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어떤 근거로 '미국' '바이든' 특정했나?" 질의MBC "언론의 감시·비판 기능에 재갈 물리려는 것" 펄쩍
  • ▲ 지난 22일 윤석열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만난 뒤 행사장을 나오면서 참모들에게 한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한 MBC 뉴스데스크.
    ▲ 지난 22일 윤석열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만난 뒤 행사장을 나오면서 참모들에게 한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한 MBC 뉴스데스크.
    MBC가 윤석열 대통령의 '뉴욕 발언' 보도 경위를 밝혀 달라는 대통령비서실의 질의서를 받고도 답변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비서실은 27일 오후 7시52분쯤 출입기자단 공지방을 통해 "지난 26일 ▲음성분석 전문가도 특정하기 힘든 발음을 어떠한 근거로 특정해서 자막으로 만들었는지 ▲가치판단을 하지 않았다면서도 미국이라는 단어를 국회 문구 앞에 첨언한 이유는 무엇인지 ▲특히 사실관계가 불명확함에도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에 대통령의 한미동맹에 대한 악의적 분석을 보낸 배경은 무엇인지 등을 묻는 질의서를 MBC에 보냈으나, MBC는 오늘 보도 경위에 대한 답변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대통령비서실은 "MBC의 설명이 진상규명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며 26일 MBC 앞으로 보낸 질의서 전문을 공개했다.

    "음성분석 전문가도 모른다는 발음, 어떻게 특정했나?"

    이 질의서에서 대통령비서실은 MBC에 총 여섯 가지 질문을 던졌다.

    먼저 "보도를 위해서는 사실을 특정하기에 앞서 다양한 확인 노력과 함께 반론권을 보장해 주는 것이 저널리즘의 기본"이라며 "지난 순방 기간 공영방송을 표방하는 MBC가 이런 원칙에 부합해 보도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해당 공문을 보내게 된 배경을 설명한 대통령비서실은 "▲9월21일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 직후 발생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음성분석 전문가도 해석이 어려운 발음을 어떠한 근거로 특정했는지 ▲(소속 기자들이 임의로 특정한 것이라면) 대통령실 등에 발언 취지 및 사실 확인을 위해 거친 절차는 무엇이었는지 ▲대통령실은 MBC 보도와 관련해 해당 발언 내용이 사실이 아님을 밝혔지만 MBC는 최초 보도를 수정하지 않고 추가 보도를 하면서 자사가 잘못 보도한 내용을 '국내 언론 보도 내용'이라는 자막을 달아 확대재생산 중인데, MBC가 보도한 내용을 '국내 언론 보도 내용'이라고 한 이유와 근거는 무엇인지" 등을 물었다.

    이어 "▲대통령실 설명 이후 9월25일 MBC ○○○ 기자의 보도를 보면 '바이든'이라는 자막을 '날리면'의 병기 없이 내보내고 있는데, 반론보도청구권 차원에서 '날리면'을 병기했어야 함에도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와 ▲대통령실의 해명 이후 MBC는 입장문을 통해 '어떠한 해석이나 가치판단을 하지 않고 발언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발언 중 '국회'라는 단어가 마치 미국 의회인 것처럼 별도 괄호로 미국이라 표기한 것은 해석이나 가치판단이 아닌지 ▲사실관계가 불명확하고 외교분쟁을 초래할 수 있음에도 미 국무부와 백악관에 즉시 입장을 요청한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질의했다.

    이 같은 질의를 나열한 대통령비서실은 "사실 확인을 위한 노력 없이 이뤄진 보도로 인해 대한민국과 미국의 동맹관계가 훼손되고 국익에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며 "위의 질문과 관련해 조속한 시일 내에 MBC의 책임 있는 답변을 요청"했다.

    "'보도 경위 밝히라'는 대통령실 공문, 언론자유 위협"

    대통령비서실이 이러한 질의 내용을 공개하자, 대통령실을 출입하는 MBC 기자는 "MBC가 회신한 내용을 공유드린다"며 이날 오후 3시34분쯤 대통령비서실에 보낸 MBC의 공식 보도자료를 출입기자단 단체대화방에 올렸다.

    이 자료에서 MBC는 "대통령비서실은 어제 저녁 MBC 사장실에 보내온 공문을 통해 사실 확인을 위한 노력 없이 이뤄진 보도로 인해 대한민국과 미국의 동맹관계가 훼손되고 국익에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면서, 해석하기 어려운 발음을 어떤 근거로 특정했는지, 발언 취지와 사실 확인을 위해 거친 절차는 무엇인지 등 6개 항목에 걸쳐 조목조목 상세한 답변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MBC는 "해당 보도가 상식적인 근거와 정당한 취재 과정을 통해 이뤄졌음을 MBC는 이미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며 "보도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엄연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최고 권력기관인 대통령실에서 보도 경위를 해명하라는 식의 공문을 공영방송사 사장에게 보낸 것은 언론자유를 위협하는 압박으로 비칠 수 있어 매우 유감스럽고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 대부분의 언론사가 똑같은 보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MBC만을 상대로 이 같은 공문을 보내온 것은 MBC를 희생양 삼아 논란을 수습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갖게 한다"고 짚은 MBC는 "대통령비서실에 앞서,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은 'MBC 사장, 부사장, 보도본부장 중 한 명이 국회에 와서 국민의힘 과방위 위원과 ICT미디어진흥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대상으로 이른바 허위방송에 대해 해명하라'는 공문을 보내왔다. 언론사 임원을 임의로 소환하려는 시도 역시 언론자유를 심대하게 제약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고 항의했다.

    MBC는 "이처럼 최근 일부 정치권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MBC에 대한 공격이 언론의 공적 감시와 비판 기능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가 아니기를 바란다"며 "MBC는 진실을 추구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밝힌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