선거비용 과다와, 유권자 입장에선 후보자와 그의 정책 파악이 곤란해 투표율이 현저히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다.

    아울러 현재 농어촌은 인구 격감으로 선거구가 지나치게 광역화된 실정인데 중대선거구제 도입으로 선거구가 더 넓어지면 지역대표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에 대한 절충안으로 이강인 (주)사실과 과학 네트웍 고문은 대도시에는 중대선거구제, 시골에는 소선거구제를 도입하고,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동시 시행하자고 제안했다. 장기표 원장도 대도시에는 인구 100만명 당 4명, 지방에는 인구 60만명당 3명을 선출하는 중대선거구제를 아이디어로 내놓았다.

    국회 개선시키는 다양한 방안

    이밖에 국회를 개선시키는 방안으로, 국회의원 지원예산을 동결한 후 국회의원수를 400~500명으로 늘리기, 독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국회의원 특혜 폐지, 국회의원 비리·범죄 척결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장기표 원장은 국회의원수를 300명 이상을 늘리자는 의견에 대해 이는 정치학 원론에서나 가능한 '이상'이지, 현실정치와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장 원장은 이어 현역 국회의원들 반대로 중대선거구제 도입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회의원들이 기득권을 내려놓을리 만무한다는 얘기다.

    장기표 원장은 또 김진표 국회의장이 선거구제 개편을 포함한 선거법 개정을 3월 말까지 마무리하겠다고 했는데, 그때까지 중대선거구제 도입 논의를 끝낼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중대선거구가 도입된다고 해도 거기에 또 다른 기득권이 형성된다며 비관적 입장을 내놓았다.

    중대선거구제, 윤 대통령 개혁 드라이브 발목 잡을 수도

    정치권에서도 선거구제를 개편하려면 대통령 스스로 확고한 의지가 있어야 하는데 윤 대통령이 과연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관철시킬지 그 진정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중대선거구제로는 윤 대통령의 국정성공 가장 큰 조건인 국민의힘 과반수 확보가 불가능하다는 예상도 있기 때문이다.

    중대선거구제가 도입이 되면 민주당 의석은 늘어날 가능성이 크지만 국민의힘은 의석수가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텃밭인 영남에서 30~40% 가량의 득표율을 보여왔기에 중대선거구제 도입시 2등으로 당선될 수 있다.

    그러나 호남지역에서 국민의힘이 2등으로 당선될 가능성은 낮다. 실제로 지난 6월 지방선거 결과  호남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2위를 하지 못한 지역구가 수십군데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중대선거구제 도입시 민주당이 안정적으로 과반의석을 확보하고, 윤 대통령이 추진하는 노동,연금, 교육 3대 개혁 입법을 저지할 것이란 추정도 가능하다. 이에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섣불리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할 경우, 개혁은 커녕 예산통과 같은 통상적 국정운영도 못하는 식물정권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윤 대통령이 과연 중대선거구제 개편을 밀어 붙일지 아니면 하나의 협상카드로 쓸지 귀추가 주목되는 국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