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군, 체르노빌 폐원전 일대도 점령… 러 해군, 흑해와 지중해, 에게해에 슬라바급 3척 배치바이든, 러 2대 은행·기업 13곳 등 추가 제재… EU·일본·대만도 추가 제재 준비 중
  •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군 대공감시레이더.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군 대공감시레이더.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북쪽, 동쪽, 남쪽 삼면에서 동시다발적을 침략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북쪽으로 32㎞ 떨어진 체르노빌 폐원전은 러시아군이 이미 점령했다. 러시아 흑해함대 소속 3개 순양함 전투단은 지중해에서 훈련 중인 나토군 항공모함 전투단을 견제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을 필두로 EU·일본·대만은 추가 제재 준비를 마쳤다.

    러시아, 우크라 북쪽·동쪽·남쪽서 침략… 수도 인근 수십㎞까지 접근

    러시아군이 지난 24일(이하 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북쪽 벨라루스 접경과 동쪽 돈바스 지역의 도네츠크 및 루한스크, 남쪽 흑해에서 동시다발적인 침략을 했다고 로이터통신과 AP통신, CNN 등이 전했다. 

    CNN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25일 새벽부터 수도 키예프를 대상으로 대규모 폭격을 재개했다. 우크라이나 당국도 “오전 3시부터 러시아군이 키예프를 향해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 공격을 재개했다”고 확인했다.

    이와 관련해 볼라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5일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 소식을 국민들에게 알리면서 “하지만 우크라이나군이 거의 모든 방향에서 러시아군의 진격을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통신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군은 민간시설과 군사목표물을 동시에 겨냥, 공격했다”며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 저지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신문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군의 사보타주 조직이 키예프에 잠입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면서 “키예프 시민들은 통행금지령을 준수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외부에서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략을 막아낼 것으로 보지 않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에 앞서 “러시아 기갑부대가 우크라이나 침략 이틀 만에 키예프 인근 32㎞ 지점까지 접근했다”며 “얼마 안 있어 키예프가 함락될 것으로 본다”는 평가를 내놨다.

    러시아군, 체르노빌 폐원전 점령… “서방에 개입 말라는 경고”

    미국 국방부가 말한 “키예프에서 32㎞ 떨어진 곳”은 체르노빌 폐원전이다. 우크라이나정부도 러시아군이 24일 체르노빌 폐원전을 점령했다고 확인했다. 이곳은 1986년 4월 노심용융사고가 터진 이후 지금까지 반경 30㎞ 이내는 출입금지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은 이날 러시아군의 체르노빌 폐원전 점령을 시인하며 “러시아군의 무차별 공격 탓에 폐원전이 안전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체르노빌 점령은 현재 유럽에 대한 가장 심각한 위협 가운데 하나”라고 우려했다.
  • 러시아 해군의 슬라바급 순양함 '모스크바'함. 현재 나토함대를 견제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 공개사진.
    ▲ 러시아 해군의 슬라바급 순양함 '모스크바'함. 현재 나토함대를 견제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 공개사진.
    통신은 “러시아군이 24일 체르노빌 폐원전을 점령, 통제한 이유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가 우크라이나 사태에 군사적 개입을 하지 말라는 메시지”라는 러시아 안보 소식통의 이야기도 덧붙였다.

    USNI “러 해군 슬라바급 순양함 3척, 나토 항모전단 흑해 진입 견제”

    러시아는 나토의 우크라이나 사태 개입을 저지하기 위해 슬라바급 순양함 3척을 흑해와 지중해에 배치해 놓고 있다고 미 해군연구소(USNI)가 전했다. USNI에 따르면, 흑해함대는 슬라바급 순양함인 모스크바함(흑해함대)·먀셜우스티노프함(태평양함대)·바랴그함(북부함대)을 흑해와 이탈리아 남쪽 에게해, 그리고 지중해에 배치했다.

    이들은 현재 지중해에서 훈련 중인 미 해군 항모 ‘해리 S.트루먼함’과 이탈리아 해군 항모 ‘카보르함’, 프랑스 해군 항모 ‘샤를드골함’의 흑해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 슬라바급 순양함은 길이 186.4m, 폭 20.8m, 만재배수량 1만1490t의 대형 함선으로 1970년대 미 해군 항모전단에 맞서기 위해 만든 전투함이다.

    USNI에 따르면, 러시아 해군이 슬라바급 순양함으로 견제하는 탓에 미 해군도 “맞닥뜨릴 경우 오산의 가능성이 있다”며 도발적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경계하고 있다.

    바이든 “대러제재 확대”… EU·日·대만도 동참 서둘러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4일 대국민 연설을 통해 러시아의 4대 은행을 제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는 러시아 2대 은행인 VTB와 스베르은행이 포함됐다. 또한 러시아 주요 기업 13곳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측근 인사들도 제재 대상이 됐다.

    미국의 제재 확대조치 후 유럽연합(EU)도 러시아 자산 동결 및 러시아 은행의 EU 시장 접근 차단 등으로 제재를 확대했다. 

    우르술라 폰데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추가 제재는 러시아가 핵심 기술과 시장에 접근하는 것을 막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EU가 아직까지 해본 적이 없는 가장 강력한 제재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본 또한 24일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해 추가 제재를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의 경우 러시아 제재를 위한 품목의 사전점검까지 마쳤다고 자유시보 등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대만의 수출통제품목에는 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기술제품이 포함됐다고 현지 언론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