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개인적 일탈인지 밝혀라" "전수조사도 실시" "경찰과 협력"… 조사 강조윤석열 "자체조사로 시간 끌 것 아니라 검찰이 즉각 대대적 수사"… 인식차 확연
  • ▲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7월 25일 청와대에서 윤석열 당시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악수하는 모습 ⓒ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7월 25일 청와대에서 윤석열 당시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악수하는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사퇴 후 첫 정치행보로 8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투기 사건과 관련 '전수조사'를 지시한 문재인 대통령의 대처를 강하게 비판했다. 사표 수리 3일 만에 나온 발언으로, LH 투기 사건을 검찰이 맡아야 한다는 것이 윤 전 총장의 주장이다.

    이는 정부 주도의 '전수조사'를 지시한 문재인 대통령과 상반된 '상황인식'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문 대통령의 인식이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국민의 '눈높이'와 배치되기 때문이다.

    윤 전 총장은 8일 일부 언론과 인터뷰에서 "공적 정보를 도둑질해 부동산투기하는 것은 망국의 범죄"라며 "이런 말도 안 되는 불공정과 부정부패에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는가"라고 입을 열었다.

    尹, "이미 범죄" vs 文, "조사해봐야" 인식 차이

    윤 전 총장과 문 대통령이 이번 사안을 대하는 인식은 두 사람의 언급을 살펴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LH 직원 등의 ‘3기 신도시 투기의혹’ 사건과 관련 “공적(公的) 정보를 도둑질해 부동산투기하는 것은 ‘망국(亡國)의 범죄’”라며 “즉각적이고 대대적인 수사를 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못박았다.

    윤 전 총장은 “부정부패는 금방 전염되는 것이고, 그것을 막는 것은 국가의 책무(責務)”라며 과감한 수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문 대통령은 지난 3일 총리실 중심으로 LH를 비롯한 국토교통부 공무원 등의 투기 관련 내역을 전수조사하라고 지시한 데 이어 4일에는 "개인적 일탈인지 뿌리 깊은 부패인지 규명해 발본색원하라"고 강조했다.

    5일에는 “청와대 수석·비서관·행정관 등 직원들과 전 가족을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도 실시하라”고 주문했다.

    '즉각 수사'하라는 언급은 없었다.

    두 사람의 언급으로 미뤄볼 때 윤 총장은 이번 사안이 "이미 범죄"라고 확신하는 반면, 문 대통령은 "조사 후 투기가 의심되는 정황이 나오면 수사해봐야 범죄 여부가 드러날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윤 전 총장의 이날 발언은 LH 투기 사건에서 검찰 투입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과거 주요 사건에서 ‘검찰’이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역설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검찰'의 존재이유를 강조하며 '정치인' 이전에 '검찰 대변인' 역할을 자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4월 보궐선거를 의식한 ‘다분히 정치적인 발언'이라는 주장도 내놨다.

    “선거를 의식해 얼버무려서는 안 된다. 여(與)든 야(野)든 진영에 관계 없이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신속하고 대대적인 수사를 촉구해야 하지 않겠나. 모든 국민이 분노하는 이런 극도의 부도덕 앞에서 선거를 계산하면 안 된다”는 윤 총장의 발언이 야권을 대변하는 듯한 뉘앙스로 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문제는 문재인정부의 치명적 약점인 동시에 어떤 사안보다 정치적 인화성이 강한 이슈이기 때문이다.

    尹, "LH 투기 사건, 검찰이 직접 조사해야"

    우선 윤 전 총장은 LH 투기 사건에 검찰이 직접 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전 총장은 “(정부합동조사단) 자체조사로 시간을 끌고 증거를 인멸하게 할 것이 아니라 즉각적이고 대대적인 수사를 해야 한다”며 “과거에는 이런 사안에서 (검찰이) 즉각 수사를 개시하지 않았는가”라고 되물었다.

    총리실·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와 지방자치단체로 구성된 정부합동조사단의 진상조사 이후 의심되는 불법적·탈법적 투기행위를 대상으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를 중심으로 한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가 수사에 나서는 방식으로는 진상규명에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수사 권한이 없는 정부합동조사단이 조사하는 과정에서 증거인멸이 광범위하게 이뤄질 수 있어 정작 국수본 수사가 자칫 '용두사미'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은 '검찰은 즉각 LH 투기 사건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윤 전 총장의 발언에 힘을 실었다.

    홍종기 국민의힘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경찰이 역량을 높여왔기 때문에 꼭 검찰에 수사를 맡겨야 한다는 데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지만 국민은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면서 "이용구 법무부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범죄 사건, 강남경찰서장의 비위의혹 등 최근 사건들을 보면 경찰은 권력에 한없이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홍 부대변인은 "현 정권은 검찰개혁이라는 명분으로 자신들의 주요 지지층인 성안 사람들의 반칙과 투기를 용이하게 만들었다"며 "윤 전 총장이 말한 '부패완판'을 막기 위해 검찰이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논란이 일자 문 대통령은 8일 오후 검찰과 경찰의 '유기적인 협력'을 당부하며 진화에 나섰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LH 투기 의혹과 관련, "문 대통령이 '국가가 가진 모든 행정력, 모든 수사력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 차원에서 합동조사단이 광범위한 조사를 하고 있지만 조사를 먼저하고 수사는 뒤에 할 필요가 없다. 조사와 수사는 함께 갈 수밖에 없다"며 "검찰도 수사 노하우, 기법, 방향을 잡기 위한 경찰과의 ‘유기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