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2010년 성남시장 나오며 '리모델링' 공약… 안전 문제로 11년째 공사 못 해 당시 아파트 리모델링 추진위 조합장이 유동규… 유씨, 수년 전 이 아파트 팔고 이사주민들 "이재명, 지지부진 공사 사과도 안 해"… 일부선 "차라리 재건축 추진합시다"
  • ▲ 성남시 분당구 정자2동 한솔마을 주공5단지. ⓒ이상무 기자
    ▲ 성남시 분당구 정자2동 한솔마을 주공5단지. ⓒ이상무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가 2010년 성남시장선거에 출마하면서 공약한 분당의 한 아파트 리모델링 공사가 11년째 첫 삽도 못 떴다. 이에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재명 후보에게 속았다. 이용만 당했다"는 불만이 나온다.

    당시 해당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 추진위원회 조합장은 '대장동 게이트'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었다.

    이 후보와 유 전 본부장의 인연은 과거 '시장 출마자-지역 주택조합장' 관계로 시작됐다. 2010년 성남시장에 출마한 이 후보가 당시 분당 한솔마을 5단지 아파트 리모델링 추진위원회 조합장인 유씨의 리모델링 사업 추진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다.

    성남시 분당구 정자2동 한솔마을 주공5단지는 지난 2월 성남시청으로부터 리모델링 사업계획승인을 받았다. 계획안에 따르면 현재 12동 1156가구를 16동 1255가구로 늘리고, 주차장을 지하 1층에서 지하 3층까지 확대하며 부대 복리시설도 설치하는 공사를 오는 12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시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22일 한솔5단지를 방문한 결과 공사를 한 달 앞둔 아파트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공사 시작 전 입주민 이주를 예고하는 안내판도 보이지 않았다. 조합 관계자는 "조합과 시공자 간 본계약 협의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져 내년 중 이주와 공사가 진행될 것으로 내다본다"고 말했다.

    아파트 단지 내 게시판에는 "리모델링 공사비 평당 481만원, 재건축 공사비 평당 500만원 중 어느 쪽을 선택하시겠습니까"라며 "3년 후(준공 30년 도래) 재건축 추진합시다"라는 공고문이 붙어 있었다. 차라리 리모델링을 취소하고 재건축을 추진하자는 의견이 대립하는 것이다.

    "성남시, 지원도 제대로 안 하고 방치"

    40대 남성인 주민 A씨는 "이미 지금쯤이면 우리 아파트는 공사를 완료하고 입주했어야 했다"며 "수직증축과 관련해 제때 답을 안 내린 국토부와 리모델링 시범단지로 지정해 놓고 지원도 제대로 안 하고 방치한 성남시의 잘못이 크다"고 비판했다.

    50대 여성인 주민 B씨는 "리모델링 승인까지 10년이 걸린 것은 신속하게 진행된다는 이점이 없는 것"이라며 "이재명 시장이 빨리 추진해 줄 것으로 기대해서 뽑아줬는데, 정작 지지부진한 지경에 이른 것을 사과하는 모습을 못 봤다"고 토로했다.

    한솔5단지는 2010년 당시만 해도 리모델링 준공을 2013년으로 예상하는 등 빠른 추진이 기대됐다. 유씨는 2014년 5월 제출한 단국대 석사 학위 논문 말미의 '감사의 글'을 통해 이 후보를 두고 "더욱 감사한 것은 특별한 관심과 애정으로 리모델링의 괄목한 성장을 이끌어 내셨다"고 적었다.

    한솔5단지는 2015년 6월에야 안전진단을 통과했지만 2016년 8월 국토교통부가 리모델링 때 가구 간 내력벽 철거를 2019년까지 유예하기로 결정하면서 사업이 중단됐다. 또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2차 안정성 검토에서도 막혔다.

