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 클럽' 권순일 전 대법관… 대한변협, 등록심사위 열고 변호사 등록 승인"이재명 무죄 판결 유도" 재판거래 의혹… 화천대유 고문으로 월 1500만원 받기도변협 "권순일에 두 차례 자진철회 요구 공문… 일절 응답 없어 부득이하게 등록" 해명한변, 뇌물 및 변호사법위반 혐의로 고발… 권순일 조사 받았지만, 수사 진전 없어
  • 권순일 전 대법관.ⓒ연합뉴스
    ▲ 권순일 전 대법관.ⓒ연합뉴스
    대장동사건과 관련해 이른바 '50억 클럽'으로 이름이 오르내렸던 권순일 전 대법관의 변호사 등록이 승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부득이하게 등록을 받은 것 같다"는 견해를 밝혔으나 권 전 대법관의 변호사 등록에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않아 책임 회피 및 소극적 대응에 따른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한변협 등록심사위원회, 권순일 결격사유 없다고 판단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한변협은 22일 등록심사위원회를 열고 권 전 대법관을 변호사로 등록하기로 했다. 변호사법상 결격사유 여부를 심리한 등록심사위원회가 그간 불거진 의혹과 관련해 격론을 벌였으나 권 전 대법관에게 결격사유가 없다고 본 것으로 전해졌다. 

    권 전 대법관은 지난 9월 서울지방변호사회에 변호사 등록을 신청했다. 이에 변협은 대장동사건 연루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만큼 변호사 활동이 적절하지 않다며 두 차례에 걸쳐 자진철회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권 전 대법관은 이들 공문에 일절 응답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등록심사위에 앞서서는 대리인을 선임하고 30쪽이 넘는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등록심사위는 판·검사, 변호사, 교수 등 9명으로 구성돼 있다. 뉴데일리는 23일 대한변협 대변인에게 등록심사위원 명단을 요청했으나 공개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등록심사위원회는 법원행정처장이 추천하는 판사 1명, 법무부장관이 추천하는 검사 1명, 변협 총회에서 선출하는 변호사 4명, 변협 장이 추천하는 법학 교수 1명 및 변호사가 아닌 자 2명으로 구성된다. 9명 중 7명이 대한변협의 '셀프 임명'인 셈이다.

    대한변협 대변인은 권 전 대법관의 변호사 승인과 관련 "일단 등록심사 관련 규정이 제한적이기도 하고, 법원 입장도 한정적으로 해석하는 입장 때문에 부득이하게 등록을 받은 것 같다"며 "이 부분은 입법으로 제도 보완이 이뤄져야 할 것 같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또 "대한변협이 계속 등록을 거부하더라도 현행 변호사법상 등록신청한 지 3개월이 되는 12월26일자로 자동등록이 되도록 돼 있어 변협으로서는 그 전에 등록심사위원회에 등록거부건을 회부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변호사법위반·재판거래' 의혹… 대장동 관련 수사 이어지지 않아

    권 전 대법관은 2020년 9월 퇴임한 이후 김만배 씨가 대주주로 있던 화천대유자산관리에 고문으로 취업해 월 1500만원 상당의 보수를 받았다고 알려지면서 변호사법 위반 의혹을 받았다. 변호사로 등록하지 않은 사람이 법률자문을 할 수 없다는 법을 위반했다는 취지다. 또 이른바 5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50억 클럽'에도 이름이 거론됐다.

    권 전 대법관은 '재판거래' 의혹도 받는다. 권 전 대법관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유리한 판결을 선고해 주는 대가로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받았다는 것이 의혹의 골자다. 

    2020년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바 있다. 

    이 대표가 지사였던 2018년 지방선거 TV토론회 때 "친형의 정신병원 강제입원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은 허위사실공표에 해당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2심 판결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대로 될 경우 이 대표는 지사직을 잃고 차기 대선에도 출마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었다.

    대법원장과 11명의 대법관이 참여한 이 판결에서 5명의 대법관이 유죄 의견을 냈는데, 권 전 대법관이 유죄 의견을 냈더라면 찬반이 6 대 6으로 동수를 이뤄 과반이 나올 때까지 심리를 계속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당시 여러 법원 관계자는 조선일보에 "권순일 당시 대법관이 전원합의체 논의 과정에서 3~4가지 '이재명 무죄' 논리를 펴면서 분위기를 주도했다"며 "이후 '이재명 무죄' 취지의 추가 검토보고서가 만들어졌다"고 전했다. 

    권 전 대법관은 당시 "주요 선진국 법의 영문판을 봐도 허위사실공표죄의 공표는 'publish'(출판하다)로 표기돼 있다"며 "선거 출판물이 아닌 TV토론 발언까지 이 법을 적용하기는 무리"라고 했고, 이 논리는 대법원의 이 지사 무죄 판결문에도 담겼다.

    권 전 대법관은 대장동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았다. 다만 수사가 더 나아가지 않은 상황이다.

    권 전 대법관은 고문료 수령과 관련해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한변)으로부터 뇌물 및 변호사법위반으로 고발당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이헌 한변 부회장은 "결국에는 수사기관에서 수사를 안 하고 방치하고 있는 문제"라며 "권 전 대법관의 변호사 등록 논란은 특히 '50억 클럽'에 관련된 사람들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는 것에 기인한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