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렸다는 듯, 전 대변인 의혹·부인 재산 공세… 윤석열 혹독한 신고식

대선 출마를 선언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30일 혹독한 여의도 데뷔전을 치렀다. '전언정치'로 인한 소통 부족 지적에 "부족한 부분을 많이 채워 달라"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으나, 부인 김건희 씨를 둘러싼 각종 의혹 등에는 말을 아꼈다.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본격적으로 정치행보를 시작한 윤 전 총장은 이날 국회 소통관을 방문해 개별 언론사 부스를 찾아 기자들과 인사했다. 명함을 받고 악수하며 "잘 부탁드린다"고 머리를 숙였다.

인사가 끝난 후 윤 전 총장은 "저희가 정치에서 부족한 부분을 언론에서 많이 채워 주시고, 이 나라 민주주의가 잘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며 "저 윤석열, 이제 정치에 첫발을 디뎠는데 여러분의 많은 가르침을 부탁드리겠다"고 당부했다.

'전날 기자회견에서 정책적 부분이 다로 두루뭉술하다는 평가가 나왔다'는 지적에 윤 전 총장은 "어제는 제가 국민께 정치에 나서는 생각과 포부를 말씀드린 것이다. 구체적인 정책을 다 얘기해 드릴 수 없었다"며 "훌륭한 분들과 대한민국의 현실, 현안을 잘 살펴 국민께 불편하지 않고 많은 문제점을 잘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놓겠다"고 답했다.

윤 전 총장은 그러나 여권에서 부인 김건희 씨의 소득 출처를 밝히라고 촉구한 것과, 이동훈 전 캠프 대변인 사퇴 이유 등 민감한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 경제공동체 입장에서 부인 재산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한 의견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윤 전 총장은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추 전 장관은 이날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2000만원밖에 없던 검사가 어떻게 60억원 이상 막대한 재산을 공개하느냐"며 "부인의 재산이라고 한다면 부인의 소득 출처에 대해 증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총 71억6900여 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이 중 윤 전 총장 재산은 예금과 보험 등 2억4484만원이었고, 나머지는 아내 김씨의 재산으로 나타났다.

"내가 쥴리라고 하는 것은 소설"이라고 반박한 부인 김씨의 인터뷰를 봤느냐는 질문에는 "아침부터 일찍 다른 행사장에 가느라 (못 봤다), 챙겨보겠다"고 말했다.

이동훈 전 대변인이 캠프를 떠난 배경으로 금품 수수 의혹이 인 것과 관련해서는 "본인의 신상에 관한 개인문제이기 때문에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사실을 사전에 인지했는지는 말을 아꼈다.

윤 전 총장이 더이상 질문을 받지 않고 국회 소통관을 떠나려 하자 10여 명의 기자가 따라붙으며 '부인의 인터뷰를 보고 의견을 낼 것인가' '인터뷰 시기 등을 사전에 알았나' 등을 물었으나 그는 일절 답하지 않은 채 타고 왔던 검정색 카니발에 올라 국회를 떠났다.

한편, 윤 전 총장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가까운 시일 내에 회동하기로 했다. 두 사람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1 아시안리더십컨퍼런스에 참석했다.

행사장에서 나온 윤 전 총장은 '안에서 무슨 얘기를 나눴느냐'는 질문에 "얘기를 나눌 기회가 없었다. 인사만 했다"며 "(정권교체 등) 그런 얘기를 나눌 상황이 아니었다"고 답했다.

이어 "(이 대표를) 오늘 처음 뵀다. 인사를 나누고 가까운 시일 내에 한 번 뵙기로 했고, 더 깊은 얘기는 나눌 상황이 아니어서 못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도 곧바로 "(윤 전 총장이) 조만간 한 번 보자는 식으로 말씀했는데, 저희 당 공식 채널이 권영세 의원이기 때문에 따로 얘기할 것이 있으면 만나는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식 행보를 시작했으니 알차게 하셨으면 좋겠다는 말을 건넸다"고 말했다.

전날 윤 전 총장의 대선 출마선언과 관련 이 대표는 "입장 발표 내용을 보면 어떤 세력과 함께하겠다는 것이 명확하기 때문에 야당이 안심할 수 있다"며 "기대감이 큰 것이, 매우 구체적인 방식으로 문재인정부의 실정을 지적했다"고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