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박정길 판사, 임종석 전 실장의 한양대 운동권 선배"… '알박기 임명' 의혹
  • ▲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정상윤 기자
    ▲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정상윤 기자
    환경부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을 받는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의 구속영장을 이례적 사유로 기각하며 '정치적 판결' 논란에 휩싸인 박정길(사법연수원 29기) 서울동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한양대 1년 선후배 사이이며, 과거 노동운동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7일 국회에서 열린 당내 연석회의에서 "박정길 영장전담판사는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같은 대학 출신이면서 노동운동을 했다는 언론 인터뷰가 있다"며 "결국 동부지법이 환경부 건을 다루는 것을 알면서 알박기로 이 영장전담판사를 임명한 게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박정길 판사, 한양대 법학과 85학번… 임종석 실장은 무기재료 86학번

    실제로 박 부장판사는 한양대 85학번(법학)으로, 한양대 86학번(무기재료공학)인 임 전 실장과는 같은 대학 1년 선후배 관계다. 나 의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언론 인터뷰'란 지난해 8월 <서울신문>에서 진행된 원용선 변호사(한양대 85학번)의 인터뷰다.

    원 변호사는 인터뷰에서 "1988년 (한양대) 총학생회 총무부장을 했는데, 그 일보다 전대협 중앙정책위원 역할을 더 많이 했다"며 "당시 한양대에서 시작한 대학생 전방입소 거부운동이 전대협으로 확산돼 이 교육이 완전 폐지됐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대통령비서실장을 하는 당시 전대협 3기 임종석 총학생회장에게 학생회 사업을 인수인계하느라 학교에 남아 후배들을 지도하고, 노동운동을 위한 준비기간을 통해 동료들과 울산으로 내려갔다"며 "동료 중에는 박정길 부장판사가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실장과 박 부장판사가 비슷한 시기에 한양대 총학생회 활동을 했으며, 노동운동에도 깊은 관심이 있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박 판사 "인사수요 파악 위해 사직 의사 확인"

    앞서 26일 박 부장판사는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최순실 일파의 국정농단과 당시 대통령에 대한 탄핵으로 공공기관에 대한 감찰권이 적절하게 행사되지 않았던 사정이 있다"며 "새로 조직된 정부가 해당 공공기관 운영 정상화를 위해 인사수요 파악 등을 목적으로 사직 의사를 확인했다고 볼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변호사 출신인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김 전 장관 구속영장 기각 사건은 법원의 어용화·정치화·반법치를 보여주는 심각한 것으로, 대한민국 사법부가 무너졌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어떻게 법관이 이렇게 어이없는 결정을 할 수 있는지 기가 막히다"고 비판했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도 같은 날 논평을 내고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한 청와대 변론문이자 더불어민주당의 논평이라 해도 과하지 않은 내용"이라며 "법조계에서도 구속여부 판단을 본안판단처럼 한 점, 법률용어라기보다 정치용어에 가까운 표현이 등장하는 점 등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이 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남 창녕 출신인 박 부장판사는 1996년 한양대를 졸업하고 1997년 사법시험(39회)에 합격했다. 수원지법·서울지법 등을 거쳐 2017년부터 의정부지법 부장판사로 근무하던 박 부장판사는 올해 2월 서울동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로 발령받았다.

    공교롭게도 박 부장판사를 환경부 블랙리스트 건과 김태우 전 수사관 건을 다루는 서울동부지법으로 발령한 것을 놓고 일각에서는 단순한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27일 나 원내대표가 한국당 연석회의에서 박 부장판사의 인사에 대해 '알박기'라는 표현을 한 것도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