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질 사람은 누구?"… 민주당 원로들 손가락은 '이재명'을 향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에 따른 '이재명 책임론'과 연이은 계파갈등으로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당 원로들의 쓴소리가 이어졌다.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6일 오전 민주당 상임고문단 간담회를 열었다. 

우 위원장은 "당을 이끌어 오시면서 수없이 많은 어려움을 극복해온 자랑스러운 민주당의 역사·경험을 갖고 계신 원로 상임고문님들의 도움과 지혜를 빌리기 위해 모셨다"며 간담회를 개최한 계기를 설명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원로들은 "고문으로 몸담은 우리까지도 면구스럽다"며 일제히 쓴소리를 전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문희상·박병석·권노갑·정동영·이용희·김원기·이용득 상임고문 등이 참석했다.

문희상 상임고문은 "책임질 사람이 누구인지 다 알지 않으냐"며 "당을 이끌었던 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사람은 상징적으로 책임을 안 질 수 없다"고 이재명 의원을 정조준했다. 

문 고문은 "선거에서 연달아 3연패를 했는데 책임문제를 규명하고 소재를 분명히 하는 것이 민주정당의 기본"이라며 "책임이 많아서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운명적으로 (책임져야 한다). 후보를 맡았던 사람은 졌으니까 책임져야 한다"고 '이재명 책임론'에 무게를 더했다.

"정당은 당연히 계파가 있어야 하지만, 문제는 남 탓하면서 자중지란하는 것"이라고 경계한 문 고문은 "자기 계파가 모조리 독점하겠다고 싸우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문 고문은 이어 "이런 상태에서 싸움이 나면 난파선 위에 서서 선장 되려고 싸우다가 가라앉아 다 죽게 된다. 나는 상당히 지금 위기라고 본다"고 경고했다.

이용득 상임고문도 "걱정되는 것이, 서로 남 탓만 하고 있다. 국민들이 불안해 한다"며 "누가 누구를 탓하나. 170석은 촛불효과에 의해서, 상대의 잘못으로 인해서 국민들이 맡겨본 거다. 우리가 잘해서가 아니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 고문은 "우리는 잘했고 너희는 잘못했고 이럴 때가 아니다.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며 "어느 계파에서 자신들은 잘했고 누구는 못했다고 말할 때 국민들은 완전히 등을 돌린다"고 강조했다.

권노갑 상임고문은 "정권 재창출을 못하고 이 자리에서 패배한 근본적 원인은 무엇보다도 계파정치로 말미암아 분열과 갈등에서 오는 결과라고 본다"며 "민주당을 다시 되돌리려면 무엇보다 국민을 바로 하고 국민 속으로 들어가서 국민의 사랑과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민주당 내 계파갈등을 지적했다.

원로들은 선거에서 연이어 패배한 민주당이 위기라고 재차 강조하며 집을 헐고 새로 짓는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원기 상임고문은 "고문으로서 몸담고 있는 우리까지도 참 면구스럽고 절실한 책임을 통감하지 않을 수 없다"며 "차마 말씀 드리기 어려운 참담한 결과를 가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병석 상임고문은 "민주당은 최근 큰 선거에서 잇달아 연패했다"며 "위기다. 위기의 심각성을 제대로 느끼고 있는가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고문은 "적당히 반성하고 적당히 개선해서는 다시 어려움에 빠질 것"이라며 "철저히 반성하고 집을 헐고 새로 짓는다는 재창당 수준의 각오 없이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원로들이 한목소리로 '계파 갈등'과 '이재명 책임론'을 지적하는 가운데 지난 문재인정부를 평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정동영 상임고문은 "지난 촛불정부에 걸맞은 정치개혁, 4대 개혁은 어떻게 됐나"라며 "압도적 다수의 국민은 질풍노도의 개혁을 기대했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이후 간담회는 비공개로 전환돼 약 1시간10분 동안 이어졌다. 

조오섭 민주당 대변인은 비공개 간담회를 마친 뒤 "여러 의견들이 나왔다.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해서 간단히 말하면 계파 간의 갈등보다 단합을 소중히 생각하라, 남 탓 상대방 탓을 하지 말고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로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정하라, 민주당의 개혁과제를 분명하게 헤쳐나갈 수 있도록 하라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