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침해, 인사 관련 법령 저촉, 검찰 자존감·사기 저하" 반발법조계 "경험 없는 사람이 수사 지휘하면 조직 이상해져… 공수처가 이미 보여줬다"
  • ▲ 박범계 법무부 장관. ⓒ정상윤 기자
    ▲ 박범계 법무부 장관. ⓒ정상윤 기자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산업재해·노동인권 분야 외부 전문가를 검사장급으로 신규임용하려 하자 김오수 검찰총장이 정면으로 반발하면서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이 재점화하는 모양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법무부가 지난해 6월 단행한 역대급 물갈이 인사 이후 '법·검 갈등'이 재발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19일 오후 일선 고·지검장에게 김오수 검찰총장이 법무부에서 추진하는 중대재해 분야 검사장 외부 공모 절차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뜻을 전했다.

    대검은 김 총장이 반발한 이유로 △검찰청법 등 인사 관련 법령과 직제규정 취지에 저촉될 소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침해할 우려 △검찰 내부 구성원들의 자존감과 사기 저하 초래 우려 등 3가지를 수용 불가 사유로 들었다.

    법무부, 검사장급에 외부 전문가 앉힌다

    법무부는 오는 21일까지 검사장급 검사 신규임용 지원서를 접수한다. 중대재해·산업재해·산업안전·노동분야의 외부 전문가 1명을 2월 중 선발해 검사장으로 임명한다는 계획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검찰 수사지휘 라인에 외부인사를 임명하는 선례가 만들어지면 정권마다 이를 활용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렇게 될 경우 외부 인사 임명으로 인해 검찰의 '정치 중립성'이 쉽게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대검은 "이번 임용공고에 대한 검찰 구성원들의 걱정과 염려를 충분히 공감하고 있고, 앞으로 검찰청법 제34조에 따라 인사에 관한 검찰총장의 의견을 적극 개진하겠다"며 "검찰청법 제35조에 따른 검찰인사위원회 심의 시 필요한 의견을 충실히 제시하는 등 검찰 구성원들의 우려를 덜어 드릴 수 있도록 다각도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청법 제34조 1항에 따르면,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장관의 제청과 대통령 승인으로 이뤄지지만, 이 과정에서 법무부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게 돼 있다. 즉, 김 총장이 박 장관을 만나 설득하는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 ▲ 김오수 검찰총장. ⓒ뉴데일리 DB
    ▲ 김오수 검찰총장. ⓒ뉴데일리 DB
    총장 반발에도 장관이 무시할 가능성 나와

    다만 법무부장관이 인사를 단행할 때 검찰총장의 의견을 반드시 수용해야 한다는 조항은 없기 때문에 박 장관이 김 총장의 반발을 묵살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 검찰 인사를 단행할 때도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현 국민의힘 대통령후보)의 의견을 무시해 갈등이 빚어진 바 있다.

    박 장관은 아울러 지난해 6월 '검찰 직제개편안'을 단행할 때도 김 총장과 부닥친 바 있다. 당시 박 장관은 직제개편안에 ‘직접수사 시 법무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조항을 넣으려 했으나 김 총장을 비롯한 일선 검찰의 거센 반발에 부닥쳤다. 

    김 총장 등의 반발로 해당 조항은 삭제됐으나 이어진 역대 최대 규모의 검찰 중간간부 인사는 박 장관의 뜻대로 진행됐다.

    박 장관은 당시 인사를 통해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 등 문재인정부 인사들을 대상으로 한 수사팀 팀장들을 전면교체했다. 

    박 장관은 이를 두고 "객관적이고 공정한 인사를 한 것"이라고 자평했지만, 김 총장은 "이번 인사 내용을 보면서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검찰의 정치 중립성 파괴하겠다는 것"

    법조계 일각에서도 박 장관의 외부 인사 영입에 우려를 표했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우선 수사 경험이 한 번도 없는 외부 인사를 데려와 지휘 라인에 앉히겠다는 생각부터 이해되지 않는다"며 "검사로서의 경험이 부족한 사람이 지휘하게 되면 조직이 이상해진다는 것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적나라하게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지난해 직제 개편안에서 문제가 됐던 '검찰이 수사할 때 법무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조항이나 이번의 외부 인사 검사장급 인용은 결국 한 가지 결론으로 귀결된다"며 "검찰을 쥐락펴락하며 정치 중립성을 파괴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