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학 검찰 제출 녹취록에 내용 담겨… 대법관들 "김만배와 일면식도 없다" 부인김만배 측 "서로 과장된 말 주고 받았던 것, 전혀 근거없다" 주장 전주혜 "대법관실 출입하려면 '방문 약속' 확인해야… 권순일-김만배, 미리 약속했다"
  • ▲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경찰서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경찰서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관계사인 천화동인1호 명의로 매입한 판교 타운하우스에 대해 "대법관 딸 국내체류용"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화동인5호 소유주이자 대장동 수익모델 설계자로 알려진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에 담긴 내용이다. 그러나 김씨는 "근거 없는 얘기"라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외교관과 결혼한 대법관 딸 국내 체류용"… 김만배 "과장된 발언 주고받은 것"

    8일 동아일보는 김씨가 천화동인 1호 명의로 2019년 매입한 6억원대의 판교 타운하우스를 "외교관과 결혼한 모 대법관의 딸이 국내에 체류할 때 제공하려고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정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에 담긴 내용으로, 녹취록엔 해당 대법관의 성(姓)씨가 언급됐다. 다만, 해당 법관이 누구인지를 특정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는 녹취록에 언급된 대법관과 같은 성을 사용하는 대법관들과의 통화 내용을 전했다. 한 대법관은 이 매체와 통화에서 "김(만배) 씨와는 일면식도 없으며, 외교관과 결혼한 딸도 없다"면서 "판교 타운하우스를 이용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대법관은 "김 씨와 일면식도 없고, 외교관과 결혼한 딸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특히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관련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도 참여하지 않았다"고 했다.

    해당 의혹에 대해 김씨 측 법률 대리인은 "전혀 근거없는 얘기"라며 정 회계사가 제출한 녹취록 내용은 일부 과장됐다는 취지로 뉴시스에 말했다. 이 법률 대리인은 "서로 당시 과장된 발언을 주고받은 것"이라며 "비용을 정산하는 과정에서 소위 말해 허언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만배, 8차례 대법관실 방문… 대법 "대법관 허가 있어야 출입 가능"

    한편, 김만배 씨는 지난 2019년 7월부터 1년간 대법원을 8차례 출입했는데 출입 시에 권순일 전 대법관의 허가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당시 권 전 대법관을 여러 차례 방문한 것에 대해 "편의상 '권순일 대법관 방문'이라 쓰고 실제로는 대법원 구내 이발소를 갔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 7일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이 '대법관실 출입 시 출입자가 해당 대법관실에 방문을 예정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지'를 묻는 서면 질의에 "원칙적으로 방문 대상 대법관실에 방문 신청자의 방문 예정 여부를 확인한 후 출입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보안관리대원은 방문인이 종합민원실 및 도서관 열람실 이외의 사무실을 방문할 경우 피(被)방문인 및 피방문 부서에 전화로 연락해 방문이 허가된 경우에만 출입시킨다"고 답했다.

    이를 근거로 전 의원은 "김씨의 거짓말이 드러난 것"이라며 "권 전 대법관이 김 씨와 약속을 하고 만난 것이라면 이 지사의 '생환 로비'가 목적임이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런 상황에도 권 전 대법관은 김씨와의 만남과 관련해 전혀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앞서 본지는 해당 사실이 처음 알려진 지난 1일 권 전 대법관의 견해를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 전담수사팀은 오는 11일 김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권 전 대법관과 8차례 만난 이유 등에 대한 조사를 벌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