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경제정책은 위헌" 외치자 민주 의원들 고함… 나경원 "한미동맹-삼권분립" 요구
  •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이종현 기자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이종현 기자
    “북한에 대한 밑도 끝도 없는 옹호와 대변, 이제는 부끄럽습니다.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12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언급하는 순간 국회 본회의장은 일시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이날 나경원 원내대표의 연설은 초반부터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진행됐다. 나 대표의 날 선 발언이 나올 때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웅성거림이 이어졌다.  

    나 원내대표가 "지난 70여 년의 위대한 대한민국의 역사가 좌파정권 3년 만에 무너져내려가고 있습니다”라고 발언하는 순간 민주당 의석 쪽이 크게 술렁거렸다. 이어 “문재인 정권의 경제정책은 위헌입니다”라고 외치자 웅성거림은 더욱 거세졌다. 나 원내대표가 개의치 않고 “문재인 정부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어 먹튀정권, 욜로정권, 막장정권이란 이야기가 나온다”고 이어가자 마침내 민주당 의석에서는 고성과 야유가 터져나왔다.

    여야 원내지도부 맞고함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고 발언하는 순간이 이날 혼란의 절정이었다. 민주당 의원들의 계속되는 고함과 야유에 나 원내대표는 잠시 연설을 중단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연설대로 나와 국회의장에게 “어떻게 대통령을…” 이라고 항의했다.

    이에 자유한국당의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와 정용기 정책위의장이 맞대응하고, 이철희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까지 가세하면서 본회의장은 양당 원내지도부의 맞고함 대결장으로 변했다.  

    본회의장이 온통 고성과 야유로 가득찼지만 문희상 국회의장은 “나경원 원내대표 계속 연설하세요”라며 발언을 독촉했다. 

    한국당 원내지도부가 "나 원내대표의 연설이 전혀 들리지 않는 정도"라고 항의해도 문 의장은 의사봉을 들어보이며 “(연설을) 안 하면 정회를 선포한다”고 강요할 뿐이었다.

    이에 나 원내대표가 연설을 재개하려 하자 다시 민주당 측의 고성이 커졌다. 잠시 당황한 기색을 보이던 나 원내대표가 "좀 조용히 하세요. 민주당 의원님들, 들어주십시오. 듣고 나중에 항의하십시오“라고 외쳤으나 막무가내였다. 

    나 원내대표는 작심한 듯 더 큰 소리로 원고를 읽어 내려갔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사과해”를 반복해 외치며 연설을 방해했다. 

    문희상 의장, 여야 의원에 자제 요구

    나 원내대표의 연설이 다시 중단되자 문 의장이 수습에 나섰다. 문 의장은 “야당 원내대표의 이야기도 듣지 않겠다는 이러한 태도가 이 정권을 오만과 독선으로 만들고 있다”며 “야당 원내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이렇게 귀 닫는 자세가 대한민국을 무너뜨리고 있다”며 “이게 선진 의회의 모습이냐. 여당이 이 정도의 포용성도 없느냐”고 질타했다.

    문 의장은 “모든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조금만 냉정해 달라”며 “국회는 민주주의의 본령이다. 이런 모습은 상생의 정치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당 의원들이 박수를 치며 옹호하자 문 의장은 “박수칠 일이 아니다”라며 “여기서는 아무 발언이나 하는 게 아니라 품격있게 격조있게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다시 민주당을 향해 “좀만 참아라. 참고 또 참아라. 최종적인 판단은 국민이 한다”며 “청와대 스피커라는 소리를 들은 국회의장도 참았다”고 당부했다.

  • ▲ 12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 도중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싸우고 있다. ⓒ이종현 기자
    ▲ 12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 도중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싸우고 있다. ⓒ이종현 기자
    문희상 “귀 열고 들읍시다, 그게 민주주의"

    문 의장이 “말이 안 되는 소리를 해도 참고, 타산지석으로 배울 건 배우고 스스로 반성하면서 들어야 한다”며 “그게 민주주의다. 귀를 열고 들읍시다”라고 호소하고서야 본회의장은 겨우 정돈됐다.

    나 원내대표는 문 의장의 발언 역시 문제가 있다는 듯 “국회의장의 말씀 일부는 감사하지만, 역시나 민주당 출신 국회의장이라는 생각을 했다”며 날선 모습을 보이고는 연설을 이어갔다. 결국 이날 나 원내대표는 연단에 오른 지 1시간 만에야 연설을 마치고 내려왔다.

    나 원내대표의 이날 연설의 핵심은 ‘한미동맹을 지켜달라’ ‘삼권분립을 존중해 달라’ ‘경제를 살리기 위해 소득주도성장을 포기해 달라’ ‘이분법적으로 반대세력을 악과 불의로 정의하지 말라’는 요구였다.

    나 눤내대표는 그러면서 ▲대통령과 각 원내교섭단체의 대표 및 원내대표로 구성하는 7자 회담 ▲한국당 대북특사 파견 ▲제왕적 대통령제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 ▲국회 전 상임위 국정조사·청문회 ▲동북아-아세안 국가들로 구성된 대기오염물질의 장거리 이동에 관한 협약 ▲국민부담경감 3법(부동산 가격 공시에 관한 법률, 지방세법, 조세특례제한법) 개정 등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