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정말 사귀는 거야?" 시청자들 '어리둥절''방송'과 '현실' 경계 무너져…"다큐를 보는 건지, 예능을 보는 건지"
  • ▲ 배우 이선빈(좌)과 이광수. ⓒ 뉴데일리
    ▲ 배우 이선빈(좌)과 이광수. ⓒ 뉴데일리
    "꽁트는 꽁트일 뿐 오해하지 말자."

    오래 전 KBS '해피투게더'의 한 코너에서 인기를 끌었던 유행어다. 굳이 이렇게까지 호소하지 않아도 꽁트와 현실이 다르다는 것쯤은 코흘리개 학생들도 다 아는 상식이었다.

    그런데 단순한 코미디 장르에 지나지 않았던 예능이 '리얼 버라이어티쇼', '관찰 예능', '가상 연애' 등으로 확장되면서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포맷의 예능프로그램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 중 대표적인 장르가 바로 '가상 연애' 프로그램이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 MBC에서 방송된 '우리 결혼했어요'는 매회마다 뜨거운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방송 직후 가상 커플이 실제로 사귀는지 여부를 놓고 네티즌들끼리 치열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곤 했다. 이때부터 '꽁트가 정말로 꽁트일까' 하는 의문을 품게 만드는 프로그램들이 우후죽순 늘어나기 시작했다.

    단순한 '관찰 예능'으로 시작한 SBS '불타는 청춘'은 썸 타는 사이로 출연하던 김국진과 강수지가 실제 부부 사이로 발전하면서 가상 연애 프로그램으로 변모했다.

    마찬가지로 혼자 사는 유명인들의 일상을 관찰하는 포맷이었던 MBC '나 혼자 산다'도 회장(전현무)과 회원(한혜진)이 공개 연애를 시작하면서 일명 '썸 타는 예능'으로 발전했다. 전현무와 한혜진이 실제로 사귀는 것을 목도한 시청자들은 이제 남녀출연자들이 장난으로 주고 받는 대화도 진지하게 받아들일 정도로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혼탁해진 상태다.

    TV조선 '연애의 맛'을 통해 '대놓고' 교제 중인 이필모·서수연 커플은 방송 초기부터 노골적으로 사심을 드러낸 케이스다.

    앞서 '가상 연애'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수많은 커플들은 방송이 끝나면 남남으로 돌아서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방영 당시 내비쳤던 이들의 '속마음'은 철저히 계산된 것들에 지나지 않았다.

    이에 예능과 현실을 혼동해 특정 커플을 응원하던 시청자들은 프로그램 종영과 동시에 엄청한 허탈감과 배신감에 치를 떨어야 했다.

    그러나 이필모와 서수연은 달랐다. 철저히 사심을 갖고 카메라 앞에 선 두 사람은 진실되게 사랑을 나눴고, 지난 25일 결혼 프러포즈까지 이어지는 결실을 맺게 됐다. 이쯤되면 예능과 현실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SBS '런닝맨'을 통해 인연을 맺은 이광수와 이선빈도 마찬가지다. 앞서 다른 예능프로그램(라디오 스타)를 통해 이광수가 이상형이라고 밝혔던 이선빈이 '런닝맨'에 게스트로 나오자 이광수가 쾌재를 부른다. 방송에서 '썸' 기류를 형성한 이들의 모습은 전형적인 '예능 커플'의 모습이었다.

    이선빈이 사석에서 사심을 드러냈으면 모를까, 예능프로그램에서 호감을 밝혔고 두 사람의 만남도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이뤄졌다. 당연히 현실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예능프로그램에서 이들이 했던 언행은 모두 진심이었다.

    "저희 오늘부터 사귀기로 했다. 다음주에 결혼 발표를 하겠다"는 이광수의 방송 멘트 중 일부는 이미 사실로 이뤄졌다. 이젠 나머지 발언이 현실화 되는 문제만 남았다. 예능에서 출발한 두 사람의 사랑이 과연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