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강지환 마약 투약 의심… 사건 당일 '이상행동' 보여
  • 자택에서 잠이 든 여성 스태프를 성폭행(성추행)한 혐의로 구속된 배우 강지환(43·본명 조태규)이 마약류 반응 간이시약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지난 9일 밤 강지환을 체포할 당시 마약 간이 검사(소변검사)를 실시했으나 음성 반응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은 보다 정확한 검사를 위해 강지환의 모발과 체모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정밀 감정을 의뢰한 상태다. 검사 결과는 약 1주일 후에 나올 전망이다.

    사건 당일 경찰이 마약 간이 검사를 진행했던 이유는 체포 당시 강지환이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보였기 때문이다. 경찰이 이날 오후 피해자 지인으로부터 신고를 받고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에 위치한 강지환의 집으로 출동했을 때 그는 노래방 기계를 틀어놓고 노래를 부르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자택에서 여성을 성폭행하고, 이 사실을 알아차린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를 했을 가능성이 농후한 상황에서 태연히 마이크를 쥐고 노래를 불렀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경찰이 집에 찾아왔을 때 강지환이 직접 피해자들이 있는 방까지 안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피해자들의 법률대리인에 따르면 이날 강지환은 범행 직후 한 피해 여성에게 "나 잘못한 거 맞아?" "그러면 감옥에 보내 달라"는 말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경찰은 강지환이 마약류가 아니더라도 판단이 흐려질 수 있는 약물을 투약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국과수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경찰은 강지환이 피해자들에게 약물을 사용했을 가능성도 있어 사건 직후 해바라기센터를 통해 관련 검사를 진행했으나, 피해자들의 체내에선 유의미한 약물 성분이 나오지 않았다. 다만 한 피해 여성 몸에서 강지환의 DNA가 검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강지환 집에 갇혔어… 경찰에 신고해줘"

    경찰에 따르면 지난 9일 강지환의 소속사 직원들과 강지환의 자택에서 낮부터 회식을 했던 피해 여성 A씨는 오후 9시 41분께 서울에 있는 친구 B씨에게 "탤런트 강지환의 집에서 술을 마셨는데 지금 갇혀있다"는 문자를 (카카오톡으로) 보내며 경찰 신고를 부탁했다.

    이에 B씨의 신고를 받고 강지환의 자택으로 출동한 경찰은 피해 여성들로부터 "잠을 자다가 강지환에게 성폭행(성추행)을 당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강지환을 (오후 10시 50분께) 긴급체포했다.

    A씨는 10일 오전에 진행된 피해자 진술조사에서 "잠을 자다가 강지환이 바로 옆에서 다른 피해 여성 C씨를 상대로 성폭행을 시도하는 모습을 목격하고 소리를 질렀는데, 그제서야 강지환이 범행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또 A씨는 "그 순간 (자신의) 옷매무새를 보니 심하게 흐트러져 있어 강지환에게 비슷한 피해를 당한 것 같다고 진술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회식 장소는 강지환 집, 9일 오전부터 파티 열어

    당초 다수 언론은 강지환이 사건 당일 소속사 직원·스태프들과 저녁식사 겸 회식을 한 뒤 피해 여성들과 함께 자택으로 이동해 2차 술자리를 가졌다고 전했다. 장소가 특정되지 않은 모처에서 강지환 일행이 회식 자리를 가졌고, 회식이 파한 후 여성 두 명만 강지환을 따라 자택으로 향했다는 얘기였다.

    많은 언론은 회식 장소도 특정하지 않고, 그냥 여성 두 명이 강지환의 자택으로 이동해 2차로 술자리를 가졌다고만 보도하면서 온라인상에선 "여성들의 처신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쏟아졌고, 일각에선 성폭력 피해를 호소하는 여성들의 무고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그러나 본지 취재 결과 이들은 9일 오전부터 강지환의 자택에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8일 밤 늦게까지 충남 당진 세트장에서 종편드라마 '조선생존기' 촬영을 마친 강지환은 이튿날 아침 소속사 직원, 그리고 외주 스태프들과 함께 경기도에 위치한 자신의 자택으로 이동했다. 9일은 촬영 일정이 없었기 때문에 소속사 식구들과 함께 휴식을 취하기 위해 집으로 돌아온 것.

    이에 9일 오전 강지환의 집으로 이동해 여장을 푼 소속사 관계자와 스태프들은 충분히 휴식을 취하면서 비교적 이른 시각부터 회식 자리를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택시 불러주겠다"는 얘기 듣고 집에 남아

    강지환의 자택에서 열린 회식에 참석한 일행은 강지환을 포함해 총 7명이었다. 이날 퇴직을 앞둔 스태프를 위해 송별회까지 연 강지환 일행은 상당히 많은 양의 술을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몸이 좀 안 좋다는 사람을 포함해 나머지 사람들은 다 돌아가고, 여성 2명과 강지환, 이렇게 3명만 집에 남은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택시를 불러주겠다"는 강지환의 말을 듣고 집에 남은 여성 2명은 강지환과 함께 '돌아가면서 질문을 던졌을 때 대답을 못하는 이가 벌칙으로 술을 마시는 게임'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만취한 여성들은 오후 6시경 2층으로 내려와 잠이 들었고 강지환은 3층 침실로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강지환이 2층으로 내려와 잠이 든 여성들을 성폭행하거나 성추행했다는 게 경찰이 추정하는 사건 정황이다.

    체포 직후 "술을 마신 건 기억나는데 그 이후의 상황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며 혐의를 부인했던 강지환은 지난 15일 법률대리인을 통해 "모든 혐의를 인정하며 저의 돌이킬 수 없는 잘못으로 크나큰 상처를 입으신 피해자분들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이번 일로 심려를 끼쳐드린 많은 분들께도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의 잘못에 대한 죗값을 달게 받고 속죄하며 살도록 하겠습니다. 거듭 죄송합니다"라고 사과의 말을 전했다.

    경찰은 대부분의 혐의를 인정한 강지환에게 준강간 및 강제추행 혐의를 적용, 지난 18일 기소 의견을 담아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송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