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연수원, 文 취임 6개월에 만든 '단재 신채호의 삶과 꿈' 영상에 황당 묘사"세종, 이순신, 김구 선생과 함께 노무현·문재인이 영웅" 묘사… "정치적 의도" 지적
  • ▲ 경기도교육연수원이 지난 4월 6일부터 6월 29일까지 진행하는 '단재 신채호의 삶과 꿈'이라는 제목의 교직원 연수 영상에서 역사적 위인들과 함께 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의 이름이 올라있다. ⓒ경기도교육연수원 영상 캡쳐
    ▲ 경기도교육연수원이 지난 4월 6일부터 6월 29일까지 진행하는 '단재 신채호의 삶과 꿈'이라는 제목의 교직원 연수 영상에서 역사적 위인들과 함께 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의 이름이 올라있다. ⓒ경기도교육연수원 영상 캡쳐
    경기도교육연수원에서 올린 교직원 연수 영상에 세종대왕·김구 등 역사적 위인들과 함께 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의 이름이 올랐다. 모두 '우리가 영웅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인물'로 표현됐다. 

    관계 당국은 '학생들이 그렇게 대답했다'고 해명했지만, 해당 영상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반 년쯤 지난 시점에 제작돼 정치적 의도가 짙다는 비판이 나온다. 

    경기도교육연수원 사이트에는 지난 4월6일부터 이달 29일까지 진행되는 '단재 신채호의 삶과 꿈'이라는 제목의 원격직무연수자료 영상이 올라 있다. 

    이 영상에 등장하는 한 고등학교 교사는 '우리가 영웅이라 말할 수 있는 인물은 누구인가'라고 학생들에게 묻자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 김구 선생과 함께 '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이라는 대답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경기도교육연수원 영상에 '우리의 영웅, 세종·이순신·노무현·문재인'

    영상을 배포한 경기도교육연수원 관계자는 "논란이 되는 내용은 단지 학생들의 대답을 종합한 것뿐"이라면서도 "해당 영상은 우리가 아닌 충북 단재교육연수원에서 만들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교육에 많은 자료가 필요해 다른 연수원에서 만든 자료를 받아 그대로 올리는 경우가 있다"며 "자세한 내용은 단재교육연수원 측에 문의하라"고 밝혔다.

    확인 결과 이 영상은 문 대통령 취임 후 6개월가량 지난 시점에 만들어졌다.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현직 대통령을 교사 연수용 자료에 '영웅'으로 표현한 것이다. 

    하지만 영상을 제작한 단재교육연수원은 "내용에는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다. 단재교육연수원 온라인 콘텐츠 담당자는 통화에서 "본 영상은 한국학술정보원에서 내용 심사를 통과해 검증된 콘텐츠"라며 "2017년도 충북 소재 한 고등학교 2개 학급 60여 명이 답한 내용이 담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사 연수용 자료에 취임 6개월 된 현직 대통령을 '영웅'으로 표현

    이 담당자는 "2018년에서 2020년까지 본원에서 개설하여 운영해 왔으나  2021년도에는 본 과정을 개설하지 않았기에 운영하지 않는다"면서도 "시대에 따라, 주관에 따라 보는 시각이 다를 수 있기에 공공기관인 본원에서는 문제를 제기한 해당 부분을 삭제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일부 교사와 교육단체는 이 영상이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위반했다고 지적한다. 헌법 제7조 제2항에 따라 공무원을 비롯한 사립학교 교원은 정당법·공직선거법 등의 적용을 받으므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이 영상을 본 한 교사는 "아무리 학생들이 그렇게 대답했다고 하더라도 교원 연수 콘텐츠가 위인들과 두 대통령을 동급시하는 것은 정치중립을 위반한 것"이라며 "교사들을 위한 연수에 정치편향적 내용은 포함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소영 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 대표는 24일 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제작된 콘텐츠라는 것이 더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두 대통령은 아직 업적을 평가하기 적절하지 않다. 실제로 최근 교과서에 아직 현직에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행적을 높이 평가하는 식의 사진과 글이 실려 반발이 일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 위반… 교사더러 '文비어천가' 부르라는 건가"

    박 대표는 "영상자료에 굳이 신임 대통령을 위인들과 동급화한 것은 정치적 의도가 다분히 있어 보인다"며 "최근 휘문고 교사 막말 사건을 보듯 교사의 정치적 중립성, 편향된 사고에 대해 지적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정부가 시행하는 교사 연수자료에 특정 대통령과 현직 대통령의 이름을 게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세월호 참사와 촛불시위로 집권한 문재인 대통령의 2017년 후반 지지율은 80~90%에 육박했다"며 "그런 시기에 학생들이 답한 내용을 넣는 것 자체가 우습다"고 비꼬았다. 이어 "4년이 지나 문 대통령 임기 말에 지지율이 떨어지자 이 내용을 다시 살려내 교사들에게 '문비어천가'를 부르라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 황 평론가는 "이것은 교사들을 향해 학생들에게 주입교육을 시키라는 지침이 아니겠느냐. 고발당해 마땅한 일"이라고 힐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