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일 내달 15일→7일로 일주일 이상 앞당겨… 후보군들 반발
  •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지난달 11일 김성태 의원에게 정치보복대책특별위원장 임명장을 건네며 굳게 손을 맞잡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지난달 11일 김성태 의원에게 정치보복대책특별위원장 임명장을 건네며 굳게 손을 맞잡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꺼내든 '원내대표 기습경선' 카드는 묘수(妙手)가 될까, 무리수(無理手)가 될까.

    홍준표 대표가 내달 15일로 잠정결정됐던 원내대표 경선일을 내달 7일 실시로 일주일 이상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당대표의 원내대표 경선 개입과 후보별 유불리를 둘러싸고 당내에 논란이 커지고 있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차기 원내대표 경선을 내달 7일에 실시하기로 내심을 굳히고, 이날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견을 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고위원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된 뒤, 홍준표 대표는 "정기국회 회기 내에 원내대표 경선을 치러야 한다"며 "7일에 경선을 하는 게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지난 24일 의원총회에서 자신의 임기만료일인 내달 15일 원내대표 경선을 치르는 안을 제시해 참석한 동료 의원들로부터 박수로 추인까지 받았던 정우택 원내대표가 강력히 반발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정기국회 회기 중에는 예산안 처리 등이 쟁점이 될텐데, 원내대표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는다면 국민으로부터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반대했다.

    쉽게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앞서 모두발언에서 김태흠 최고위원과 이종혁 최고위원이 공개 설전을 벌였던 것을 의식한 듯, 홍준표 대표는 "나중에 이야기하자"고 결론을 맺지 않고 논란을 매듭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준표 대표는 내달 7일 경선 실시안을 강행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당 당규 제3조 1항에서는 원내대표·정책위의장 경선일을 당대표가 3일 전까지 공고하도록 하고 있다. 당규 제4조에서도 "당대표가 공고한 선거일에 원내대표가 의원총회를 소집"하도록 정한다.

    당규 상으로는 경선일 결정권한이 당대표에게 전속해 있기 때문에, 이론상 내달 7일에 원내대표 경선을 하기 위해서는 사흘 전인 내달 4일 경선일을 공고하기만 하면 그만이다. '기습경선' 실시도 이론상으로는 능히 가능한 셈이다.

    당헌·당규 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해도, 다른 지도부가 반대하는데도 왜 내달 15일로 잠정결정돼 있던 원내대표 경선일을 일주일 이상이나 단숨에 앞당겨 내달 7일로 옮기려 하는 것일까.

    한국당 중진의원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당내에 비박비홍(非朴非洪) 제3후보 옹립론이 저변을 넓혀가면서, 시간을 끌면 끌수록 홍준표 대표가 힘을 싣고 있는 김성태 의원에게 알 수 없는 형국으로 상황이 변해가고 있다"며 "일찌감치 경선전 스타트를 끊었던 김성태 의원을 위해 결승선을 앞당긴 셈"이라고 분석했다.

    당초 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전은 친홍(친홍준표)계의 김성태 의원과 친박(친박근혜)계의 유기준~홍문종 의원 간의 단일후보와의 1대1 승부로 점쳐졌다.

  • ▲ 내달 7일 또는 15일 실시될 예정인 자유한국당 차기 원내대표 경선 유력 후보군. 사진 왼쪽부터 유기준·이주영·김성태·홍문종 의원. ⓒ그래픽=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내달 7일 또는 15일 실시될 예정인 자유한국당 차기 원내대표 경선 유력 후보군. 사진 왼쪽부터 유기준·이주영·김성태·홍문종 의원. ⓒ그래픽=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이 구도에서는 야성(野性)이 강하고 정치보복대책특별위원장으로서 대여(對與)투쟁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김성태 의원에게 판세가 다소 유리하다는 게 중론이었다.

    하지만 지난 21일 초선 의원 14인이 "원내대표 경선에 계파주의를 배격하겠다"고 선언하고, 중진의원들 사이에서도 비박비홍의 제3후보를 옹립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판세가 요동치고 있다.

    추대의 대상으로 거론되는 인물은 5선의 이주영 의원이다. 이주영 의원은 지난 주말을 전후해 당내의 옹립 목소리에 부응하기로 결단을 내리고, 주말간 당내 대다수 의원들과 직접 통화를 나누며 원내대표 경선전 참여에 시동을 건 것으로 알려졌다.

    홍준표 대표가 지난 25일 "누가 대여(對與)투쟁을 잘할 것인가에 원내대표 선출의 촛점이 있어야 한다"고 페이스북을 통해 주장한데 이어, 이날 "'비빔밥식' 화합과 통합은 안 된다"고 재차 목소리를 높인 것은, 외견상으로는 친박계를 저격한 것 같지만 기실은 '화합'의 깃발을 높이 들고 제3후보로 지지 기반을 넓혀가고 있는 이주영 의원을 견제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견제구에 뒤이어 경선일을 내달 7일로 기습적으로 앞당기면, 불과 11일만이 남게 된다. 의원들과의 접촉면을 넓힐 수 있는 주말은 단 한 주만이 남는다. 막 시동을 건 제3후보가 선거운동을 할 시간이 물리적으로 부족하다. 덤으로 친박계 후보 간의 후보단일화에 필요한 시간도 촉박해진다.

    시간적 여유가 많을수록 제3후보나 친박계에 유리하다는 판단 하에 김성태 의원에게 힘을 싣기 위한 한 수를 뒀는데, 일견 묘착인 듯 하지만 지나친 원내대표 경선 개입으로 역풍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당장 원내대표 후보군들로부터 반발의 목소리가 나온다.

    제3후보 옹립 대상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한 의원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의총에서 의견을 모았는데, 당대표가 혼자서 일방적으로 그렇게 (경선일을 당겨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도 "전체적으로 당의 총의(總意)가 그렇게 (내달 7일로) 결정된다면 받아들이는 것을 염두에 두고 행보를 더 빨리 하겠다"며 "'앞당겨지면 못하겠다'고 하지는 않겠다"고 덧붙였다.

    친박계 유력후보로 거론되는 한 의원도 통화에서 "그 자신은 투표권도 없는 원외(院外)대표가 이러는 것은 월권행위"라며 "의총에서 (내달) 15일에 하기로 해서 의원들이 다 박수치고 끝낸 건데 그런 말을 하느냐"고 격노했다.

    나아가 "박근혜 대통령을 출당(黜黨)할 때는 당헌·당규에 따라 최고위 의결을 거쳤느냐"며 "당헌·당규를 자기에게 유리할 때는 그대로 해석하고, 불리할 때는 멋대로 해석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력 반발했다.

    이처럼 당내 논란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당대표가 원내대표 경선에 지나치게 발을 깊숙이 담그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당 의원실 관계자는 "홍준표 대표가 너무 노골적으로 특정 후보에게 힘을 싣는 양상으로 비치게 되면 초·재선 의원들 사이에서 역풍이 일 수 있다"며 "이렇게 올인(다걸기)하고서도 당선을 못 시켜낸다면 향후 리더십과 당 장악력에 큰 흠집이 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