    당초 유씨는 조합장으로서 기존 아파트를 위로 쌓아 올리는 '수직 증축 방식' 리모델링을 낙관했다. 그러나 안정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유씨의 후임 조합장이 수평 증축과 별동 증축 방식으로 계획을 축소해 사업계획승인을 받았다. 정작 유씨는 수년 전 이 아파트를 팔고 경기도 수원의 아파트로 이주했다가 지난 9월 용인의 오피스텔로 이주했다. 

  • ▲ (오른쪽)2010년 5월 당시 유동규 분당 한솔5단지 리모델링추진위원회 조합장이 이재명 성남시장 후보의 지지성명을 발표하는 자리에 나란히 서있다. ⓒ성남일보
    ▲ (오른쪽)2010년 5월 당시 유동규 분당 한솔5단지 리모델링추진위원회 조합장이 이재명 성남시장 후보의 지지성명을 발표하는 자리에 나란히 서있다. ⓒ성남일보

    이 후보는 2010년 3월 한솔5단지 조합원 설명회에 참석해 "지자체가 선도적으로 '리모델링 지원 조례'의 제정과 '지원기금'의 설치를 제안해야 한다"며 "증축 범위를 확대하고 용적률 규제를 완화해 주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사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0년 5월 이 후보와 조합장 유씨는 당시 리모델링 법안(주택법개정안)을 발의한 조정식 민주당 의원에게 법안 찬성 주민들의 서명을 전달하는 행사에도 참석했다.

    유씨는 당시 이 후보 선거사무실을 방문, 지지선언문을 통해 "이재명 후보가 분당의 현안을 해결하는 현장에서 솔선수범했고 리모델링 관련 법 개선에 노력한 점 등을 높게 평가해 분당 리모델링에 가장 적합한 시장 후보로 결정했다"면서 "조성된 지 15년이 넘어 도시가 노후화하고 있는 분당은 보다 나은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리모델링이 중요한 대안이며, 이를 실현하는 데 성남시의 절대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 후보는 한나라당의 텃밭으로 꼽히던 분당구에서 경쟁 후보와 득표 차를 최소화해 당선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이 후보는 분당구에서 44.63%(9만2055표)를 얻어 황준기 후보(50.60%, 10만4354표)를 추격했고, 수정구와 중원구에서 과반을 넘긴 결과 전체 투표에서 황 후보를 앞질렀다.

    李, 2010년 선거 때 정자2동서 우세

    특히 유씨가 지지세를 모은 정자2동은 유효투표 수 8297표 중 이 후보가 4225표(50.92%)로 1위를 차지했다. 황 후보는 3556표(42.86%)에 그쳤다. 당시 야탑3동도 이 후보에게 55.88%의 표를 몰아주며 호응했다. 이 후보가 측근으로 인정한 김용 전 경기도 대변인이 야탑3동 매화마을2단지 리모델링 추진위원장을 지낸 덕분이었다는 분석이다.

    이 후보는 성남시장 당선 직후 유씨를 시장직인수위원회 도시건설분과 간사로 임명했고, 2010년 10월에는 성남시설관리공단(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맡겼다. 이후 올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불거져 유씨는 구속됐다.

    성남시 관계자는 "2014년 리모델링 공공지원 단지 선정, 2017년 1차 안전성 검토 완료 등 그동안 추진에 신경을 썼다"며 "내년 1월 분담금 확정 총회 및 4월 이주 후, 하반기에 착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한솔5단지 리모델링 사업과 관련, 성남시가 현 조합장 구모 씨 등에게 특혜를 제공했다며 이재명·은수미 등 전·현직 성남시장을 함께 처벌해 달라는 내용의 고발장을 접수해, 지난 5월부터 수사 중이다.

    고발장에 따르면 성남시는 2014년 주택도시보증공사를 통해 20억원가량의 리모델링 기금을 이 아파트에 연 3% 이율로 융자해 줬다. 조합원 중 한 명으로 알려진 고발인은 지난 7년간 이 융자금에 따른 이자가 상환되지 않고 조합장 급여 등으로 사용됐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