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 파악했나" 질문에… 靑 "말 못해" 국방부 "파악중" 외교부 "재발방지 촉구"
  • ▲ 청와대 전경. ⓒ뉴데일리DB
    ▲ 청와대 전경. ⓒ뉴데일리DB
    청와대는 러시아와 중국 군용기가 23일 오전 동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무단 진입하고 이중 러시아 군용기가 독도 인근 우리 영공을 침범한 배경에 대해 "모른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의 KADIZ 및 영공 침범 의도에 대한 질문에 "그것을 지금 말씀드리는 것은 참 적절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러시아 측으로부터 왜 그렇게 한 것인지, 의도를 가지고 그렇게 한 것인지, 아니면 조종사의 실수인 것인지 등등에 대해서 파악이 먼저 선행되어야 될 것"이라며 "그래야지 그 다음 단계를 고민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영공 침범 관련해서 청와대의 대응 매뉴얼이 있으면 소개를 해 달라'는 질문에는 "그것은 제가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매뉴얼이 없다는 것이냐'고 재차 질문하자 이 관계자는 "제가 모르겠다는 얘기"라고 했다. 

    청와대 "국방부에서 대응" 떠넘기기도

    질문이 이어지자 이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이런 사안이 벌어졌을 경우 국방부에서 대응을 한다"며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였다. 

    청와대는 그동안 다른 정부 부처에서 성과가 나오면 관례를 깨고 직접 브리핑하고, 난감한 사안에는 뒤로 빠지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5월 리비아에서 납치된 60대 국민이 315일만에 풀려나자 외교부가 발표하는 관례를 깨고 직접 브리핑을 열었다. 반면, 지난달 북한 목선 삼척항 귀순 사건때는 전면에 나서지 않고 국방부에 대응을 맡겼다. 

    앞서 합동참모본부는 "23일 아침 중국 H-6 폭격기 2대와 러시아 TH-95 폭격기 2대 및 A-50 조기경보통제기 1대 등 5대가 KADIZ를 진입했으며 이 중 러시아 A-50 1대는 독도 인근 영공을 두 차례에 걸쳐 7분간 침범해 우리 군이 대응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러시아 군용기의 영공 침범 이후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연방안보회의(FSC) 서기에게 '우리는 이 사태를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으며, 이런 행위가 되풀이될 경우 훨씬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항의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전했다.

    국방부, 브리핑하려다 갑자기 취소

    국방부와 외교부도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이날 국방부는 중국과 러시아의 군용기 도발에 대한 언론 브리핑을 하려다 갑자기 취소했다. 이후 "전략 및 정보사안을 참고해 분석하고 있다는 것이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의 공식입장"이라고 밝혔다. 앞서 국방부는 이진형 국방부 정책기획관이 이날 오후 합참 본부 청사로 두눙이(杜農一) 주한 중국 국방무관과 니콜라이 마르첸코 주한 러시아 공군 무관을 초치해 엄중 항의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도 이날 오후 막심 볼코프 주한 러시아 대사대리와 추궈훙(邱國洪) 주한 중국대사를 각각 초치해 KADIZ와 영공 침범에 항의하고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고만 밝히고 침범 이유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유임 유력' 정경두 국방장관 문책론 고개

    한편,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카디즈를 침범한 폭격기 2대만을 언급하며 "타국의 영공을 침범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중국도 화춘잉 외교부 대변인 브리핑에서 "카디즈는 영공이 아니며 국제법에 따라 각국은 비행의 자유를 누린다"며 "'침범'이라는 용어는 조심히 써야 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오는 8월로 예상된 개각에서 유임이 확실시 됐던 정경두 국방부 장관에 대한 문책론도 고개를 들 전망이다. 

    지난달 북한 소형목선 삼척항 귀순 사건으로 군의 해안 경계태세에 허점을 드러낸 지 한 달 만에 타국의 군용기에게 우리 영공을 내주는 사상 초유의 일까지 발생하면서 군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문책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타국의 군용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한 것은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처음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폐기까지 나설 경우 안보 구멍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번 중국과 러시아의 KADIZ·영공 침범이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의 한국 방문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볼턴 보좌관은 앞서 일본을 방문한 데 이어 23일부터 24일까지 1박 2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정의용 국방부 장관 등을 만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이날 새로 건조한 신형 잠수함을 공개했다. 북한이 공개한 잠수함은 기존의 신포급 탄도미사일 잠수함(배수량 2000t)을 뛰어넘는 3000t 이상급 잠수함으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