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성남시장 시절 '녹지→ 준주거' 4단계' 용도변경 특혜 의혹2017년 4월, 안정성 문제돼 재검토 의결→ 한 달 뒤 조건부 통과산림청장도 "본 적 없다"는 거대 옹벽… 165㎡ 16억원대, 매물 없어
  • ▲ 성남시 백현동 '판교 A아파트' 주변을 둘러싼 옹벽. ⓒ이상무 기자
    ▲ 성남시 백현동 '판교 A아파트' 주변을 둘러싼 옹벽. ⓒ이상무 기자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건축돼 지난 6월 입주를 시작한 '판교 A아파트'는 한눈에 봐도 10층까지는 지하에 파묻힌 건물이었다. 성남시가 민간 사업자에게 토지를 기부채납받는 조건으로 아파트 용적률을 높여준 곳으로, 부지 조성을 위해 산을 수직으로 깎는 등 인허가 과정에 의문이 제기된 곳이다.

    25일 A아파트 주변에는 입주민들이 몇 명 보일 뿐 대체로 조용했다. 높이 50m, 길이 300m의 거대 옹벽이 아파트단지를 둘러싸고 있었다. 아파트 11~12층 높이로 국내 아파트단지 옹벽 중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높고 긴 옹벽이다.

    옹벽 뒤편에는 공원이 조성됐고, 평지에서부터 등산로로 연결됐다. 차량 진입은 불가능하게 만들어졌다. 경사가 상당히 가파른 등산로를 걸으니 가을 날씨임에도 이마에 땀이 맺히고 숨이 차올랐다.

  • ▲ 판교 A아파트 옹벽 뒤편에 조성된 공원으로 가는 등산로. '계단이 비교적 가파르니 어린이, 노약자, 임산부께서는 이용에 각별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 문구가 적혀있다. ⓒ이상무 기자
    ▲ 판교 A아파트 옹벽 뒤편에 조성된 공원으로 가는 등산로. '계단이 비교적 가파르니 어린이, 노약자, 임산부께서는 이용에 각별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 문구가 적혀있다. ⓒ이상무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시장 시절인 2017년 2월, 성남시는 당초 임대 아파트를 분양 아파트로 전환하고 부지를 조성하도록 허용했다.

    이 부지는 서울비행장 옆이어서 고도제한으로 아파트를 일정 높이 이상 지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옹벽을 최대 높이로 깎아 안쪽을 평지로 만들어 필요한 땅을 더 많이 확보해 가구 수를 늘린 것으로 의심받는다.

    아파트와 옹벽 사이 10m… 주민 "답답하다"

    한 아파트는 인접한 옹벽과 거리가 10m 안팎이었다. 이 아파트 저층에 산다는 주민 A씨는 "집이 남향이어서 거실에 햇빛은 들어오지만 뒤쪽을 보면 답답하다"며 "안전 문제도 있고, 옹벽 사이가 좀 넓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B씨는 "집에서 전화가 잘 안 터지고 인터넷도 느려 불편하다"며 "고급 아파트로 지어졌어도 사실상 반지하 빌라와 비슷한 느낌"이라고 불만을 표했다.

    산지관리법상 옹벽 높이는 15m를 넘기 어렵고, 옹벽 높이만큼 건물과 이격거리가 필요하지만 이 단지는 규정을 피해갔다.

    2017년 4월 성남시 아파트 건축 심의 과정에서도 이 옹벽의 구조안정성 문제가 제기돼 '재검토'로 의결됐지만, 5월에는 '조건부 의결'로 통과됐다. 최병암 산림청장은 지난 12일 국정감사에서 "(이런 옹벽은) 본 적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 ▲ 판교 A아파트가 공사 중이던 때의 항공 사진. ⓒ네이버
    ▲ 판교 A아파트가 공사 중이던 때의 항공 사진. ⓒ네이버

    인근 부동산사무소 관계자는 최근 아파트 시세와 관련 "매매가가 50평(165㎡)은 16억원대이지만 매물은 없다. 실거주 2년을 채우기 위해 다들 입주해 있기 때문"이라며 "전세는 9억원대인데 이것도 1~2개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거주 2년 때문에 매물 없다"

    또 다른 부동산사무소 관계자는 A아파트의 옹벽 논란과 관련 "전화로도 많이들 물어보는데 말씀드리기가 좀 그렇다"며 "주민들 많이 입주했고 불편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요즘 아파트가 신문에 나와도 이곳 분위기는 크게 바뀐 것이 없다"고 말했다.

    성남시의회 야당 의원들은 백현동 아파트 개발사업과 관련, 시의회 차원의 조사를 추진하기로 했다. 다음달 22일부터 열리는 시의회 정례회에 야당 의원 15명 전원이 참여하는 '백현동 아파트 특혜 의혹 행정사무조사 안건'을 발의할 계획이다.

    이재명 시장 시절 성남시는 이 부지의 용도를 자연녹지에서 준주거지로 4단계나 상향조정했다. 그동안 용도변경이 되지 않아서 여덟 차례나 유찰된 땅이었는데, 시행업체에 이 후보의 과거 선대본부장이었던 김인섭 씨가 들어간 지 한 달 만에 용도변경 검토 회신을 받고 수 개월 뒤 실제로 용도변경을 해준 것으로 드러나 특혜 의혹이 일었다.

    시행사 '성남알앤디PFV'는 1223가구 규모의 판교A 아파트를 조성, 1조264억원에 분양해 약 3000억원의 분양수익을 가져갔다. 화천대유가 수천억원을 가져간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판박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