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국가비상방역사령부 "4월 말부터 전국서 열병 폭증… 누적 환자 35만 명"백신 없는 데다 주민 대다수 영양부족, 면역력 약해… 최대 16만 명 사망 우려
  • ▲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 마스크를 쓰고 등장한 김정은. 북한관영매체가 마스크를 쓴 김정은의 모습을 공개한 건 처음이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 마스크를 쓰고 등장한 김정은. 북한관영매체가 마스크를 쓴 김정은의 모습을 공개한 건 처음이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 전체가 ‘오미크론’의 급격한 확산으로 비상이 걸렸다. 그럼에도 북한은 외부의 백신이나 치료제 지원 제안을 거부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 등은 북한 당국과 접촉해 백신 지원 여부를 논의하려 시도 중인 것으로 13일 알려졌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에 대해 코로나 백신을 지원할 계획은 아직 세우지 않았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에 코로나 백신 등을 지원할 방침"이라는 입장을 이날 내놨다. 

    김정은 “최대비상방역체계로 이행”… 전국적 봉쇄령 발령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지난 12일 국가비상방역사령부를 찾은 사실을 전했다. 통신은 김정은이 “방역 위기상황에 대처해 국가방역사업을 최대비상방역체계로 이행한 뒤 하루 동안의 방역실태에 대해 점검하고 전국적인 전파상황을 료해했다”고 전했다.

    국가비상방역사령부는 김정은에게 “4월 말부터 원인을 알 수 없는 열병이 전국적 범위에서 폭발적으로 전파·확대돼 짧은 기간에 35만여 명의 유열자(발열자)가 나왔으며, 그중 16만2200여 명이 완치됐다”고 보고했다.

    이어 “5월12일에만 전국에서 1만8000여 명의 유열자가 새로 발생했고, 현재 18만7800여 명이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며 “지금까지 6명이 사망했다”고 밝힌 국가비상방역사령부는, 현재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오미크론’이며, ‘스텔스 오미크론’이라고 불리는 BA.2에 감염돼 사망한 사람도 1명 있다고 김정은에게 보고했다.

    보고를 받은 김정은은 “열병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동시다발적으로 전파, 확산됐다는 것은 우리가 이미 세워 놓은 방역체계에 허점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김정은은 이어 “전국의 모든 도·시·군들은 자기 지역을 봉쇄하고 주민들의 편의를 최대로 보장하면서 사업단위·생산단위·거주단위별로 격폐(隔閉)조치를 취하라”며 “주동적으로 지역들을 봉쇄하고 유열자들을 격리조처하며 치료를 책임적으로 해 전파공간을 차단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美싱크탱크 “北서 오미크론 확산시 최악의 경우 16만 명 사망”

    김정은은 이처럼 방역조치 강화를 지시하면서도 외부에 백신이나 치료제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았다. 북한 당국 또한 스스로 해결할 것임을 다짐했다. 하지만 외부에서 보는 시각은 다르다.

    미국의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 3월 한 보고서를 통해 “북한에서 코로나가 확산하면 최악의 경우 16만 명이 사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 백신 접종자도 없는 데다 주민들 대부분 영양부족 등의 이유로 면역력이 약한 편이어서 오미크론처럼 빠르게 확산하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면 환자가 대량발생할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북한은 지난 2년3개월 동안 국경을 완전봉쇄하고, 세계백신연합 측이 제공하려 한 코로나 백신 지원을 거부했다. 동시에 방역을 이유로 주민들을 강력히 통제했다. 북한은 이를 통해 지금까지 코로나 환자가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자랑해 왔다. 

    이에 용기를 얻었는지 북한은 지난 4월25일에는 빨치산 창건 90주년 기념 열병식을 야간에 열었다. 당시 참석자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이처럼 ‘코로나 방역’에 자신감을 가졌던 북한이 오미크론 확산을 공개한 것과 관련해 영국의 ‘가디언’은 “북한의 공중보건 상황이 심각함을 의미한다”는 이화여대 국제학부의 리프 에릭 이즐리 교수의 의견을 소개했다.

    이즐리 교수는 “그렇다고 북한이 갑자기 인도적 지원을 받아들이고, 미국과 한국에 유화적인 노선을 취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WHO “백신 지원 위해 접촉”… 韓통일부·美백악관 “백신 지원 계획 없어”

    한편 세계보건기구(WHO) 평양사무소의 에드윈 살바도르 소장은 백신 지원을 논의하기 위해 북한과 접촉을 시도 중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전했다. 

    에드윈 소장은 방송에 “북한 보건성으로부터 아직 북한 내 코로나 확진 사례에 관한 공식적인 보고를 받지 못했다”면서 “그러나 국제보건규정 담당자들과 즉각적인 정보교환을 위해 접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은 “현재 북한에는 어떤 분량의 코로나 백신 제공도 약속하지 않았다”고 방송에 밝혔다. 한국과 미국도 같은 날 북한에 코로나 백신을 지원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차덕칠 통일부 부대변인은 13일 오전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 정부는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남북 간 방역·보건·의료협력은 인도적 차원에서 언제라도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다만 지금은 북한 동향을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을 뿐 구체적인 지원계획을 마련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날 오후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에 코로나 백신 등 의약품을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오후 2시경 서면 브리핑을 통해 “북한에서 코로나 대유행으로 감염 의심자가 폭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지원 방안은 북한 측과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며, 윤 대통령이 북한에 코로나 백신 등을 지원할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 백악관의 젠 사키 대변인은 현지시간 12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은 코백스(COVAX·세계백신공동분배프로젝트)의 백신 기부를 반복해서 거부했다”며 “미국은 현재 북한에 코로나 백신을 기부할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