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국' 설치에 대한 반대 목소리 분출 尹대통령, 인사문제 '경찰 책임론' 제기에 경찰 오히려 수세에 몰려인사 번복 사태, 경찰 통제력 강화에 결정적 국면 될 수 있단 관측도
  • ▲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정상윤 기자(사진=대통령실 국민소통관)
    ▲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정상윤 기자(사진=대통령실 국민소통관)
    이른바 '행안부 경찰국' 관련 갈등과 인사 번복 사태가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경찰의 '항명' 논란으로 확산되면서 경찰이 오히려 '사면초가'에 처한 모습이다.

    경찰 수뇌부는 물론 경찰 내 노조 격인 경찰직장협의회가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설치'안에 반대하는 등 정부 통제력 강화에 따른 반발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경찰 책임론'을 제기하기 시작한 윤 대통령과 정부로서는 이 또한 '항명'으로 여겨질 가능성이 큰 만큼 향후 경찰이 더욱 수세에 몰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경찰직협은 2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행안부 산하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가 제시한 '경찰국 신설안'은 "경찰의 지휘·인사·감찰·징계 등의 권한을 이용해 경찰을 실질적으로 통제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런 만큼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훼손하는 일련의 행위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경찰직협의 목소리는 오히려 '허공 속 메아리'로 묻혀버린 형국이다. 이날 윤 대통령이 유례 없이 강한 어조로 경찰을 향해 날린 질타가 정국을 몰아쳤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출근길에 소위 '경찰 인사 번복' 문제는 "아주 중대한 국기문란"이라며 "아니면 어이없는, 공무원으로서 할 수 없는 과오"라고 질책했다.

    공교롭게도 경찰 치안감 인사 번복 사태는 21일 행안부 자문위가 권고안을 발표한 당일 벌어졌다. 경찰이 치안감 인사를 발표했다가 2시간 만에 수정하며 혼선이 생긴 것이다.

    정부로서는 이것이 경찰 통제력을 강화해야 할 중대한 명분으로 작용했다는 견해가 나온다. 대통령, 정부 부처와 상의 없이 경찰이 독단적으로 인사를 내버렸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이 같은 초유의 혼선을 초래한 경찰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이와 관련 "아직 대통령 재가도 나지 않고 행정안전부에서 또 검토해서 대통령에게 의견도 내지 않은 상태에서 그런 인사가 밖으로 유출됐다"며 "이것이 또 언론에 마치 인사가 번복된 것처럼 나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 ▲ 행정안전부 산하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가 '경찰 통제 권고안' 발표를 앞두고 있는 2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본청과 서대문경찰서 정문에 경찰국 신설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강민석기자
    ▲ 행정안전부 산하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가 '경찰 통제 권고안' 발표를 앞두고 있는 2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본청과 서대문경찰서 정문에 경찰국 신설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강민석기자
    尹정부 '경찰 길들이기' 본격화 관측… 수세에 몰린 경찰은 '자중지란'

    윤 대통령이 직접 경찰의 책임론을 제기하고 나선 상황인 만큼 경찰국 설치문제를 둘러싼 갈등, 더 나아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 정국에서 정부와 검찰이 우위에 서는 결정적 국면이 될 것이라는 관측에도 힘이 실린다.

    당장 윤 대통령의 이날 발언과 동시에, 이번 경찰 인사문제에 따른 경위 파악과 책임자 징계 등을 위한 감찰이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는 공직 기강 잡기를 명분으로 내세우면서도 '경찰 길들이기'를 위한 강력한 무기가 될 수도 있다.

    경찰 통제력 강화를 위한 행보도 본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걸 태세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행안부 검찰국 신설에 따른 경찰의 반발을 일축하고 자문위 의견을 옹호하면서 행안부에 직접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윤 대통령은 "경찰보다 중립성과 독립성이 강하게 요구되는 검사 조직도 법무부에 검찰국을 잘 두고 있다"며 경찰의 주장을 반박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치안이나 경찰 사무를 맡은 내각의 행안부가 거기(경찰)에 대해 필요한 지휘 통제를 하고, 독립성이나 중립성이 요구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당연히 헌법과 법률에 따라 원칙에 따라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뜩이나 궁지에 몰린 경찰은 심각한 후폭풍에 휩싸이며 '자중지란'에 빠진 모습이다.

    실제로 경찰 내부망 등에는 김창룡 경찰청장이 일련의 사태에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분출되는 조짐이다. 긴급한 시기에 수장이 사퇴하면 더욱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반대 의견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김 청장은 이날 경찰국 신설안 갈등과 관련 "최대한 빨리 만남 일정을 갖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행안부 자문위 권고안과 관련해) 장관께 충분히 우리 입장을 말씀 드리고 건의 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인사 번복문제 관련, 조사 필요성 지적에는 "생각해보겠다"고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