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지원 얻어내려는 계산된 발언… "철도 도로 연결해야" 맞장구치는 우리 정부가 더 웃겨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백화원 초대소를 지나는 모습. ⓒ평양사진공동취재단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백화원 초대소를 지나는 모습.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북한 김정은이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우리의 수준이 낮다", "숙소가 초라하다"고 말한 발언이 화제가 되고 있다. 국내 다수 언론이 이를 두고 '김정은의 솔직 화법'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공개된 장소에서 김정은의 이같은 '저자제 발언'은 자신의 솔직함을 어필하기 위한 취지보다는 남한의 경제 지원을 끌어내기 위한 의도적 발언이라는 시각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은 지난 18일 북한 백화원에 도착한 직후 이야기를 나눴다. 북한 김정은은 "문재인 대통령이 세상의 많은 나라들을 돌아보시는데, 발전된 나라에 비하면 우리 평양은 초라하다"며 "지난 5월에 문재인 대통령이 판문점 지역에 왔을 때는 장소와 환경이 그래서 제대로 된 영접을 해드리지 못해 가슴에 걸린다"고 했다. 이어 "비록 수준이 낮을지 몰라도 최대 성의의 마음을 보인 숙소고 일정이니 우리 마음으로 받아주면 좋겠다"고 했다. 은연중에 경제적인 여건이 어렵다는 것을 어필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언론은 김정은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솔직-담백하다'는 평가를 속속 내놓고 있다. 〈한국경제〉는 〈김정은의 트레이드 마크 '솔직 담백 화법'의 배경은〉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북한 김정은의 화법을 다뤘고, 〈YTN〉 역시 〈"초라하지만..." 이번에도 김정은 위원장식 '솔직화법'〉이라는 기사에서 김정은의 화법을 소개했다.

    하지만 김정은의 이 같은 '저자세' 발언은 경제적 실리를 추구하기 위해 철저히 계산된 발언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이날 김정은은 문재인 대통령의 영접 문제를 거론하면서 지난 5월 판문점에서 이루어진 '2차 남북정상회담'을 예로 들었다. 이 회담은 지난 5월 26일(토요일)에 당일 일정으로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렸고, 철저히 비공개로 이뤄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하루가 지난 5월 27일 "회담 사실을 우리 언론에 미리 알리지 못한 것에 대해서 양해를 구하고 싶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렇게 '몰래 열린 회담'이라는 점을 미뤄본다면 북한이 5월 정상회담에서 거창하고 제대된 영접식을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걸 뻔히 알면서도 김정은은 그때 제대로 된 영접을 못했다며 지나치게 '겸손'을 떤 것이다. 

    '김정은의 숙원 사업' 관광특구도 지원

    그렇다면 북한 김정은은 왜 문재인 대통령과 남한의 안방에 곧바로 전달되는 미디어 앞에서 '체면 구기는' 저자세의 발언을 잇달아 내놓고 있을까. 이에 대해서는 김정은이 내심 원하는 경제협력 부분을 언급한 것이라는 해석이 뒤따른다. 

    이번에 김정은은 문재인 대통령 앞에서 '숙소'를 콕 집어 언급했다. 표면적으로는 겸손을 내세운 것이지만, 북한 지역 숙소의 열악함을 드러내는 화법을 사용한 것이다. 

    김정은은 지난 4월 판문점 회담 당시에도 문재인 대통령에게 '도로와 철도'를 콕집어 언급하면서 비슷한 화법을 사용한 바 있다. 김정은은 당시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차 한국에 온 김여정이 서울에서 평창까지 KTX를 통해 이동한 부분을 의식한 듯 "문 대통령이 도로로 오시면 솔직히 우리 쪽 교통이 불편을 드릴 것 같다"며 "평창 올림픽에 갔다온 분들이 평창 고속열차가 다 좋다고 하더라"고 했다. 북한의 처지를 낮춰 말하면서도 은근히 도로와 철도 사업의 필요성을 강조한 셈이다.

    김정은의 이런 의지에 우리 정부도 보조를 맞추는 모양새다. 특히 판문점선언 후 우리 정부는 북한 비핵화에 대한 아무런 진척이 없는데도 북한의 철도와 도로 현대화 부분을 유난히 강조하고 있다. 당시 4월 판문점선언 1조 6항에 "남과 북은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번영을 이룩하기 위해 10·4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해 나가며 1차적으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하여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들을 취해나가기로 하였다"고 합의했다.

    실제로 이번 평양정상회담 공동 발표문에도 '숙소'와 관련된 조항이 명시됐다. 평양공동선언 2조 2항에는 "남과 북은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을 우선 정상화하고, 서해경제공동특구 및 동해관광공동특구를 조성하는 문제를 협의해나가기로 했다"고 했다. 김정은이 관광특구 조성에 유달리 집착을 하고 있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고, 이번 공동합의문에 김정은의 이같은 숙원사업이 반영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