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서 정부 정책 질타 잇달아… "코로나 확산 집회 탓은 이상한 해석"
  • ▲ 제75주년 광복절을 맞아 '문재인 퇴진 국민대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지난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권창회 기자
    ▲ 제75주년 광복절을 맞아 '문재인 퇴진 국민대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지난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권창회 기자
    정부·여당이 최근 수도권 코로나 확산 사태 책임을 8·15 광화문 집회로 돌리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에서는 이를 반박하는 주장이 잇달아 제기됐다. 수도권 재확산의 원인은 외식 쿠폰, 임시공휴일 지정 등 잘못된 정부 정책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엄창섭 고려대 의대 교수는 지난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현재까지 학계에서 인정하는 공식적인 코로나19의 잠복기는 평균 5.2일"이라며 "확진자가 8월 14일부터 증가하기 시작했으니 이번 증가의 원인이 된 일들은 8월 14일부터 적어도 5일 이전인 8월 9일로부터 2주 전인 7월 31일 사이에 있어야 설명이 된다"고 적었다.

    "방역 실패 원인 돌리기, 코로나 재확산 막는데 도움 안 돼"

    엄창섭 교수는 확진자 증가가 광복절 집회 때문이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코로나 잠복기 특성상 집회 참석으로 감염된 사람들은 빠르면 8월 20일부터 8월 말까지 사이에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현재 코로나 확산세를 광복절 집회 탓으로 돌리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라는 것이다.

    엄 교수는 "이해가 안 되는 이상한 해석이다. 방역당국에서는 8월 15일로부터 5~14일 이전에 감염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던 원인을 빨리 찾아 해결해야 한다"며 "자신들의 방역 실패 원인을 특정 집단과 집회에 돌리는 것은 당장 쏟아지는 비난을 피하는 데 효과적일지 모르지만 코로나19 재확산을 막는 데는 도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같은 날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코로나 재확산의 근본적인 이유는 정부 방역 정책의 실패 때문"이라며 "거기에 대한 반성도 없이, 위기 때마다 특정 집단을 마녀사냥 하는 방식으로는 또 다른 위기를 불러올 뿐"이라고 지적했다.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을 지내며 감염병 분야 국내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김 교수는 정부의 사과와 대응 강화를 촉구했다. 그는 "정부는 이제라도 국민 앞에 솔직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감염병 대응 단계를 높여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코로나 2차 대유행 사태는 막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정부, 국민들에게 방심해도 된다는 시그널 줘"

    김 교수는 최근 수도권 재확산의 원인으로 잘못된 정부 정책을 꼽았다. 정부가 지난달 24일부터 교회 등의 소모임 금지를 해제하고 스포츠 경기의 관중 입장을 제한적으로 허용한 것은 안일한 대응이었다는 지적이다. 더불어 침체된 소비 심리를 살리겠다는 방안으로 8월 14일부터 사용할 수 있는 외식·공연 쿠폰을 발급하며 상황은 악화됐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교회 소모임을 허용하고 외식 쿠폰을 뿌리겠다고 발표하면서 국민들에게 방심해도 된다는 일종의 시그널을 줬다"며 "명백하게 잘못된 정부의 판단으로 이 같은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랑제일교회 등 특정 집단이 재확산 원인으로 지목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교수는 "방역에 구멍이 나자 정부는 곧바로 특정 집단을 공격하는 행태를 보였다"라며 "매번 하나의 집단을 싸잡아 매장하는 걸로 상황을 마무리하고, 방역 시스템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는 제대로 진단하지 않은 것이 반복되는 위기의 근본 원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