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싫다는데… 野 이석현, 명단 공개 주장하며 네티즌과 설전"정보 공개? 유가족 의견? 그럼 세월호 명단도 지워야 하는가""당 내 불의 침묵하면서… 역겹다" 네티즌, 이석현 주장에 분개희생자 명단 공개 외치던 민주 지도부, 공개되자 돌연 '거리두기'
  • ▲ '이태원 핼러윈 압사 참사' 현장에 마련된 추모공간을 찾은 조문객이 10월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강민석 기자
    ▲ '이태원 핼러윈 압사 참사' 현장에 마련된 추모공간을 찾은 조문객이 10월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강민석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이태원 핼러윈 참사' 희생자 실명이 담긴 명단 공개를 두고 '동상이몽'이다.

    앞서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한 민주당 지도부가 정작 명단이 공개되자 침묵을 유지하는 가운데, 이석현 전 민주당 의원과 당내 강경파 의원들은 공개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주장했다.

    이석현 "유가족 의견? 그럼 세월호 명단도 지우나?"

    이 전 의원은 16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10.29 참사의 희생자 명단이 밝혀졌다고 범죄시하는 걸 이해할 수 없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이태원 참사는) 꽃다운 젊음이 국가의 잘못으로 숨져간 역사적 참사"라며 "정부가 명단도 유가족 모임도 돕지 않는 것은 역사 속에서 지우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희생자 명단 공개는 유가족의 동의가 우선이라는 여론에 반박하며 세월호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 전 의원은 "정보 공개? 유가족 의견? 그런 논리라면 세월호나 9·11 명단도 지워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해당 글을 두고 네티즌의 비판이 쏟아지자 이 전 의원은 네티즌의 글에 댓글을 달며 설전했다.

    한 네티즌이 "유가족이 싫다는데 그거를 무슨 역사적 참사 운운하나요?"라고 댓글을 달자 이 전 의원은 "유가족 전원에게 물어봤나"고 반박했다.

    다른 네티즌은 "그 공개가 정쟁으로 누구에게 눈물 쇼로 이어질 걸 불 보듯 뻔한 걸 못 보시네요"라고 지적하자 이 전 의원은 "이 일은 정치적 효과가 어느 진영에 도움되냐 보다는 무엇이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인가를 생각해야 한다"고 적었다.

    이 밖에도 여러 누리꾼들은 이 전 의원 게시글 댓글을 통해 "거하게 헛발질하신다" "명단 공개와 국가가 잘못을 책임지는 것과 필연적인 상관관계를 알려달라" "당내 불의는 침묵하면서 정의를 논하고 역사를 논한다. 역겹다"고 분개했다.

    "유족, 지금은 명단 공개 싫다고 하지만 달라질 것"

    민주당 강경파 의원들도 희생자들의 실명을 담은 '온라인 추모공간' 개설을 주장했다.

    '10·29참사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촉구 의원 모임'은 1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로소 이제야 희생자를 제대로 추모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해당 모임은 민주당 내 강경파 '처럼회' 소속 의원을 포함한 민주당 의원 20명과 민형배 무소속 의원으로 구성됐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안민석·김용민·민병덕·유정주·양이원영·이학영·강민정 민주당 의원과 민형배 무소속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참사로부터 열엿새가 흐른 어제(14일) 희생자 가운데 155분의 이름이 언론을 통해 처음 알려졌다"며 "어제 저녁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추모미사에서야 비로소 그 넋들의 이름이 하나하나 호명됐고 이제야 비로소 희생자를 제대로 추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병덕 의원은 "지금은 (유가족들이) 정신이 없어서 자기 아이 얼굴과 이름이 인터넷상에 나오는 것을 싫다고 할 수 있지만, 서로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보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라고 호언하기도 했다.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압사 참사' 현장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헌화를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압사 참사' 현장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헌화를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명단 공개 외치더니… 입 닫은 민주당 지도부

    참사 희생자들의 실명이 담긴 명단은 친야 성향의 자칭 시민언론 '민들레'와 유튜브 '더탐사'가 14일 오전 유족의 동의도 얻지 않은 채 공개했다.

    이들은 이날 홈페이지 등을 통해 명단을 공개하며 "유가족협의체가 구성되지 않아 이름만 공개하는 것이라도 동의를 구하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양해를 구한다"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16일 "꼭 명단이 공개되어야 우리가 깊은 애도를 할 수 있나"라며 분개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유가족들이 원치도 않았고, 동의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렇게 명단이 전격적으로 공개됐다"며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희생자 명단을 공개를 두고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민주당 지도부는 관련 언급을 삼갔다.

    앞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9일 "내 아들의 이름과 얼굴을 가리지 말라는 오열도 들린다"며 "당연히 유족들이 반대하지 않는 한 이름과 영정을 공개하고 진지한 애도가 있어야 한다"고 희생자 명단 공개를 촉구했다.

    하지만 정작 명단이 공개되자 민주당은 '민주당의 요구는 유가족 동의를 전제로 하는 것'이라며 즉각 선을 그었다.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 내 사고수습 대책본부는 '민들레'가 희생자 명단을 공개한 14일 오후 유족 일부와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간담회를 마친 뒤 희생자 명단 공개에 대한 당의 입장을 묻자 "(이재명 대표가) 진정한 추모가 되기 위해 사진, 위패가 있는 상태가 바람직하지만 그렇게 되기 위해선 유가족 동의가 먼저 선행돼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며 "동의 없이 이런 명단들이 공개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같이 희생자 명단공개를 두고 당 내 목소리가 하나로 모이지 못하는 것에 대해 당 일각에선 "당에서 딱 그대로 원칙을 정해서 가면 될 거 아닌가"라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16일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복잡하게 생각할 것이 전혀 없다"며 "당내에서 현재 뚜렷한 방향을 정하지 못해서 그렇다. 하나의 원칙을 정하면 간단하게 해결될 일"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