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산부인과는 일제 잔재, 여성건강의학과로 바꾸겠다" 공약"건강, 의학도 일본이 번역한 단어"… "무식이 철철 흐르네" 반응"터무니 없는 선동"… "화천대유, 천화동인은 중공 잔재냐" 조롱도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전국민선대위-청년과 함께 만드는 대한민국 대전환' 에서 발언하고 있다.ⓒ이종현 기자(사진=공동취재단)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전국민선대위-청년과 함께 만드는 대한민국 대전환' 에서 발언하고 있다.ⓒ이종현 기자(사진=공동취재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가 "산부인과라는 명칭은 여성을 부인으로 칭했던 일제 잔재"라며 명칭 변경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에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미혼여성의 산부인과 접근성을 제고한다는 취지에는 동의하나 '일제 잔재' 때문이라는 이유는 '시대착오적 반일 선동'이라며 비판이 쏟아졌다.

    또 '반일 선동' 이재명… "산부인과 명칭은 일제 잔재"

    이 후보는 지난 22일 페이스북에 그가 내세우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시리즈 중 열한 번째 공약으로 "의료법을 개정해 산부인과 명칭을 여성건강의학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여성들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명칭 변경의 이유로 '일제 잔재'를 거론하면서 "여전히 여성 건강과 질환을 부인병으로 부르는 시대착오적인 인식이 여성청소년과 미혼여성의 병을 키우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혼여성 80% 이상이 산부인과는 일반 병원에 비해 꺼려진다고 응답했다"고 소개한 이 후보는 "미혼여성에서 산부인과를 찾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임신, 출산 등 기혼여성을 위한 병원이라는 선입견이 큰 탓"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근대어는 대부분 일본의 번역을 통해 들어온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대만 등 세 나라가 현재 사용하는 대부분의 현대의학용어는 동양문화권에서 가장 빠르게 서양의학을 도입한 일본에 의해 번역된 것이다.

    18~19세기 일본 에도시대에서 네덜란드로부터 전래된 의학을 접하고 양방의로 활약한 스키타 겐파쿠는 그의 해부학 관련 의학 번역서 '해체신서'에서 '갑상선'이라는 단어를 지칭할 때 살 '肉(육)'과 샘 '泉(천)'을 조합, '선(腺)'이라는 말을 만들어냈다. '췌장'이라는 말 역시 일본인이 고안한 말이다.

    김행범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이같이 설명하며 "서양의학 용어를 일본이 번역해 중개했으니 그런 단어를 빼면 엄청난 혼란이 온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의학 용어가 일본에서 유래했다는 것으로 정합성을 다투는 건 타당성도 없다. 따라서 이재명의 주장의 근본 의도를 보는 게 중요하다"면서 "여성 보호라는 국면보다 반일 심성을 자극하는 또 다른 선거 전술이라는 것이 더 본질"이라고 꼬집었다.

    또 김 교수는 "'대통령'도 일본에서 온 말이니 이재명은 그 이름부터 바꾼 후에 출마해야할 것"이라며 "'민주'도 일본에서 유래했으니 그 당 이름도 바꿔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제 잔재 청산'을 거론한 이 후보의 논리대로라면 우리의 일상용어는 물론 의학용어 자체를 통째로 바꿔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與 '반일 선동' 더 이상 안 먹힌다… "화천대유는 중공 잔재?"

    네티즌들의 반응도 냉담하다. 미혼여성의 산부인과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는 공감하나 '일제 잔재' 운운은 시대착오적 반일 선동이라는 지적이다.

    나아가 이 후보가 청년과 여성 맞춤형 공약을 내걸어도 '형수 욕설' 논란을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누리꾼들은 "형수 욕설로 찢겠다 운운하더니 산부인과?" "당신이 형수에게 발설한 욕설을 듣는 순간 당신의 입으로 여성을 논할 수는 없을 것" "건강, 의학도 전부 일본이 만든(번역한) 단어다. 무식이 철철 흘러 넘친다. 별 쓸데없는 것으로 반일 선동해 보려고 난리다" "그럼 화천대유·천화동인은 중공 잔재냐"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누리꾼들은 또 "이재명식 접근이라면 대한민국의 모든 것이 일제 잔재다" "터무니없는 선전 선동으로 2021년의 국민들을 자신의 정치적 도구로 쓰려 하다니 참 못난 정치인" "'민주당'이라는 말도 일제 잔재다. 당명부터 바꾸시든가" "이재명이 대통령 되면 무척 바쁘겠다. 변호사, 대통령, 민주주의, 공산주의, 경제, 철학, 민족, 공화국, 방송, 야구, 물리학, 경쟁, 가격, 주식 등등 끝도 없이 바꾸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