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석학 기 소르망, 12일 국회 의원회관 학술대회서 한국 대통령제 비판
  • ▲ 2014년 4월 '여성조선'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조윤선 당시 여성가족부 장관과 악수하는 기 소르망 교수. 그는 한국에 꽤 자주 오는 편이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4년 4월 '여성조선'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조윤선 당시 여성가족부 장관과 악수하는 기 소르망 교수. 그는 한국에 꽤 자주 오는 편이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 대통령은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어 사실상 선출된 독재자다.”

    국회 의원회관에서 나온 목소리다. 주인공은 프랑스 문명 평론가 ‘기 소르망(Guy Sorman)’ 前파리정치대학 교수였다. 기 소르망 교수는 이날 국회사무처 법제실이 의원회관에서 연 학술대회 ‘미래사회의 의회와 헌법’에 나와 ‘세계화와 즉각적 의사소통 시대에서 국민으로의 권력 이동’을 주제로 발표했다.

    기 소르망 교수는 한국 대통령을 선출된 독재자라고 표현하며 “헌법 개정을 통해 대통령의 권력을 견제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선출적인 독재가 대통령 성격이나 성향 때문에 생길 수도 있지만 한국의 제도 자체가 권한 남용을 유도할 여지가 있다”면서 “권력의 균형과 견제는 심리적인 방식이 아니라 제도적 장치를 통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한국이 개헌을 할 때 포함시켜야 할 9가지 원칙이라며 ‘시민권의 정의’, ‘국민발안 및 국민투표’, ‘지방권한의 강화’, ‘사법부 독립’, ‘표현의 자유’, ‘반대자의 권리’, ‘양성평등’ 등을 제시했다.

    그는 이 가운데 ‘권력 간 균형’을 강조하며 한국의 대통령제를 비판하고 “의회가 총리 선출권을 갖는 것이 한국에서 적절한 권력 간 균형을 찾는 방법”이라는 주장도 폈다. 대통령은 상징적인 자리로 두고 의회에서 총리를 선출하는 독일식 모델이 한국에 적합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소르망 교수는 또한 ‘국회의 권한 확대’도 필요하다며 미국 의회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에서는 상·하원 의원들이 정부 관계자나 대통령을 청문회에 소환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데, 한국도 이런 제도를 도입해 국회가 정부를 견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소르망은 대통령이 상징적 권한을 갖고, 총리는 의회에서 선출되는 독일 모델을 제시하며 "의회는 여러 가지 차원의 논의나 신의가 이뤄질 수 있는 유일한 장"이라며 "의회는 정당들이 논의하면서 합의가 도출될 수 있는 공간이므로 어떤 것으로도 대체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언론들은 “세계적 지성”이라 불리는 기 소르망 교수의 주장을 그대로 전했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이원집정제 개헌’을 내세워 ‘여의도 중심의 정치제도’를 만들려는 정치인들에게만 듣기 좋은 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