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도망가지도 않고, 증거인멸하지도 않는다"… '영장심사'에 담담하게 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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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한 전광훈 목사. ⓒ정상윤 기자
"종교탄압 중단하라." "전광훈·이은재 구속 반대한다."2일 오전 9시30분쯤 서울중앙지법 입구 법원삼거리 앞. 50여 명의 시민이 쌀쌀한 날씨에도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목사의 구속 반대를 외쳤다. 주위에는 경찰 10여 명이 배치돼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이날 신고된 집회 인원은 2000명, 투입된 경찰은 350여 명이었다.이날은 전광훈 목사와 이은재 목사의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리는 날이다.앞서 경찰은 지난해 12월26일 전 목사 등 3명의 목사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지난해 광화문에서 열린 10·3 개천절집회에서 폭력을 주도했다는 혐의(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특수공무집행방해)였다. 다음날인 지난해 12월27일, 검찰은 전 목사와 이 목사 2명에 대해서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전광훈 목사 "헌법과 대한민국 지키려는 것" 영장신청 비판전 목사는 2일, 영장실질심사 예정시간보다 10여 분 이른 10시17분 서울중앙지법 4번 출입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오전 9시40분쯤 법원삼거리에 도착한 그는 법원 입구에서 4번 출입구까지 도보로 이동했다. 짙은 회색 정장에 하늘색 셔츠, 와인색 넥타이를 맨 전 목사는 밝은 표정이었다. 석동현 변호사 등 변호인 2명, 유튜버 3명과 지지자 등 10여 명이 전 목사 옆에 있었다. 이은재 목사는 앞서 9시50분쯤 조용히 영장실질심사가 이뤄지는 법정으로 들어갔다.출입구에 도착한 전광훈 목사는 대기하던 70여 명의 취재진에게 혐의를 부인하고, 경찰의 무리한 영장 신청을 비판했다.전 목사는 "이 사태(광화문집회)는 문재인 대통령이 이승만 대통령이 구축한 미국과 일본과 전 세계와 함께 하는 해양동맹으로부터 분리하고 북한과 중국·러시아로 가는 대륙동맹으로 가겠다는 (것에 대한) 국민 저항으로 일어난 현상"이라며 "저는 한기총 25대 대표회장으로서 '한기총은 나라와 교회를 공산주의로부터 지킨다'는 한기총 정관에 따라 당연히 이 운동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국민이 이 같은 운동에 동참해 지난해 8월15일부터 10월3일에 이어 이번 토요일까지 국민저항운동을 계속했다" "그것이 국민저항운동을 하는 이유"라고도 했다.전 목사는 "우리는 정치하려고 하는 게 아니다"라며 "대한민국 헌법을 지키고 국가를 지키려는 것"이라고 집회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그는 "(문 대통령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게 아니다"라며 "문 대통령이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간첩의 왕 신영복을 '내가 가장 존경하는 한국의 사상가'라고,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 될 말을 한 것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라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그는 "서독에 있는 간첩 윤이상의 묘지에 동백나무를 바치며 부인을 통해 참배한 사건, 이후 그(문 대통령)의 생각이나 말-정책이 반드시 대한민국을 해체하고 (나라를) 북한에 갖다 바치려고 하는, 특히 선거법까지 장악해 내년 4월15일 선거에서 평화헌법으로 개헌해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경찰 저지선 돌파' 탈북단체 훈방... 3개월 후 나를 배후로 지목전광훈 목사는 자신의 혐의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주도한 집회와 무관하게 탈북자단체가 10·3집회 행사를 마친 뒤 먼저 행진해 경찰 저지선을 돌파했다'는 것이다. 탈북자단체는 당시 '탈북자 아사 사건'과 관련해 문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면서 행진했다. 전 목사는 "탈북자단체도 경찰 저지선을 돌파해 연행됐다가 하루 만에 훈방조치되면서 사건이 종결됐다"며 "그런데 3개월 후 제가 배후조종을 했다면서 영장을 신청한 것"이라고 비판했다.전 목사의 발언에 대해 "'폭력 혐의를 부인하는 것인가" "집회를 사전에 계획했는가" "영장심사에서 소명할 것인가" 등 취재진의 질문이 이어졌다. 성금 모금과 관련된 질문도 나왔다.전 목사는 "성금은 알다시피 예배할 때 해오던 행사인데 JTBC 손석희 (당시) 사장이 불법모금을 조장한다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해서, 언론이 사실처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폭력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하는 게 아니라 그게 (폭력을 주도하지 않았다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우리 (집회)는 비폭력·비무장이다. 나는 한기총 대표로 도망가지도 않고 (당시 상황이) 유튜브를 통해 다 공개돼 있어서 증거를 인멸하지도 않는다"고 부연했다.나는 도망가지도 않고, 증거를 인멸하지도 않는다전 목사가 자신의 혐의에 대한 소명을 마친 뒤 4번 출입구로 들어가자 옆에 있던 3명의 유튜버는 "떳떳하게 하십시오" "응원합니다"라고 외쳤다.전 목사의 영장실질심사는 오전 10시30분 송경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돼, 오후 1시께 종료됐다. 전 목사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한편 영장심사를 마친 전 목사가 수갑을 찬 채 나타나자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내로남불' 논란이 일었다. 전 목사 지지자들은 "수갑을 풀어줘라" "수갑 채우는 것도 내로남불이냐"며 거세게 항의했다. 조국(54) 전 법무부장관과 부인 정경심(57·구속) 씨는 각각 지난해 12월26일, 10월23일 열린 영장심사 뒤 수갑을 차고 나오지 않았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체포한 경우가 아니면 수갑을 채우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