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로 전송된 화면→ 디지털뉴스룸과 뉴스룸 정치팀에 전달돼 뉴스로 가공돼""디지털뉴스룸, 오전 10시 7분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 쪽팔려서' 자막 붙여 공개""뉴스룸 정치팀, 엠바고 해제 시점 확인하느라 부산… 12시, B기자가 '미국' 추가""박범수 정치팀장이 자막 지시, 승인했을 것… 박성호 국장이 모든 과정 지휘해""기자가 민주당에 동영상 보내고→ 민주당이 거꾸로 유포했을 가능성 매우 크다""한국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 비하… 왕종명 특파원은 확인도 안된 이메일 보냈나" "나라 망신시키고 반성 없어"… MBC 노조 "외교문제 일으키고 싶었나" 강력 성명
  • ▲ 지난 22일 윤석열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만난 뒤 행사장을 나오면서 참모들에게 한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한 MBC 뉴스데스크.
    ▲ 지난 22일 윤석열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만난 뒤 행사장을 나오면서 참모들에게 한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한 MBC 뉴스데스크.
    MBC가 윤석열 대통령이 하지도 않은 '미국'이라는 단어를 자막에 붙여 '윤 대통령이 방미 중 미국 의회를 지칭하며 욕설을 했다'고 보도해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보도 책임자인 MBC 뉴스룸 국장이 '왜곡 보도'라는 세간의 비판에 대해 '강력 대응'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져 주목된다.

    MBC 노동조합(위원장 오정환)은 26일 '외교참사 오보에도 적반하장 MBC'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박성호 MBC 뉴스룸 국장이 오늘 편집회의에서 '외교 참사' 오보 비판에 대해 '사실 왜곡'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며 "그리고 명예훼손에 강력히 대응하고, 부당한 공격은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고 경고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오보를 내고, 정치적 편향성을 드러내고, 나라 망신을 시키고, 국익을 해치고도 반성 한마디 없다"며 MBC 통합뉴스룸의 안이한 태도를 문제삼은 MBC노조는 "오보의 책임을 묻겠다는 말도 없었다. 오히려 적반하장이다. 어쩌면 지금부터 이슈를 돌려 물타기를 시도할 지도 모르겠다"고 개탄했다.

    MBC노조는 "도대체 MBC가 왜 이렇게 됐는지, 자정 능력은 남아 있는 것인지 참으로 걱정스럽다"며 "이런 공영방송사가 과연 존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누가 없는 말을 자막에 넣었나"


    MBC노조에 따르면 한국 시각으로 9월 22일 새벽 5시, 각국 정상들이 참석한 미국 뉴욕 '글로벌 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 행사의 현장 스케치 촬영을 담당한 MBC 박종일 기자(카메라기자)는 새벽 6시 반쯤 국내로 화면을 송출했다.

    이때 박 기자가 공동취재단의 MBC A기자에게 윤석열 대통령 발언에 대해 이야기하고, A기자가 소음 섞인 현장 녹음을 잘못 해독해 본사에 보고하면서 오보 사태가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MBC에 전송된 화면은 디지털뉴스룸과 뉴스룸(구 보도국) 정치팀에 전달돼 뉴스로 가공됐고, 디지털뉴스룸은 오전 10시 7분 인터넷에 해당 영상을 띄우면서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라는 자막을 붙였다.

    MBC노조는 "당시 뉴스룸 정치팀에서는 큰 건수라도 잡은 것처럼 엠바고 해제 시점을 확인하느라 부산했다고 한다"며 "그리고 12시 뉴스에 B기자가 리포트를 하면서 자막에 '(미국)'이라는 단어를 추가했다"고 되짚었다.

    "(B기자는) 존재하지도 않는 내용을 자막으로 꾸며 넣은 것"이라며 "명백한 왜곡 시도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한 MBC노조는 "모든 리포트는 데스크의 검토를 거쳐야 하므로, 박범수 정치팀장이 해당 기사와 자막을 지시했거나 최소한 방송을 승인했다고 봐야 하고, 이 모든 과정은 박성호 국장의 지휘 아래 진행됐다"고 단정했다.

    MBC노조는 MBC가 TV는 물론 인터넷에도 아직 기사를 띄우지 않은 오전 9시 33분에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막말'이라고 비난한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의 발언 경위도 문제삼았다.

    MBC노조는 "민주당은 해당 발언이 MBC 보도가 아니라 SNS 동영상을 보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MBC가 인터넷에 게재하기도 전이라는 상황을 감안하면, 어느 기자가 민주당에 보낸 동영상을 거꾸로 민주당 관계자가 시중에 유포시켰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추정했다.

    "외교문제를 일으키고 싶었나"


    끝으로 MBC노조는 "MBC는 9월 22일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왜곡 보도하면서 '자칫 외교문제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나라 걱정을 했지만, 다음날 아침 뉴스투데이의 왕종명 특파원 리포트를 보면 그런 외교문제를 일부러 일으키려 한 게 아닌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MBC노조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묻는 이메일 질의에 미국 국무부는 답변을 거부했다. 백악관도 언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신, 미국의 주요 언론이 서울과 워싱턴 발로 윤 대통령의 발언을 보도했다'는 특파원 리포트의 내용을 소개하며 "왕종명 특파원이 미국 국무부와 백악관에 한국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을 비하했다고 확인도 안 된 내용의 이메일을 보낸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추정했다.

    A기자 "尹 발언 잘못 해독해 본사에 보고한 적 없어"


    한편, A기자는 MBC노조가 성명을 통해 주장한 내용이 사실인지를 묻는 본지 질문에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먼저 A기자는 '현장 촬영을 담당한 MBC 박종일 기자가 A기자에게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이야기했다'는 MBC노조의 주장과 관련, 카메라기자는 자신에게 윤 대통령의 발언을 이야기한 바 없다고 밝혔다.

    이어 'A기자가 소음 섞인 현장 녹음을 잘못 해독해 본사에 보고하면서 오보 사태가 시작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A기자는 "해당 발언을 잘못 해독해 본사에 보고한 바 없다"고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