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문 기자가 파헤친 'K팝' 신드롬과 '팬덤'의 모든 것
  • 바야흐로 전 세계 맥도날드에 한글이 등장하는 시대다. 불가능할 것 같은 이 일을 현실로 만든 건 바로 BTS(방탄소년단)를 비롯한 K팝의 글로벌 ‘팬덤’이다. 5월 26일부터 약 한 달 동안 6개 대륙 49개국 맥도날드 매장에서 ‘BTS 세트’를 출시하는 동시에 전 세계 맥도날드 직원들이 한글 자음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는다고 한다. 우리의 대중문화가 얼마만큼 세계에서 각광받고 있는지를 증명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우리 문화 콘텐츠의 글로벌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호주 멜버른에 한 국내 의류 브랜드 매장이 오픈하자 걸그룹 트와이스가 입은 티셔츠를 구매하기 위해 매장 앞에 길게 줄을 서는 등 K팝의 인기는 K패션으로도 이어지고 있으며, 일본 언론에서조차도 한국 웹툰을 세계 표준으로 일컬으며 한국 대중문화의 위상을 주목했다. K드라마와 영화도 빼놓을 수 없다. 한류 배우의 팬덤은 전 세계 1위 넷플릭스 투자를 이끌어내면서 앞으로도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서울경제 연승 기자가 쓴 'BTS는 어떻게 21세기의 비틀스가 되었나(도서출판 북레시피 刊)'에서는 이 모든 현상의 밑바탕이 되는 이야기들을 분야별로 총망라해 한국 대중문화의 성장 과정을 흥미롭게 펼쳐 보인다.

    ◆ 한류 동호회 활동만 1억명 시대… 한류 팬덤의 역사와 현주소

    문화의 힘은 무엇보다 강력하다. 중국과 일본의 혐한 인사라도 '사랑의 불시착'에 빠져드는 등 한국의 콘텐츠이지만 결국 '재미있는' 드라마에는 눈길을 보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제 K콘텐츠의 영향력은 아시아권을 넘어 미주 그리고 유럽의 여러 나라로 급속히 퍼져나가고 있다. 드라마, 영화, 가요 등 ‘한류’를 이끈 K컬처의 저력, 그 중심에는 언제나 ‘팬덤’이 존재했다.

    이미 하나의 장르이자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은 ‘팬덤’은 이제 정치, 경제 영역으로까지 그 세력이 확장되고 있다. 한류 동호회 활동 1억 명 시대의 배경을 생생한 현장 취재 기록과 통계 자료로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 이 책은 무한한 확장성을 지닌 팬덤의 속성을 하나하나 짚어낸다.

    BTS는 어떻게 팝의 레전드 ‘비틀스’에 비유되는 평가를 받으며, ‘대중문화의 혁명’이라는 수식어를 받게 됐을까? 대중문화의 중심축은 이제 스타만이 아니라 팬에 의해 확장돼 간다. 대중문화가 진화해 온 것처럼 팬의 개념 역시 발전해 ‘팬덤’이라는 새로운 문화현상을 만들었다.

    이 책은 스타에 대한 개인의 환호와 사랑을 보여주던 고전적인 팬의 모습은 물론,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를 상품이나 브랜드로 키워내는 팬슈머로 새롭게 진화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팬덤의 실체를 두루 살피고 분석한다.

    ◆ BTS를 '21세기의 비틀스'로 만든 '팬덤'의 힘


    오늘날 BTS에 열광하는 글로벌 팬덤의 시초는 과연 어디서부터일까. 1969년 클리프 리처드 내한공연, 1992년 뉴 키즈 온 더 블록 내한공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는 ‘팬덤의 역사’를 함께 보여주는 이 책은 세계로 뻗어나가는 한국 대중문화의 발전 과정을 흥미롭게 보여준다.

    지난 한 해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대규모 콘서트, 스포츠 경기, 영화 및 공연 관람 등의 제한이 잇따랐지만 그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비대면 콘서트’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K콘텐츠는 여전히 강세를 보였다. 특히 2020년 10월 BTS가 온라인 콘서트를 개최했을 때는 세계 191개 지역 및 국가에서 99만3000명이 관람했을 정도다. 코로나 19로 인해 일상생활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저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팬덤의 변화 양상까지 예측하며, 팬덤이라는 속성으로 볼 때 비대면 콘서트라 할지라도 오히려 과거보다 팬들의 참여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책의 결말을 맺고 있다.

    ◆ 저자 소개

    연승 = '서울경제' 문화부에서 2015년 9월부터 2020년 2월까지 대중음악, 영화, 방송, 연극, 뮤지컬, 무용, 국악, 출판, 문학 등 문화 ‘나와바리’를 두루 취재하며 방탄소년단, 방시혁, 엑소,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마마무, 윤여정, 송강호, 송중기, 하정우, 정우성, 김혜수, 봉준호, 박찬욱 등 한국을 대표하는 톱스타, 영화감독, 영화 제작사 대표, 현장 스태프를 비롯한 수많은 K컬처의 주역들을 만났다. 2015년 말 K팝이 글로벌 장르로 도약을 준비하던 시기 대중문화를 취재했던 것은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2016년 5월 한글을 배우는 영국, 독일, 프랑스 대학생들을 취재하면서 BTS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히잡을 쓴 무슬림계 프랑스인, 터키 이민자 가정 출신의 독일인, 나이지리아 이민자 가정 출신의 영국인 등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과 다양한 계층에서 BTS의 팬덤 ‘아미’가 단단하게 성장하고 있었고, 그 화력이 글로벌 팬덤으로 확장돼 ‘BTS가 하나의 장르’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점점 세계는 다양한 계층이 탄생하고 있는데, 이 모두를 결집하게 할 수 있는 문화적 정서적 구심점이 필요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들을 만난 지 몇 개월 만에 실제로 BTS는 ‘21세기의 비틀스’라고 불리며 글로벌 장르가 됐다. 2020년 3월부터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가장 주목받는 경제 주체인 ‘중소 벤처 스타트업 소상공인’을 담당하는 성장기업부에서 ‘중소 벤처 스타트업 소상공인계의 BTS’가 될 경제 주역들을 취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