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對호남 공세 앞에서 내부 갈등 잊고 한 자리 모여 같은 목소리
  •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천정배 전 대표가 27일 오후 5·18 진상규명특별법 입법촉구토론회가 열린 의원회관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천정배 전 대표가 27일 오후 5·18 진상규명특별법 입법촉구토론회가 열린 의원회관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5·18 진상규명특별법의 입법을 촉구하는 토론회에 총출동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평화개혁연대 핵심 구성원들이 어색한 미소 속에서 악수를 나눴다.

    당의 핵심 지지 기반인 호남을 둘러싸고 더불어민주당의 침노(侵擄)를 막아내야 하면서도, 동시에 내부 갈등도 정리해야 하는 복잡한 이중전선(二重戰線)에 직면한 양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는 지적이다.

    국민의당 광주시당위원장 최경환 의원과 민주당 호남최고위원 이개호 의원은 27일 오후 의원회관에서 5·18 진상규명특별법 입법촉구 토론회를 공동으로 주최했다.

    이 자리에는 당장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해도 될 정도로 많은 의원들이 모여 문전성시를 이뤘다. 특히 호남을 핵심 지지 기반으로 하는 국민의당 의원들이 대거 몰리면서, 마치 국민의당 의원총회처럼 보일 정도였다는 평이다.

    국민의당은 안철수 대표와 박주선 국회부의장, 김동철 원내대표, 최경환 광주시당위원장, 천정배·박지원 전 대표와 박준영 장병완 유성엽 권은희 송기석 김삼화 채이배 의원이 참석했다.

    안철수 대표는 입장하며 미리 자리해있던 장병완 의원과 악수를 나눴다. 이후 자리에 앉아 있던 중 뒤따라 도착한 천정배 의원과 악수한 뒤, 축사를 마치고 빠져나가면서는 유성엽 의원과도 인사를 나눴다.

    천정배·장병완·유성엽 의원은 안철수 대표가 추진하는 중도통합을 저지하기 위한 평화개혁연대의 핵심구성원이 될 것으로 점쳐지는 대표적인 호남 중진의원들이다.

    안철수 대표와 이들 의원들 사이에서는 정치적 긴장 관계가 고조되고 있으나, 이날은 5·18 토론회 참석자들을 의식한 듯 서로 환하게 웃으며 악수를 나눠 눈길을 끌었다.

  • ▲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가 27일 오후 의원회관에서 열린 5·18 진상규명특별법 입법촉구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김동철 원내대표의 사진 오른쪽으로는 안철수 대표, 천정배 전 대표, 박준영 의원, 박주선 국회부의장이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가 27일 오후 의원회관에서 열린 5·18 진상규명특별법 입법촉구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김동철 원내대표의 사진 오른쪽으로는 안철수 대표, 천정배 전 대표, 박준영 의원, 박주선 국회부의장이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날 국민의당 참석자들은 너나할 것 없이 5·18 광주정신을 강조하며, 진상규명특별법의 정기국회 내 통과를 다짐했다.

    안철수 대표는 "총을 쏘라고 명령한 사람이 없는데 어떻게 많은 시민들이 죽고 다쳤겠는가"라며 "대한민국 국민과 광주시민들은 용서와 화해를 하고 싶어도 누구와 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고 개탄했다.

    박주선 국회부의장은 "이미 5·18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제안된지 몇 개월이 지났는데 아직도 당위성을 위한 토론회를 한다는 게 부끄럽고 죄송스럽다"며 "더 이상 어떠한 촉구성명이나 집회나 토론회가 없도록 국회에서 힘을 모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어떻게 생각하면 이런 토론회가 지금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있다고 하는 것 자체가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다른 것도 아니고 5·18 진실규명을 하자는데 토론회까지 열어야 한다는 게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지적했다.

    중도통합론에 대한 찬반에 관계없이 핵심 지지 기반인 호남은 계속 지켜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이것이 안철수 대표와 호남 중진의원들이 모처럼 한 자리에 모여 같은 목소리를 내게 한 원동력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4·13 총선에서 호남 권역에서 압승을 거뒀으나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서는 민주당의 세(勢) 확장에 눌리고 있는 것에 대한 경계심리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5·18 진상규명특별법 입법촉구토론회에 민주당 의원들은 상대적으로 적게 참석했으나, 이개호 최고위원이 공동주최에 이름을 올렸고, 우원식 원내대표는 축사로 자리를 빛냈다. 설훈 의원은 축사 대상인 내빈 명단에 없는데도, 마음대로 마이크를 잡고 한동안 떠들어 눈길을 끌었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날 축사에서 "5·18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토론회가 정말 뜻깊기도 하지만 박주선 선배가 말한대로 아직도 토론회를 해야 하나 하는 마음도 든다"며 "만약에 안 되면 사회적 참사법이 그러했듯이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손잡고 패스트트랙에 올려서 실행하겠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