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21.3.25) → 깊은 우려(21.9.15) → 유감(21.9.28) → 깊은 유감(21.10.19)→ 우려(22.1.5) → 강한 유감(22.1.11) → 재차 강한 유감(22.1.14) → 매우 유감(22.1.17)
  • 북한이 17일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는 '북한판 에이테킴스'(KN-24)인 것으로 파악됐다. 조선중앙통신은 18일
    ▲ 북한이 17일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는 '북한판 에이테킴스'(KN-24)인 것으로 파악됐다. 조선중앙통신은 18일 "국방과학원과 제2경제위원회를 비롯한 해당 기관의 계획에 따라 17일 전술유도탄 검수사격시험이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청와대가 지난 1년간 8회에 걸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한 차례를 제외하고는 '도발'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대통령도 임기 동안 북한을 향해 '도발'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단 한 차례 뿐인 것으로 파악됐다.

    청와대가 지난 1년 동안 '도발'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지난해 9월15일 북한의 단거리탄도미사일 발사 때가 유일이다. 

    당시 청와대는 "합참 보고를 받은 후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들은  '정세 안정이 매우 긴요한 시기에 이뤄진 북한의 연속된 미사일 발사 도발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열흘 뒤인 지난해 9월25일 북한이 자신들의 미사일 발사를 도발로 매도하지 말라고 요구한 뒤로는 '도발'이라는 표현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당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담화를 통해 "우리의 자위권 차원의 행동은 모두 위협적인 '도발'로 매도되고, 자기들의 군비 증강 활동은 '대북 억제력 확보'로 미화하는 미국·남조선식 대조선 이중기준은 비논리적이고 유치한 주장"이라며 "명백히 말하지만 이중기준은 우리가 절대로 넘어가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임기 내 북한을 겨냥해 '도발'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 역시 지난해 9월15일 뿐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우리나라가 독자개발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시험이 성공한 것과 관련해 "우리의 미사일 전력 증강이야말로 북한의 도발에 대한 확실한 억지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지난 12일 북측의 극초음속미사일 발사 때 "강한 유감"이라고 한 데 이어 17일에는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 중인 문 대통령 역시 '도발'이라는 표현을 생략한 채 "국가안보실장을 중심으로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에 만전을 기하라"고만 지시했다.

    청와대는 지난해 3월25일부터 지난 17일까지 북한의 여덟 차례 도발에 깊은 우려’(21.3.25) → ‘깊은 우려’(21.9.15) → ‘유감’(21.9.28) → ‘깊은 유감’(21.10.19) → ‘우려’(22.1.5) → ‘강한 유감’(22.1.11) → ‘재차 강한 유감’(22.1.14) → ‘매우 유감’(22.1.17)이라는 표현으로 일관했다.

    이 같은 청와대의 태도에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후보는 17일 "북한의 거듭된 미사일 발사는 대한민국 안보에 대한 겁박이자 우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도발"이라며 "현 정부는 '도발'이라는 말조차 입에 올리지 못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국민의힘 "NSC가 새로운 표현 검토회의냐"

    국민의힘 선대본부는 18일 청와대 NSC의 북한 미사일 발사에 따른 태도를 놓고 "북한이 미사일을 쏠 때마다 청와대는 ‘긴급’ NSC 상임위를 열어 북한 미사일 도발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으나 결과는 참 처량하다"고 비판했다.

    이날 오전 국민의힘 선대본 장영일 상근부대변인은 "북한 김여정이 '도발이라는 막돼먹은 평을 하지 말라'고 겁박하니 아무리 머리를 맞대도 쓸 수 있는 표현은 '우려'와 '유감'뿐”이라며 "'우려'에 '깊은'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는데 북한이 쏴대는 미사일 위협이 점점 커진다. 더 강한 표현으로 '유감'이 나오고 수식어로 '강한'을 도입했다. 그런데도 북한은 미사일을 또 쏜다"고 비꼬았다.

    장 부대변인은 이어 "기존에 쓰던 '깊은'이나 '강한' 유감은 이제 식상하다. 결국 고민 끝에 ‘매우’라는 단어를 생각해 냈다"며 "그간 NSC 상임위가 내놓은 긴급회의 결과를 보면 예전 것을 복사해 붙인 것처럼 내용이 거의 똑같다. '우려'와 '유감'을 번갈아 가며 수식어로 차별화를 뒀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또 미사일 시험발사를 하면 이번에는 뭐라 할 건가. 새로운 표현 검토회의도 아니고, NSC 상임위는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개탄한 장 부대변인은 "이러니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로 NSC 상임위 단어 공부시키는 것 아니냐는 자조까지 나올 지경"이라고 꼬집었다.

    장 부대변인은 그러면서 "북한 미사일 도발은 문재인정권이 방치한 것에 다름 없다"며 "적어도 NSC가 대한민국 안보를 다루는 최고의 안보협의체라면 북한 도발에 당당하게 도발이라 말할 수 있어야 하고, 북한이 감히 대한민국을 넘볼 수 없도록 강력하고도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긴급'이라는 눈속임과 하나마나 한 NSC 상임위 쇼로 더는 국민을 우롱하지 말기를 바란다"고 비판했다.

    한편 지난 17일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은 ‘북한판 에이태킴스(KN-24)’인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18일 전날 발사한 전술유토탄 발사 사진을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