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17일 사건 배당 후 수사계획조차 없어… "절차상 사전 면담 안 돼" 유출 의혹 해명도 '미심쩍'
  • ▲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뉴시스
    ▲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뉴시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소 사실 유출 의혹 당사자로 경찰도, 청와대도 아닌 서울중앙지검이 새롭게 지목됐다. 

    지금까지 유출 경로로 의심받던 경찰과 청와대를 대상으로 수사에 착수했던 중앙지검이 도리어 수사 대상으로 전락한 격이다. 이런 탓인지 중앙지검 형사2부는 사건을 배당받은 지 일주일이 지나도록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다. 

    이성윤 지검장이 유출 의혹 당사자로 지목된 만큼 기존대로 형사2부가 사건을 맡으면 직속상관인 이 지검장 수사가 불가피한 탓에 난감한 형국으로 보인다. 형사2부가 내부를 향해 수사의 칼을 빼들지, 울며 겨자 먹기로 경찰로 이관할지 귀추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결국 이 지검장 등 중앙지검 수뇌부가 박 전 시장의 피소 사실을 알았는지 여부와 관련해 자체 조사에 착수한 대검찰청의 판단이 주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성윤, 경찰보다 박원순이 피의사실 먼저 알았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 전 시장 관련 수사정보 유출 사건 담당인 형사2부(부장 이창수)는 지난 17일 사건을 배당받은 지 일주일째인 이날까지도 수사계획조차 수립하지 못했다. 직접 수사할지, 경찰에 맡길지 정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중앙지검은 고위공직자의 사망 사건과 연관된 만큼 대검찰청과 협의가 필요해 지연 중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그러나 실상은 '이성윤 지검장' 때문이라는 관측이 법조계 안팎에서 제기됐다. 

    당초 중앙지검은 유출 경로로 지목된 경찰과 청와대·서울시 등을 수사하려 했으나 "이 지검장이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을 경찰보다 먼저 알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유출 당사자로 지목됐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당장 자기 우두머리가 의혹 당사자로 지목됐는데 수사하기도, 안 하기도 난감한 상황일 것"이라며 "이 지검장 본인이 직접 입을 열지 않는 이상 의혹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통상적 보고체계로 보나, 현재 검찰(중앙지검)이 침묵하는 걸로 봐서 (이 지검장이) 알았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앞서 성추행 피해자 A씨 측 변호인은 22일 기자회견에서 "8일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을 경찰에 고소하기 전, 중앙지검에 먼저 면담 요청을 했으나 거절당했다"고 폭로했다.

    변호인에 따르면, A씨 측은 7일 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 유현정 부장검사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그런데 유 부장검사가 '피고소인을 확인해야 면담을 검토하겠다'고 답해, A씨 측은 박 전 시장이 피고인이라고 알렸다. 

    이후 유 부장검사는 '8일 오후 3시 면담'을 약속했으나, 7일 늦은 오후 돌연 "개인 일정 때문에 8일 면담은 어려울 것 같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일선 부장검사가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면담 자체 거부?

    중앙지검은 A씨 측의 폭로가 나온 당일 오후 "해당 부장은 (고소 접수 전 사전 면담이) 절차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돼 일응(일단) 부적절하다고 말해주면서 검토해보고 다시 연락하겠다고 했다"며 "같은 날 퇴근 무렵 변호인에게 다시 전화해 일정이나 절차상 사전 면담은 어려우니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절차에 따라 고소장을 접수하도록 안내했다"고 해명했다.

    중앙지검의 이 같은 해명에 법조계는 '비상식적이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중앙지검의 해명에서 나온 사건 처리 경위가 '절차상으로 봐도 미심쩍다'는 것이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안을 아무리 면담 수준이라고 하더라도 일선의 부장검사가 개인적 이유를 들며 자의적으로 취소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윗선의 어디까지 보고가 들어갔는지 밝혀야 하는데, 중앙지검이 해명에서 이를 누락한 것도 의심쩍다"고 지적했다.

    통상적으로 검찰 내 주요 사건 보고는 차장검사와 지검장까지 이뤄진다고 한다. 결국 유 부장검사의 직속상사인 김욱준 4차장검사를 거쳐 이성윤 지검장에게 즉각 보고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검찰 안팎의 다수 의견이다.

    만약 이 지검장까지 보고된 것이 사실이라면 추미애 법무장관도 이를 알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지검장은 최근 이른바 '검언유착' 수사와 관련해 '반(反)윤석열' 기조를 보이면서 추 장관과 밀접한 관계를 연출했다. 이 지검장은 추 장관이 지난 1월 취임 직후 지검장 자리에 직접 앉힌 인물이다.

    야당 "檢, 수사 미적대면 '특별검사' 도입" 경고

    더욱 석연찮은 점은 보고체계가 '중앙지검'에서 끊겼다는 것이다. 검찰보고사무규칙에 따르면, 사회의 이목을 끌 만한 중대한 사건의 경우 상급 검찰청과 법무부에 동시에 보고해야 한다. 그러나 대검찰청에는 박 전 시장 고소 관련 사안이 보고되지 않았다. 

    대검은 면담 요청 거절 경위와 함께 이 지검장 등 중앙지검 지휘부에 보고됐는지, 대검에는 왜 보고하지 않았는지 등을 정식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박 전 시장 피소 사실 유출 관련 사건을 중앙지검이 아닌 '별도 수사팀'에서 맡아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는다. 이 지검장이 유출 의혹 당사자로 지목된 만큼 중앙지검이 직접 사건을 수사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원내 상임위원회 간사단회의에서 "이 지검장은 (피소 사실을) 박 전 시장에게 알렸는지, 청와대에 보고했는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며 "검찰이 수사를 미적거리거나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면 특별검사 도입을 강력히 준비하겠다"고 경고했다.

    국회가 주도하는 '특별검사'는 특정 사건에 한정해 범죄 수사와 공소 제기 등에서 독립적 지위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