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 제2의 도시 하르키우 가까스로 점령했다 하루 만에 우크라군에 빼앗겨우크라군, 서방진영 제공한 ‘재블린’ ‘NLAW’로 러시아군 기갑차량 680여 대 파괴
  • ▲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시내에서 시가전 끝에 파기된 러시아군 병력수송차(IFV). 러시아군은 하르키우를 점령했다 하루 만에 우크라이나군에게 도로 빼앗겼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시내에서 시가전 끝에 파기된 러시아군 병력수송차(IFV). 러시아군은 하르키우를 점령했다 하루 만에 우크라이나군에게 도로 빼앗겼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우크라이나 침략 나흘째가 된 27일(이하 현지시간)부터 러시아군의 진격이 주춤하고 있다. 서방진영은 그 원인이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결사항전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서방진영에서는 이 때문에 러시아가 당초 계획했던 목표를 이루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러시아군, 제2의 도시 하르키우 장악한 지 하루 만에 도로 빼앗겨

    CNN 등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27일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 하르키우에 진입했다. 하르키우는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로 돈바스 북부 접경지역에 위치해 있다.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은 하르키우에서 치열한 교전을 벌였다. 러시아군은 도시의 가스관을 파괴하고, 로켓과 미사일을 쏘아대며 우크라이나군을 하르키우에서 내쫓았다. 현지 주민들이 트위터 등에 올린 영상에도 러시아군 장갑차가 시가지를 지나는 모습이 보였다. 

    러시아군은 정부시설뿐만 아니라 주택가와 유치원·보육원도 공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군은 하루 만에 하르키우를 탈환했다. 영국 가디언은 28일 올레 시네후보프 하르키우 주지사의 말을 전했다. 시네후보프 주지사는 “러시아군이 시가전에서 패한 후 모두 철수했다”며 “하르키우는 완전히 우리 것이다. 러시아군의 사기가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침략 나흘째, 키예프 30㎞ 거리에서 주춤한 러시아군

    외신들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 접경에 배치했던 병력 15만 명 가운데 절반 이상을 우크라이나로 진입시켰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크림반도 동쪽 헤르손 방면과 북동쪽 하라코프 방면, 키예프 북쪽에서 진격하는 중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군의 저항이 예상보다 훨씬 강해 러시아군은 계획했던 전략 요충지를 장악하지 못한 상태다.

    CNN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 당국자는 27일 “우크라이나군의 저항이 성공적인 덕분에 러시아는 지난 24시간 동안 결정적 승기를 잡지 못했다”면서 “특히 (키예프) 북쪽지역에서 고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러시아군이 총공세를 펼쳤지만 우크라이나군의 결사항전에 부닥쳐 주춤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다른 미국 국방부 당국자도 “제공권을 장악한 뒤 기계화보병 전력으로 밀고 들어가 키예프를 고립시키려던 러시아의 계획은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러시아군은 지난 26일 키예프에서 30킬로미터 떨어진 지역까지 진군했지만 그 이상 파고들지 못하고 있다.
  • ▲ 우크라이나군의 수호무기이자 필살무기 '성 재블린'과 '성 앤로'의 밈(Meme). ⓒ트위터 캡쳐.
    ▲ 우크라이나군의 수호무기이자 필살무기 '성 재블린'과 '성 앤로'의 밈(Meme). ⓒ트위터 캡쳐.
    우크라이나군의 필살 무기 ‘성 재블린’과 ‘성 엔로’

    러시아군의 진격이 주춤한 이유를 두고 해외 군사전문가들은 보급선이 원활하지 않은 점을 이유로 든다. 반면 외신들은 결사항전 의지로 맞서는 우크라이나 국민의 의지가 러시아군의 진격을 늦췄다고 풀이했다.

    BBC와 월스트리트저널(WSJ)·뉴욕타임스(NYT)의 26일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나이와 직업, 성별을 막론하고 러시아군에 대항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런 국민들의 항전 의지가 우크라이나 군인들의 사기를 높여주고 있다.

    미국 등이 제공한 무기도 러시아군 진격을 늦추는 데 한 몫 했다. 미국의 휴대용 대전차 미사일 ‘재블린’과 영국 휴대용 대전차 미사일 ‘엔로(NLAW)’가 대표적이다. 기계화부대로 우크라이나를 단숨에 장악하려 했던 러시아군은 ‘재블린’과 ‘엔로’에 많은 장비를 잃었다. 

    BBC와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8일 기준 러시아 전차 146대, 장갑차 536대가 우크라이나군에 파괴됐다. 이런 전과로 인해 현지에서는 이 무기를 ‘성 재블린(St. Javwlin)’과 ‘성 엔로(St. NLAW)’라고 부른다.

    러시아군 진격 늦추려 자폭한 우크라이나 해병

    러시아군의 진격을 늦추는 과정에서 영웅담도 나왔다. 우크라이나군에 따르면, 해병대 공병인 비탈리 샤쿤 볼로디미로비치는 지난 25일 헤르손 지역의 헤니체스크다리를 폭파하는 작전에 투입됐다. 

    이 다리는 크림반도와 우크라이나 본토를 연결하는 교량이다. 이 교량이 없으면 러시아군은 멀리 돌아가야 하고, 그만큼 우크라이나군에는 시간이 생긴다.

    볼로디미로비치는 헤니체스크다리 폭파작전에 자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작전에 투입된 후 교량 폭파 준비를 완료했지만, 러시아군이 이미 근접한 것을 발견했다. 볼로디미로비치는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는 대신 자폭을 선택했다. 

    볼로디미로비치의 희생으로 러시아군은 크림반도에서 우크라이나로 진입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더 들여야 했고, 그 사이 우크라이나군은 전열을 재정비할 수 있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