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장관이 구체적 사건에 수사 종결 여부 의사 밝혀… 법조계 "현행 검찰청법 8조 위반 소지"
  • ▲ 박범계 법무부 장관. ⓒ정상윤 기자
    ▲ 박범계 법무부 장관. ⓒ정상윤 기자
    박범계 법무부장관의 '출근길 언론과 문답'이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과 갈등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박 장관이 한 검사장 사건을 두고 "수사를 마치자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히자, 한 검사장이 "검찰청법 위반"이라며 맞서면서다.

    박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13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출근길에 언론과 문답 중에 나왔다.

    정진웅 직무배제 여부 묻자… "아직 한동훈 수사 끝나지 않아"

    취재진은 이날 지난 12일 1심에서 독직폭행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정진웅 울산지검 차장검사의 직무배제 등 법무부의 추가 조치 여부를 박 장관에게 물었다.

    박 장관은 이에 "이번 1심 판결은 소위 '검언유착'이라 불렸던 사건의 현재까지 수사 결과를 반영한 판결이라 보여지는데, 아직 한 검사장과 관련된 수사가 끝나지 않았다"며 "포렌식 문제도 남았으며, (윤석열) 전임 검찰총장에 의해 정 차장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요청이 있었고, (추미애) 전임 법무부장관의 이에 대한 조치(정 차장의 기소적정성 여부에 따른 진상조사)가 있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징계 청구, 직무집행정지 요청, 포렌식이 필요로 하는 그 사건의 수사 진행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을까"라며 "어제 선고가 났기 때문에 오늘 들어가서 자세히 전후 경과를 좀 살펴보고 여러 가지 법익의 비교, 종합이 필요할 듯싶다"고 언급했다.

    이른바 '검언유착' 사건과 관련해 강요미수 혐의로 기소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는 최근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왔다. 

    정 차장검사는 해당 사건과 관련해 압수수색을 벌이다 폭행한 혐의(독직폭행)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 처분을 받았다. '검언유착' 사건에 엮여 고발당했으나, 아직 기소되지 않은 사람은 한 검사장이 유일하다.

    한동훈 사건 종결 여부 묻는 질문에… 朴 "동의하기 어려워"

    한 검사장의 반발은 이후 질문에 따른 박 장관의 답변에서 나왔다. 취재진이 '한 검사장 사건도 이제 종결해야 하지 않으냐는 이야기가 있다'고 지적하자, 박 장관은 "내가 수사를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이쯤에서 수사를 마치자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한 검사장은 "언제부터 법무부장관이 특정 사건 관련 구체적으로 수사지휘하는 나라가 됐느냐"며 "(박 장관의 발언은) 검찰청법 위반"이라고 반발했다.

    현행 검찰청법 8조가 '법무부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명시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즉, 박 장관이 한 검사장 수사 같은 '구체적 사건'과 관련해 수사 계속 및 중단 여부를 말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박범계 장관이 출근길에 즉문즉답을 하다 보니 실수한 것 같다"며 "수사팀에는 법무부장관이 (수사를 계속하라고) 압박을 넣은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그러면서 "박 장관의 해당 발언은 검찰청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