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건 외교차관“복원비용, 안 주면 소송 불사”… 전 연합사 참모 “트럼프식 협박” 한미 마찰 우려
  • ▲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 소위 '자주파'로 분류된다. 최근 외교부는 최종건 차관 관련 홍보성 보도자료를 자주 내놓고 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 소위 '자주파'로 분류된다. 최근 외교부는 최종건 차관 관련 홍보성 보도자료를 자주 내놓고 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 전직 고위관리와 안보전문가들이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의 미군기지 관련 최근 발언이 한미관계에 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전직 미군 고위관계자는 “최종건 차관의 발언은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한 안보전문가는 최 차관의 발언을 ‘협박’이라고 지칭했다.

    최종건 “반환 주한미군기지 12곳 복원비용 청구… 안 되면 소송 불사”

    최 차관은 지난 18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앞으로 반환받을 12개의 주한미군기지 환경오염 정화비용을 미국에서 받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에 (반환 주한미군기지) 환경복원비용을 요구할 것”이라며 “협의가 안 되면 소송도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지역(반환될 주한미군기지)을 방치하면 환경적으로 계속 악화될 것”이라고 지적한 최 차관은 “중요한 것은 환경적 측면과 함께 지역 개발, 그리고 이것에 대한 공정한 측면에 있어 여러 가지 법적 방안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차관의 발언이 전해지자 미국 전직 고위관리와 안보전문가들은 우려를 표했다. 버나드 샴포 전 주한미군 제8군사령관은 지난 19일 미국의소리(VOA) 방송과 인터뷰에서 “최 차관의 발언은 SOFA에 위배되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전 미8군사령관 “SOFA 협정에 위배”… 전 연합사 참모 “트럼프식 협박”

    샴포 전 사령관은 “한국 정부는 수십 년 전과는 다른, 지금의 환경기준을 근거로 내세우면 미국이 여기에 맞춰 보상해줄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며 “특히 당초 주한미군기지 반환 전에 양국이 합의했던 조건들을 바꾸려는 시도는 공을 넣겠다고 골대를 옮기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SOFA 제4조 시설반환 항목에는 샴포 전 사령관의 지적처럼 “미국은 본 협정의 종료 시나 그 전에 한국 정부에 시설과 구역을 반환할 때 이들 시설과 구역이 미군에 제공되었던 당시의 상태로 원상회복해야 할 의무를 지지 않으며, 한국 정부에 원상회복 대신 보상해야 할 의무도 지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 ▲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제4조 내용. ⓒ외교부 제공.
    ▲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제4조 내용. ⓒ외교부 제공.
    한미연합사령부 작전참모를 지낸 예비역 육군대령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한국의 이런 협박은 미국의 새 정부가 용인하기 어렵다”며 “(바이든 정부) 출범 초부터 양국 정부가 좋은 관계로 출발하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해당 발언은 한미 방위비분담금협상과 연계해 바이든 정부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며 “바이든 정부는 가치 기반의 동맹관계 복귀를 선언했는데 최 차관의 발언이 오히려 트럼프 정부의 거래방식 접근과 일맥상통 한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정부에 트럼프식 협상술(협박)을 사용하면 방위비협상은 물론 한미동맹에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 국방부차관보 “건강한 동맹 간에는 이견 최소화하려 노력”

    윌러스 그렉슨 전 미국 국방부 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는 “건강한 동맹관계는 이견이 있을 때 그 범위와 파급효과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한다”며 “반면 최 차관의 이번 공개발언은 한미가 마찰을 빚는 또 다른 사례”라며 유감을 표시했다.

    마크 피츠패트릭 전 미국 국무부 비확산담당 부차관보는 “최 차관이 ‘소송까지 고려하겠다’고 발언한 것은 미국의 방위비분담금 압박에 대응한 협상전략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한미 간 견해차이는 향후 협상을 통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협상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를 갖고 임하는 자세”라고 지적했다.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만약 국내정치를 염두에 두고 이런 발언을 했다면 (한미 방위비협상과 관련해) 상황을 오히려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최 차관은 MBC 라디오에서 대북전단금지법 관련 발언도 했다. 그는 미국 정치권 등에서 대북전단금지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과 관련 “120만 명의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명권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법적 조치”라며 “이 점을 미국에 잘 이해시켜야 하는 게 숙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