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연대 "아직 협의 중… 완전히 취소된 건 아냐"
  • ▲ 방송인 겸 배우 이매리.  ⓒ사진제공=이매리
    ▲ 방송인 겸 배우 이매리. ⓒ사진제공=이매리
    방송·정·재계 유력인사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이들의 '갑질 언행'을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열겠다던 배우 이매리(사진·47)가 돌연 회견을 취소한다는 뜻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이매리는 지난달 29일 <일간스포츠> <경향신문> <뉴스1> 등과의 통화에서 "이제는 충분히 내 이야기가 알려졌다는 생각이 든다"며 "더 이상 일이 커지는 걸 원치 않아 4월 초에 갖기로 했던 기자회견은 열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자극적인 이야기가 무분별하게 나가는 게 싫고, 특히 어머니가 힘들어 하신다"며 당초 정의연대와 함께 잡았던 회견 일정을 취소한 배경을 설명했다.

    일각에서 가해자 측으로부터 드라마 출연을 제안받고 기자회견을 취소한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데 대해선 "드라마 출연 제의 메시지를 받은 것은 맞지만 그 제의를 믿지도 않고, 출연한다고 하지도 않았다"며 "그것 때문에 취소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지목한 사람들 중 한 명으로부터 사과의 말을 들었지만, 그 사과를 믿지도 않는다"며 이번 일과 관련해 금전적 대가를 받은 사실도 없다고 덧붙였다.

    "'XX대는 건들지 말라' 입막음 시도"


    앞서 이매리는 지난달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현 정부 방송계 공공기관장이자 XX대학 교수인 A씨와 △방송국 PD 출신인 전직 국회의원 C씨 △언론사 간부 출신인 대기업 임원 B씨 등 XX대학 최고위과정을 밟던 이들에게 술시중을 강요받고 성추행을 당하는 피해를 봤다"며 이들의 기수와 실명, 그리고 직함까지 모두 공개했다.

    이들을 '악마'라고 싸잡아 비난한 이매리는 특히 "부모님 상을 치르고 온 저에게 '돈 없고 TV에 안 나오면 여기에서 잘해야지'라고 웃으며 말했던 A씨와, 지난해 드라마 불공정 행위를 폭로한 방송(채널A '풍문으로 들었쇼') 이후 'XX대는 건들지 말라'며 입막음을 시도했던 C씨는 자신들의 출세를 위해 저에게 침묵을 강요한 '공범자들'"이라고 지적했다.

    글이 공개된 뒤 자신이 '제2의 장자연 사건 피해자'로 부각되자 이매리는 즉시 게시물 전체를 비공개로 전환했다.

    이후 이매리는 다수 매체와 통화에서 자신이 지목한 가해자 중 한 명으로부터 최근 '3000만원을 줄 테니 발설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받았고, 2013년 6월 당시 한 언론사 간부였던 대기업 임원 B씨의 차량 안에서 성추행을 당했다는 추가 폭로를 이어가 주목받았다.

    드라마 제작진 '갑질'로 연기활동 중단?

    1994년 MBC 3기 공채 전문 MC로 데뷔한 후 연기자로 전업한 이매리는 영화 <최후의 만찬>(2003) <낭만자객>(2003) <색즉시공>(2002), 드라마 '천하일색 박정금'(2008) '2009 외인구단'(2009) '내조의 여왕'(2009) '신기생뎐'(2011) 등 다양한 작품에서 폭넓은 연기를 펼쳐왔다.

    이렇게 연기자로서 입지를 다져나가던 이매리는 '신기생뎐' 이후 방송활동을 전면 중단했다. 당시 방송계에선 그가 연기활동을 중단한 이유가 건강악화 때문이라는 설이 파다했다.

    실제로 그는 '신기생뎐'을 준비하면서 과도한 연습 탓에 몸에 무리가 생겨 '부신피질호르몬저하증'이라는 희귀병에 걸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이매리는 촬영 도중 빈혈과 부종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서 암투병 환자들의 치료에 쓰는 진통제와 스테로이드제를 복용하며 병원과 드라마 세트장을 오가는 강행군을 펼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매리가 후속작에 나오지 않는 이유가 건강이 나빠졌기 때문이라는 루머가 나돌았던 것.

    그러나 이매리는 지난해 6월 방영된 채널A '풍문으로 들었쇼'에 출연해 "2011년 '신기생뎐'을 찍을 당시 무리하는 바람에 무릎에 물이 찼다"면서 "(연기를 위해 받은) 레슨 비용이 600만원 정도이고 치료비는 몇천만원이 들어 이 사정을 방송 관계자에게 토로했더니 '보험이 안 돼 있으니 해줄 수 없다. 출연료만 주면 안 되겠느냐. 이 일을 발설하지 말아 달라'는 말을 들었다"고 밝히며 당시 드라마 제작진과 마찰을 빚은 이후 연기활동을 쉬게 된 것이라고 털어놨다.

    또 "당시 방송 관계자들을 2년 뒤에 만나 '다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했지만, 그들은 자기네를 먼저 도우라고 했다"며 "'한 번 갑을이면 영원한 갑을'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다수 네티즌 "이매리가 경솔했다" 지적

    심적 부담을 느껴 기자회견을 취소한다는 이매리의 언론 인터뷰가 공개되자 온라인상에선 "이매리의 처신을 이해한다"는 찬성(옹호)론보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반대(비난)론이 더 앞서는 양상이다.

    우선 이매리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이들은 "신중해야 할 일이고, 그만큼 힘든 일임에 틀림없다"며 "본인 일신상의 문제가 더 크기 때문에 여기에서 멈추겠다는 뜻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매리의 입장을 이해할 수 없다는 다수 네티즌은 "한번 찔러보고 취소하는 행동이 진짜 피해자들에게는 가해가 될 수 있다는 걸 모르냐" "진짜 밝히고 싶었으면 당장 밝혀도 될 일을 4월에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나선 것부터 이상했다"며 애초 이매리의 언행이 의심스러웠다고 주장했다.

    이매리와 함께 '갑질 폭로'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었던 정의연대 측은 "이매리 씨가 기자회견을 주저하는 메시지를 보내온 것은 맞지만 완전히 취소를 통보한 건 아니다"라며 "계속 협의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