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병원장 요구로 '친동생 신상명세' 전달… 차명 진료 사실 몰랐다" 궁색한 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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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암살'과 '신과 함께' 시리즈로 '트리플 천만' 관객을 달성한 배우 하정우(42·김성훈·사진)가 프로포폴 불법 상습 투약 의혹에 휘말렸다. 지난 15일 채널A가 "유명 영화배우가 친동생 이름으로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했다"고 보도한 이후 '투약 당사자'로 의심받아온 하정우는 18일 소속사 워크하우스컴퍼니를 통해 공식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난해 모 병원 원장에게 얼굴 피부 흉터 치료를 받는 와중 '수면마취용' 프로포폴 처방을 받았다"고 투약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의사의 적법한 처방으로 투약한 것이라 이를 오·남용한 사실이 없고, 병원장의 요구로 동생과 매니저의 신상정보를 전달한 것"이라며 "치료 사실을 감추기 위해 차명 진료를 받은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I성형외과 원장, 마약법 위반 혐의로 구속
2019년 1월경부터 9월경까지 하정우의 얼굴 피부 흉터 치료를 전담한 I성형외과 원장 K씨는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지난달 구속기소됐다. K씨는 채승석 전 애경개발 대표 등 내원한 고객들에게 프로포폴을 불법 처방하고 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한 혐의 등으로 간호조무사와 함께 구속됐다.
보도에 따르면 채 전 대표는 하정우의 친동생 이름(김영훈)으로 피부과 진료와 프로포폴 처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하정우를 이 병원에 소개한 장본인이 채 전 대표라는 점에서 두 사람이 '김영훈'이라는 차명으로 피부과 진료를 받는 '편법'을 모의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하정우는 자신이 차명으로 진료를 받은 사실조차 몰랐다는 입장이다. 그는 "K씨가 처음부터 '마스크와 모자를 쓰고 오라'고 하는 등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모습이었고, 그 과정에서 '소속사 대표인 동생과 매니저의 이름 등 신상정보를 달라'고 요청했다"면서 "이를 프라이버시 보호 차원으로 막연히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에 "의사의 요청이라 별다른 의심없이 동생과 매니저의 인적사항을 전달했고, 이게 실제로 어떻게 사용됐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자신은 의사가 시키는대로 했을 뿐 치료 사실을 숨기기 위해 차명 진료를 받은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동생과 매니저의 신상정보를 알려달라'는 K씨의 요청을 프라이버시 보호 차원으로 생각했다는 하정우의 해명은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개인 정보 유출에 민감한 연예인이 '친동생의 인적사항을 알려달라'는 병원장의 말을 듣고 아무런 의심이나 확인도 없이 신상명세를 알려줬을 리는 만무하다. 적어도 병원 측에 관련 정보를 어디에 쓰려고 하는지 정도는 물어봤을 것이다. 하정우의 말은 'K씨가 진료 예약 때만 동생 이름을 사용한 것으로 알았다'는 해명처럼 들린다. 그러나 앞뒤 정황상 하정우가 치료기간 내내 차명 진료 사실을 눈치 못 챘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렇다면 하정우가 스스로 밝힌 것처럼 '치료 사실을 숨길 아무런 이유가 없는' 그가 왜 굳이 동생의 이름을 빌리면서까지 진료를 받았는지는 의문이다. 하정우가 평소 식당 예약도 차명으로 한다는 한 측근의 말과는 전혀 다른 문제다. 식당 예약을 차명으로 하는 건 불법이 아니지만 진료를 차명으로 받는 건 명백한 불법이기 때문이다.
현행 의료법은 의사가 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고의로 사실과 다르게 추가 기재·수정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만일 담당 의사가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이와는 별도로 자격 및 업무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받을 수도 있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마약류 취급자의 위반행위에 대한 행정처분이 강화돼 이를 다루는 의료업자가 처방전을 거짓으로 작성하고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에 허위 보고할 경우 1차 위반 시 6개월, 2차 위반 시 12개월간 업무정지 처분을 받게 된다.
사전에 '차명 진료' 사실 알았다면 공동정범
차명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어떨까. 일단 의료업자가 아닌 이상 즉각 의료법으로 처벌받진 않는다. 다만 의사의 위반행위를 방조하거나 함께 공모했다는 의심은 받을 수 있다. 해당 환자가 차명 진료 행위의 공동정범이나 방조범으로 몰릴 경우 당연히 형사 처벌 대상이 된다. 만일 하정우가 본인이 전달한 동생의 신상명세가 차명 진료에 사용된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면 공범이 될 소지가 있다. 하정우가 먼저 차명 진료를 요구했다면 '교사범'으로도 처벌될 수 있지만 현재로선 가능성이 희박하다.
하정우가 마약류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처벌될 가능성도 높지 않다는 게 법률전문가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앞서 하정우는 공식입장문을 통해 얼굴 흉터를 치료하기 위해 해당 병원을 찾았고 10회 정도 시술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그 과정에서 통증을 줄이기 위해 프로포폴 처방을 받았고 이 역시 의사의 처방에 따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당시 하정우가 병원장 K씨와 흉터 치료 문제로 주고받은 문자가 언론에 공개되면서 하정우의 주장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재 검찰은 하정우와 기업인사 등에 대한 소환조사를 준비 중이다. 이들은 차명으로 프로포폴을 맞았기 때문에 사실상 비슷한 진료 과정을 밟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정우는 "치료 목적으로 프로포폴을 처방받았고 오·남용은 없었다"고 해명했으나, 수사 과정에서 불리한 진술이 나올 경우 혐의점이 늘어날 공산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