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새벽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나와 동부구치소로 향하는 검찰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뉴시스
법원이 22일 밤 11시쯤 이명박(77)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14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지 8일 만이다.
최근 정권을 잡았던 대통령들의 불행한 말로(末路)가 이어지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검찰 수사를 받은 후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구속돼 1년 가까이 구치소에 수감돼 있다. 한국 대통령사(史)의 비극이 계속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이명박 전 대통령의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뒤 다음과 같이 밝혔다.
"범죄의 많은 부분에 대해 소명이 있고 피의자의 지위, 범죄의 중대성 및 사건 수사과정에 나타난 정황에 비춰볼 때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으므로 피의자에 대한 구속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
앞서 검찰은 19일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조세포탈,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밤 11시 57분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논현동 자택에 도착했다. 자택 안으로 들어간 검찰은 약 5분 뒤 주차장 문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과 함께 나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자택 앞에 모인 30여명의 측근들에게 인사를 건넨 뒤 서울동부구치소로 압송됐다.
검찰은 "법과 절차에 따라 이명박 전 대통령 사건에 대한 수사와 기소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한 직후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미리 작성한 친필 입장문을 남겼다. 구속이 결정될 것을 사전에 감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 모든 것은 내 탓이고 자책감을 느낀다"며 참담한 심경을 전했다.
또한 "지난 10개월 동안 견디기 힘든 고통을 겪었으며 가족들은 인륜이 파괴되는 아픔을 겪고 있고, 휴일도 없이 일만 했던 사람들이 나로 인해 고통받는 것을 생각하면 잠을 이룰 수가 없다"고 답답해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내가 구속됨으로써 나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과 가족의 고통이 좀 덜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남긴 친필 입장 전문이다.
지금 이 시간
누굴 원망하기 보다는
이 모든 것은 내 탓이라는 심정이고
자책감을 느낀다.
지나온 날을 되돌아보면,
기업에 있을 때나 서울시장,
대통령직에 있을 때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특히 대통령이 되어
'정말 한번 잘 해 봐야겠다'는 각오로 임했다.
과거 잘못된 관행을 절연하고
깨끗한 정치를 하고자 노력했지만
오늘 날 국민 눈높이에 비춰보면
미흡한 부분이 없지 않았다.재임 중 세계대공황이래 최대 금융위기를 맞았지만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위기를 극복했다.위기극복을 위해 같이 합심해서 일한 사람들
민과 관, 노와 사 그 모두를
결코 잊지 못하고 감사하고 있다.
이들을 생각하면 송구한 마음 뿐이다.
지난 10개월 동안 견디기 힘든 고통을 겪었다.
가족들은 인륜이 파괴되는 아픔을 겪고 있고
휴일도 없이 일만 했던 사람들이
나로 인해 고통받는 것을 생각하면
잠을 이룰 수가 없다.
내가 구속됨으로써
나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과 가족의 고통이
좀 덜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
바라건대 언젠가 나의 참모습을 되찾고
할 말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나는 그래도 대한민국을 위해 기도할 것이다.
2018. 3. 21. 새벽
이 명 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