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과 러간 균형외교 모색 몇 안되는 고위관료...불편한 존재 제거했나?루카셴코 대통령 암살 계획설도 …벨라루스 참전 압박 위한 크렘린의 협박공작?
  • ▲ 블라디미르 마케이 벨라루스 외무장관ⓒ트위터 캡처
    ▲ 블라디미르 마케이 벨라루스 외무장관ⓒ트위터 캡처
    러시아의 우방국 벨라루스의 외무장관이 돌연사했다. 명확한 사인이 밝혀지지 않아 그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가 증폭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가 배후에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26일 벨라루스 국영 통신사 벨타에 따르면 벨라루스 외무부는 "블라디미르 마케이 외무부장관이 64세 나이로 갑자기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외무부는 마케이 장관 사망 원인에 대해 밝히지 않았다. 마케이 장관은 지난달 28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동을 앞두고 있을 정도로 평소 건강이 좋지 않다는 징후는 없었다.

    벨라루스 독립매체 냐샤니바는 소식통을 인용해 마케이 장관이 심장마비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공식 사망 원인은 여전히 발표되지 않은 상태다. 여기에 마케이 장관의 죽음을 전한 관영매체 보도 태도가 석연치 않다. 2012년부터 외무장관으로 10년간 재직해온 그의 업적을 소개하는 관례적 기사를 내보내지 않았다. 

    다만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마케이 장관 죽음에 조의를 표했다라는 단 한 줄짜리 기사만 보도했다. 이 때문에 마케이 장관의 돌연사 배후에 러시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러한 주장이 힘을 받는 이유는 벨라루스가 처한 현재 상황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밀리고 있는 러시아는 최근 벨라루스에 대해 참전을 포함한 더욱 적극적인 전쟁 지원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서방의 제재를 우려한 벨라루스는 러시아의 요구에 망설여왔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와 서방간 균형 외교를 모색해온 몇 안 되는 벨라루스 고위 관료 중 하나인 마케이 외무장관은 러시아 입장에서 '불편'한 존재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마케이 외무장관은 러시아에 완전히 예속되지 않으려면 서방과의 관계를 끊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미국과 유럽연합(EU)과의 접점을 모색하려 한 루카셴코 대통령의 실패한 시도를 적극 도운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NYT는 또 2020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벨라루스를 방문, 외교관계를 회복하고 벨라루스산 석유를 구매하는 데 합의했는데, 이때 주도적 역할을 한 인물이 마케이 장관이었다고 전했다.
  • ▲ 독극물로 정적 제거해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푸틴ⓒ트위터 캡처
    ▲ 독극물로 정적 제거해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푸틴ⓒ트위터 캡처
    이에 일각에서는 그동안 독극물을 이용해 반체제 인사나 정적 등을 제거해온 의혹을 꾸준히 받아온 푸틴이 이번에도 같은 방법으로 마케이 장관을 제거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특히 마케이 장관 사망 며칠 후 벨라루스 대표적인 야권정치인도 원인 모를 질환으로 응급실에 실려 갔다. 다수의 외신은 투옥 중이던 마리야 콜레스니코바 야권 정치인이 갑자기 위중한 상태에 빠져 병원으로 이송돼 집중 치료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마케이 장관 사망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는 의혹은 더욱 증폭됐다.

    나아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벨라루스를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시키기 위해 루카셴코 대통령 암살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우크라이나 국영 통신사 우크라인폼은 지난달 25일 푸틴 대통령이 23일 러시아군 정보부에 "루카셴코 대통령을 겨냥한 암살 시도를 포함한 시나리오를 만들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신문은 "러시아는 루카셴코 대통령을 제거한 후 크렘린궁에 완전히 충성하는 스타니슬라프 자스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사무총장에게 루카셴코 역할을 맡기는 시나리오를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마케이 장관 의문사를 비롯해 자신의 암살 계획까지 세우며 압박해오는 러시아 정부 때문에, 루카셴코 대통령은 벨라루스군을 우크라이나전에 투입할지 말지 선택해야 할 갈림길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라이호르 아스타페냐 연구원도 NYT에 "루카셴코 대통령은 다시 서방과 얘기가 가능한 인물을 외교장관으로 세울지, 아니면 러시아에 대한 굴복을 선택하여 서방과 담을 쌓을지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