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침해, 인사 관련 법령 저촉, 검찰 자존감·사기 저하" 반발법조계 "경험 없는 사람이 수사 지휘하면 조직 이상해져… 공수처가 이미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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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 법무부장관이 산업재해·노동인권 분야 외부 전문가를 검사장급으로 신규임용하려 하자 김오수 검찰총장이 정면으로 반발하면서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이 재점화하는 모양새다.법조계 일각에서는 법무부가 지난해 6월 단행한 역대급 물갈이 인사 이후 '법·검 갈등'이 재발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19일 오후 일선 고·지검장에게 김오수 검찰총장이 법무부에서 추진하는 중대재해 분야 검사장 외부 공모 절차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뜻을 전했다.대검은 김 총장이 반발한 이유로 △검찰청법 등 인사 관련 법령과 직제규정 취지에 저촉될 소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침해할 우려 △검찰 내부 구성원들의 자존감과 사기 저하 초래 우려 등 3가지를 수용 불가 사유로 들었다.법무부, 검사장급에 외부 전문가 앉힌다법무부는 오는 21일까지 검사장급 검사 신규임용 지원서를 접수한다. 중대재해·산업재해·산업안전·노동분야의 외부 전문가 1명을 2월 중 선발해 검사장으로 임명한다는 계획이다.검찰 내부에서는 검찰 수사지휘 라인에 외부인사를 임명하는 선례가 만들어지면 정권마다 이를 활용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렇게 될 경우 외부 인사 임명으로 인해 검찰의 '정치 중립성'이 쉽게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이와 관련, 대검은 "이번 임용공고에 대한 검찰 구성원들의 걱정과 염려를 충분히 공감하고 있고, 앞으로 검찰청법 제34조에 따라 인사에 관한 검찰총장의 의견을 적극 개진하겠다"며 "검찰청법 제35조에 따른 검찰인사위원회 심의 시 필요한 의견을 충실히 제시하는 등 검찰 구성원들의 우려를 덜어 드릴 수 있도록 다각도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검찰청법 제34조 1항에 따르면,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장관의 제청과 대통령 승인으로 이뤄지지만, 이 과정에서 법무부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게 돼 있다. 즉, 김 총장이 박 장관을 만나 설득하는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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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 반발에도 장관이 무시할 가능성 나와다만 법무부장관이 인사를 단행할 때 검찰총장의 의견을 반드시 수용해야 한다는 조항은 없기 때문에 박 장관이 김 총장의 반발을 묵살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 검찰 인사를 단행할 때도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현 국민의힘 대통령후보)의 의견을 무시해 갈등이 빚어진 바 있다.박 장관은 아울러 지난해 6월 '검찰 직제개편안'을 단행할 때도 김 총장과 부닥친 바 있다. 당시 박 장관은 직제개편안에 ‘직접수사 시 법무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조항을 넣으려 했으나 김 총장을 비롯한 일선 검찰의 거센 반발에 부닥쳤다.김 총장 등의 반발로 해당 조항은 삭제됐으나 이어진 역대 최대 규모의 검찰 중간간부 인사는 박 장관의 뜻대로 진행됐다.박 장관은 당시 인사를 통해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 등 문재인정부 인사들을 대상으로 한 수사팀 팀장들을 전면교체했다.박 장관은 이를 두고 "객관적이고 공정한 인사를 한 것"이라고 자평했지만, 김 총장은 "이번 인사 내용을 보면서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검찰의 정치 중립성 파괴하겠다는 것"법조계 일각에서도 박 장관의 외부 인사 영입에 우려를 표했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우선 수사 경험이 한 번도 없는 외부 인사를 데려와 지휘 라인에 앉히겠다는 생각부터 이해되지 않는다"며 "검사로서의 경험이 부족한 사람이 지휘하게 되면 조직이 이상해진다는 것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적나라하게 보여줬다"고 지적했다.이 변호사는 "지난해 직제 개편안에서 문제가 됐던 '검찰이 수사할 때 법무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조항이나 이번의 외부 인사 검사장급 인용은 결국 한 가지 결론으로 귀결된다"며 "검찰을 쥐락펴락하며 정치 중립성을 파괴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