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안전과 평화" "강한 안보" 말잔치만… 野 "국민 생명 지키지도 못하는데 자화자찬" 비판
  • ▲ 25일 제72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 25일 제72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열린 국군의날 기념사에서 '평화'를 강조했다. 그러나 북한군에 피격당해 불태워진 우리 공무원과 관련한 언급이나 대북 메시지는 일절 하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이날 경기도 이천의 육군 특수전사령부에서 열린 제72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 참석했다. 국군의날 기념식이 육군 특수전사령부에서 개최된 것은 국군 역사상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특전사에서 사병으로 복무한 인연이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국군의 날을 맞아 조국의 안전과 평화를 만드는 강한 미래 국군으로 거듭날 것을 국민 앞에서 굳게 다짐한다"며 "미래 국군은 새로운 개념과 형태의 전쟁에도 대비해 디지털 강군, 스마트 국방의 구현을 앞당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강한 안보태세를 갖춰야 평화를 만들고, 지키고, 키울 수 있다"면서 "정부와 군은 경계태세와 대비태세를 더욱 강화하는 한편,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그 어떤 행위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응할 것임을 국민들께 약속드린다"고 강조했다.

    "강한 안보태세 갖춰야 평화 만들어"

    문 대통령은 이어 "평시에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어떤 임무든 목숨을 걸고서라도 완수해내고야 마는 특수전 장병들이 참으로 자랑스럽다"며 "군 최고통수권자이자 선배 전우로서 깊은 신뢰와 애정을 보낸다"고 치하했다.

    이어진 행사에서는 3공수특전여단 특전요원들이 특공무술 시범을 보였다. 제72주년 국군의날을 기념해 총 72개 동작으로 구성된 특공무술 품새를 새롭게 선보이고 실전 격투술과 종합 격투술도 시연했다. 이후 행사장 병력과 함께 문 대통령에게 경례한 뒤 격려와 함께 행사는 마무리됐다.

    앞서 지난 21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 공무원 이모 씨가 실종됐다. 다음날 NLL 이북 지역에서 발견된 이씨는 북한군에 의해 사살되고 시신이 불태워졌다.

    이에 따라 이날 국군 장병 앞에 선 문 대통령의 메시지에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15분가량의 기념사에서 '평화'를 여섯 번 외치면서도 '북한'이라는 단어는 아예 입에 올리지 않았다. 

    MB는 기념사에서 '북한' 언급하며 규탄

    과거 대한민국의 주적인 북한의 만행 이후 개최된 국군의날 기념식에서는 대통령의 직접적인 대북 규탄 메시지가 나온 바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0년 국군의날 기념사에서 "지난번 북한의 (천안함) 도발로 인한 해군 장병 46명의 희생은 우리 안보현실에 대해 뼈아픈 교훈을 주었다"고 말했다. 

    또한 이 전 대통령은 2011년 기념사에서도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도발을 겪으며 이제 국방개혁은 한시도 미룰 수 없는 긴급한 과제라는 것이 분명해졌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날 "국민의 생명과 안전 위협에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그 대상을 특정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이날 기념사를 통해 군의 기술 발전을 격려하고 경계·대비태세 강화를 강조한 것은, 이미 총격사살 사건이 일어난 마당에 뒤늦게 말로만 그친 선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野 "국민 생명 지키지도 못하는데 자화자찬"

    국민의당 홍경희 수석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문 대통령의 국군의날 기념식 기념사를 두고 "어떻게 이 엄중한 시국에 서해 피격사건에 대한 일언반구도 없이 형식적이고 의례적인 연설문만 읽어 내려갈 수 있다는 말인가"라며 "국민의 생명도 지키지 못하는데 국방예산이 증가하고 군의 선진화가 이뤄졌다고 자화자찬하며 떠드는 것이 무슨 소용인가"라고 비난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규탄과 강한 항의는커녕 그 흔한 유감표명 한마디 하지 않았다"며 "멀고 먼 '아덴만의 여명작전'을 이야기하기 전에 당장 대한민국 코앞 해상에서 잔혹하게 스러진 40대 가장의 비극은 떠오르지 않았던 거냐"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