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방문, 확진자 접촉 없이 발병… 감염 경로 몰라 '방역망 밖 감염'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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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우한폐렴 30번째 확진자(29번째 환자 부인)가 추가되면서 방역망을 벗어난 지역사회 감염이 현실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질병관리본부
국내 '우한폐렴(코로나-19)' 확진자가 이틀 새 2명 늘었다. 한국 국적의 부부로, 외국을 방문한 이력은 물론 확진자와 접촉한 적도 없다. 이들의 감염 경로가 파악되지 않으면서 방역망을 벗어난 지역사회 감염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지난달 20일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17일 현재까지 서울 종로구에서만 5명의 확진자(6 ‧10 ‧11 ‧29 ‧30번)가 나오면서 종로구 일대가 '수퍼 전파지'가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질병관리본부는 17일 오후 브리핑에서 "이날 오전 9시 현재 추가 확진환자 1명을 포함해 총 확진환자가 30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30번째 환자(68‧여‧한국인)는 29번째 환자(82‧남‧한국인) 부인이다.29‧30번 환자는 부부 사이… 29번 환자 114명 접촉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29번 환자는 5일부터 마른기침 등의 증상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돼 발병일을 2월5일로 잡았다"며 "접촉자에 대한 추적조사를 하는 것은 발병 하루 전인 4일부터의 이동경로를 확인해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30번 환자와 관련해서는 "16일 접촉자 파악할 땐 증상이 없었다. 8일 정도부터 감기약을 복용한 적이 있고, 약간 몸살 기운도 있었던 적이 있어 의료기관을 방문한 이력이 있다"며 "발병일을 현재 6일 내지 8일 정도로 추정하고 접촉자 조사와 감염 경로 조사를 29번째 환자와 같이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역학조사 결과, 16일 확진판정을 받은 29번 환자는 지난 5일 증상이 발현돼 격리될 때까지 서울 종로구 소재 병원 2곳(신중호내과의원·강북서울외과의원)과 약국 2곳(보람약국·봄약국)을 총 12회 방문했다.29번 환자는 지난 5일부터 기침‧가래 등의 증상이 발생했다. 그는 5~15일 11일 동안 강북서울외과의원 6회, 신중호내과의원을 2회 방문했다. 보람약국과 봄약국은 각각 두 번씩 찾았다. 15일 고려대학교안암병원에서 우한폐렴 양성반응을 받기 전까지 114명과 접촉한 것으로 확인됐다. 76명은 고려대안암병원에서, 37명은 그가 방문한 강북서울외과의원·신중호내과의원·보람약국·봄약국 등에서 접촉했다. 나머지 1명은 부인인 30번 환자다.정 본부장은 29번 환자가 강북서울외과의원을 자주 찾은 이유로 "원래 외과적 처치를 받은 적이 있어 후속치료가 목적이었다"며 "방문할 때 마른기침이나 몸살 기운 등이 섞여 있긴 했지만 원래 갖고 있던 질환에 대한 치료 목적이 더 주였다"고 설명했다. 그간 종로구 일대 독거노인을 위해 도시락 배달 봉사를 해왔다는 것과 관련해선 "발병일인 5일 이후에는 배달 봉사를 한 적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29번 환자가 다녀간 종로구 병원과 약국 등은 이날 휴진에 들어갔다. 질본은 그가 병원을 방문하지 않은 지난 4일(증상 발현 하루 전)과 6일, 9일, 13~14일 동선을 추가 조사 중이다. -
- ▲ 29번 환자가 다녀간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및 종로구 소재 병원과 약국 등은 휴진에 들어갔다. ⓒ정상윤 기자
30번 환자 16일엔 증상 없어… 8일엔 서울대병원 진료30번 환자는 29번 환자의 접촉자 조사 당시에는 증상이 없었다. 다만 지난 8일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에서 외래진료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정 본부장은 "현재 폐쇄회로(CCTV) 조사 등 접촉자에 대한 파악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공간에 대해선 소독이 완료됐다고 들었다. 진료했던 의료진에 대해선 자체 업무배제시킨 상황에서 접촉자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30번 환자는 몸살 기운으로 강북서울외과의원에서도 진료받았고, 15일 남편이 고려대안암병원 응급실을 갈 때 보호자로 동행한 사실이 확인됐다.의료계는 방역망을 벗어난 지역사회 감염를 우려했다. 우한폐렴 감염 원인과 경로를 알 수 없는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가장 안 왔으면 하는 상황으로 가는 게 아닌가"대한의사협회 김대하 홍보이사는 "우리가 파악하지 못하는 감염 원인이 상당수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거기다 이 바이러스가 경증이거나 무증상인 경우도 상당하다는 것까지 감안하면 지역사회 감염이 상당히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는 해외여행력이나 접촉력으로 환자를 선별했지만, 이제부터 심해지면 호흡기질환이나 발열증상만 있더라도 검사해봐야 한다는 말이 되는 것이고, 검사 대상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김 이사는 "우한폐렴에 대한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어야 하는 상황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며 "지역사회에서도 널리 퍼져버리면 그때부터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거다. 거기에 맞춰 어떻게 지역사회 환자를 찾아야 할 것인가는 정부와 의료계가 함께 방안을 찾아야 할 시점이 됐다"고 주장했다.한편 17일에는 국내 우한폐렴 확진환자 1명이 추가로 퇴원했다. 17일 만에 확진판정을 받아 잠복기 논란이 일었던 28번 환자(31·여성·중국)다. 이로써 국내에서 완치판정을 받은 환자는 1·2·3·4·7·8·11·17·22번 환자에 이어 총 10명으로 늘었다. 나머지 확진자 20명은 격리병상에서 입원치료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